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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 - 영혼을 채우는 멜로디가 울려 퍼지는 유럽의 특별한 공연장 5편

유럽 · 몰타 · 몰타

문화/명소

여행전문가 칼럼

2019.06.11 조회수631


0 여행작가 맹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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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분 일초가 아쉽고 아까운 여행 중 두세시간을 할애하여 공연을 보러 간다는 것은 그 티켓이 얼마인지와는 상관없이 엄청난 사치다. 그러나 그럴 가치가 있을 정도로 여행지에서의 공연은 더 없이 특별하다. 말끔히 차려 입고 찾는 대형 공연장이든, 매일 길에서 펼쳐지는 소박한 공연이든, 현지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순간을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우연히 오페라 한 소절, 발레 음악 한 마디를 듣고 파리와 밀라노를 떠올리며 설렐 수 있는 감격스러운 추억을 만들러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사랑을 담뿍 받아온, 셀 수 없이 많은 커튼콜을 올리고 내리며 박수 갈채를 받아온 유럽의 무대들을 찾아 느낀 감동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소문난 맛집을 찾는 것과 여행지를 대표하는 명소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것보다 어쩌면 더 기억에 오래 남을, 마음을 더욱 깊게 울리는 순간이다. 해마다 몰타에서 열리는 지중해에서 가장 뜨거운 여름 축제 아일 오브 엠티비 Isle of MTV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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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중 가장 행복한 계절은 여름이다. 겨울에도 ‘세상에서 지금 가장 더운 곳’을 찾아 떠날 정도로, 바다 가까이에 있으면 영혼이 맑아짐을 느낀다. 짭쪼롬한 바닷바람 냄새를 맡으면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된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희여멀건한 살을 내놓고, 겨우내, 봄내 꽁꽁 싸맸던 나를 모두 드러내고, 천방지축 뛰어다니다 어느새 노릇하게 익은, 가을이 지날 때까지 머물 여름의 흔적을 어루만지는 여름은 행복이다.
하지만 초성수기에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사람들은 그리 반갑지 않다. 천정부지로 솟구치는 숙박비도 달갑지 않다. 여름의 좋은 점들은 오롯이 누리고, 이리저리 치이고 싶지는 않은 욕심쟁이 여행자는 해마다 손가락을 부지런히 놀려 적도와 더 가깝고 인파와는 더 멀리 떨어져있는 여름 여행지를 찾는다. 그리고 작년 여름 나는 몰타를 찾았다. 1년 중 해가 나는 날이 가장 많은 나라인 몰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보다도 적도와 가까워, 365일 중 300일이 해가 쨍쨍 난다. 지중해 섬 특유의 습도 없는 마른 태양을 쬐며 비타민 D를 무한 흡수하는 기분을 만끽하려, 몰타 섬의 수 많은 해변들을 지도에 별표로 콕 찍어 표시해 놓고는 몰타 태양빛과 닮은 챙 넓은 오렌지 색 모자를 눌러쓰고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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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 사람들이 BC 5200년부터 넘어와 살기 시작한 유구한 역사의 몰타의 수도 발레타는 1577년 세워졌다. 유적지가 산재한 섬의 수도라, 신식 건물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익숙한 브랜드 이름들과 처음 보는 언어로 적힌 간판들은 모두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낡았지만 위엄 있는 건물들에 붙어 있었고, 수더분하고 빛 바랜 일상이 민낯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에 만나자마자 마음을 빼앗겼다. 발레타 시내는 아침에 특히 많이 걸었는데, 오전의 조용한 발레타는 최고의 피사체다. 아직 잠이 깨지 않은 건물들이 모두 다른 디자인과 색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모습이 정말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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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의 밤을 즐기기 전, 아침을 보낼 곳은 섬 최남단에 있는 해변들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세인트 피터스 풀 St. Peter’s Pool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20여 분을 걸어야 하지만 정오가 지나면 자리를 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몰타에서 가장 인기 많다. 반원 형태의 절벽이 멋지게 깎여 있어 그 위에서 힘껏 점프해 바다에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인데, 막상 뛰면 그리 높지 않고 스릴과 즐거움만이 온몸을 채운다. 시원함, 짜릿함으로 입수를 하고, 물장구에 조금 지치면 바싹 마른 바위 위에 누워 몸을 말리고 책을 집어 들면 된다. 몇 초 간격으로 풍덩, 풍덩! 하는 경쾌한 소리에 박자를 맞추며 책장을 넘기고, 견딜 수 없게 더워지면 책을 덮어 놓고 또 다시 물로 뛰어들기를 여러 번 반복하다보면 허기가 진다. 그렇게 오전을 다 보내고 점심을 먹으러 시내로 돌아오던 아침을 딱 다섯번 채웠는데, 너무도 아쉽다. 가장 이상적인, 더할나위없이 꽉 찬 여름의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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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이 오후를 보내고, 해가 떨어지자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온 섬이 엉덩이를 들썩들썩하는 것이 느껴졌다. 사운드 체크를 하는 대형 스피커 우퍼가 쿵쿵 울리는 소리가, 밴드 악기들을 점검하는 소리가 심장을 워밍업시키기 시작했다. 1년에 한 번씩 대규모로 열리는 MTV 음악 축제 아일 오브 몰타 MTV Isle of Malta 콘서트의 밤이다. 이 축제는 일주일 남짓 열리는데, 프리 패스를 구입해서 모든 공연과 애프터 파티, 애프터-애프터 파티까지 참석할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큰 공연이 바로 이 날의 야외 콘서트. 몰타의 여름이, 젊음이 세계적인 가수들의 음악을 배경 삼아 폭발하는 밤이다. 불꽃놀이와 야광봉과 터지고 깨지는 캔과 병음료,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노랫소리와 웃음소리 속에서 축제는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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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기타리스트가 속한 것으로 유명한 DNCE가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렸고, 모두가 기다려온 헤드라이너인 체인스모커스 The Chainsmokers가 자정부터 새벽 늦게까지 스테이지를 달구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서도 몰타를 추억하게 만들 노래들을 연이어 들었다. 이제 어디에서든 DNCE와 체인스모커스는 나에게 몰타의 여름밤을 상기시킬 것이다. 이 밤의 공기와, 달이 하늘에 박혀 있던 자리와, 마주보고 함께 웃던 얼굴들 모두 노래 한 소절을 들으면 순식간에 나를 덮쳐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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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
 몰타 관광청 www.visitmalta.com
 아일 오브 엠티비 www.isleofmtv.com 
 아일 오브 엠티비 몰타www.isleofmtv.com


TIP
몰타는 유럽인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여름 관광지이고 해마다 그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대중 교통이 이어지지 않거나 꽤 불편한 명소들이 많다. 렌터카를 해서 섬을 여행하는 편이 가장 합리적이고 편리할 것이다. 자동차 도로는 잘 되어 있고 차가 아주 많은 편은 아니라, 운전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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