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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만나는 중남미, 라틴아메리카 12편 –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 밥 말리와 레게

미주 · 쿠바 · 아바나

문화/명소

여행전문가 칼럼

2018.10.30 조회수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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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라틴음악기행> 저자


쿠바를 제외한 카리브 해 섬 나라들로 가려면 미국의 마이애미를 거치는 게 그나마 가장 가까운(?) 경로다. 한국에서 마이애미까지 직항이 없으니 LA에서 내려 비행기를 갈아타 태평양 쪽에서 대서양 쪽까지 미국 대륙을 가로질러 날아간 다음에 마이애미에서 또 비행기를 타고 카리브 해의 섬나라까지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이왕이면 카리브 해 나라들은 마이애미에서 한꺼번에 둘러보고 오는 게 좋다. 카리브 해 섬들을 둘러보는 크루즈도 있긴 있다.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게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자메이카는 카리브 해에서 영어를 쓰는 나라 중에는 가장 큰 섬이지만, 쿠바에 비하면 훨씬 작은 편이다. 아프리카 계들이 높은 비율을 이루는 나라로 해방된 노예들이 건설한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긴 싸움 끝에 1962년에야 독립국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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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의 노먼 맨리 국제 공항. 98 번 버스가 킹스턴 시내와 공항, 외곽의 포트 로얄 시를 연결 시켜 준다.


수도 킹스턴에 도착하면 쿠바의 아바나에 도착할 때와는 약간 다르게 아름다운 바다 위로 높고 푸른 산이 보이는 게 눈에 띄는데, 세계 최고 품질의 커피를 생산하는 블루 마운틴 산맥이다. 카메룬의 블루 마운틴 커피도 한국에 들어와 있고 비슷한 유사 상호가 많아 헷갈릴 수도 있는데, 세계 최상품을 자랑하는 오리지널 블루 마운틴 커피는 자메이카의 블루 마운틴 산맥의 해발 1,200 미터 이상 고도에서 키운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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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게 팬들의 성지, 밥 말리(Bab Marley) 박물관


수도 킹스턴의 또 다른 명물은 레게의 제왕 밥 말리(1945-1981)의 박물관이다. 밥 말리가 살았던 집을 박물관으로 개조해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또 실제 그의 아들들이 녹음 스튜디오로 쓰기도 한다. ‘레게(Reggae)’는 자메이카의 음악적 유산에다 칼립소 등 카리브 해의 풍자 가창 음악의 전통, 거기다 미국의 리듬 앤 블루스의 영향도 약간 받아 형성된 것으로 박자가 그리 빠르지 않으면서도 독특한 리듬감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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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의 밥 말리와 그의 가족들


일반적인 약박과 강박을 반대로 연주하는 엇박자 리듬 위에 사랑, 평화, 사회 풍자의 가사를 얹는 것이 레게의 특징이다. 1960년대 말부터 등장했는데, 당시 반전, 평화, 민권 운동의 세계적 여파 속에 등장했고 밥 말리라는 거인의 개인적인 능력과 매력이 크게 작용했다. 그래서 밥 말리가 뇌종양으로 요절하던 1981년, 자메이카 레게 또한 함께 쇠락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후 힙합 음악 등 여러 장르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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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턴 시내 곳곳에 밥 말리의 벽화가 있다. 맨 왼쪽에는 밥 말리가 신봉했던 라스-타파리의 초상이 함께 그려져 있다.


혼혈인이었지만 아프리카계로서의 정체성을 지녔던 밥 말리는 단순한 뮤지션이 아니라 라스타파리아니즘의 전도사이기도 했다. ‘라스타파리아니즘(Rastafarianism)’은 유대인과 아프리카인들이 한 뿌리에서 나왔기 때문에 예수님은 아프리카인이기도 하다는 신앙으로, 정신적인 자유와 전 인류가 연대를 이루는 형제애, 사랑과 평화를 강조하고 신체를 중요시해 머리카락을 땋아서 기른 뒤 자르지 않는 드레드락 헤어스타일, 일명 레게 머리를 추구한다. 밥 말리 하면 덩달아 떠오르는 유다의 사자 그림이나, 연두, 노랑,빨강 삼색의 모자 등은 다 라스타파리아니즘의 상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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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블루 마운틴 산맥이 보이는 해방 공원의 오후. 벤치 뒤에 조깅 코스가 조성돼 있어 육상을 사랑하는 자메이카 인들이 즐겨 이용한다.


자메이카는 영어를 써서 그런지 음악도 스페인어 권 라틴아메리카 음악 보다는 차분한 게 어떻게 들으면 교회 찬송가 같은 느낌을 준다. 실은 영국은 스페인과는 달리 식민지에서 노예들이 아프리카의 타악기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었다고 한다. 사람을 흥분시키는 타악기의 사용이 반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거기 반해 스페인은 오히려 아프리카 노예들이 쓰는 타악기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그 리듬을 수용했기 때문에 다양한 리듬이 발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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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웨딩 사진을 찍는 킹스턴 시민들


자메이카를 여행할 때 가장 황당한 순간들은 그들의 영어를 알아들을 수 없는 순간인데, 발음이 이상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른 단어를 쓴다. ‘자메이카 방언’ 혹은 ‘크리올’이라 부르는 혼합어를 많이 쓰기 때문에 따로 공부가 필요할 정도다. 노예로 끌려온 아프리카 계들이 쓰던 언어와 영어가 혼합이 되어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진 것인데, 서민층으로 갈수록 크리올을 많이 쓰고 TV나 라디오 방송 진행자들은 또렷한 영국식 영어를 주로 쓴다. 크리올은 레게의 가사에도 자주 나타나 번역가들을 방황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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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메이카 특유의 방언을 설명해주고 있는 종이 


레게는 스페인어 권의 신나는 댄스 곡과는 또 다른, 평화로운 느낌을 주는 것이 강점이다. 밥 말리가 부르는 레게를 틀어 놓은 뒤 향기로운 블루 마운틴 커피를 마시며 저 멀리 푸른 블루 마운틴 산맥을 바라 보고 있으면 천국이 따로 없는 느낌이다. 그러나 현실의 자메이카는 결코 천국이 아니었다.

쿠바와 마찬가지로 관광업이 국가적 사업인지라 점차 확대되고 있는 바닷가의 화려한 리조트 지구에서 쉬고 있는 외국 관광객들에게야 천국이겠지만, 현실 사회의 자메이카에는 아직 가난한 사람들이 너무 많고 개선되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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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거리 육상 황제 우사인 볼트 관련 상품들을 파고 있는 공항의 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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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 로열의 서민 주택가. ‘포트 로열’은 스페인을 견제하기 위해 영국이 후원했던 ‘캐러비언의 해적’ 들을 위한 항구이기도 했다.  


하지만 자메이카는 자원과 국토가 너무 한정된 작은 섬나라인대다 새 나라를 이룬지 겨우 반세기를 넘겼다. 자메이카가 독립 국가가 되었던 1962년 즈음에 밥 말리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었으니. 레게의 역사가 신생 독립국 자메이카의 새로운 역사와 거의 같이 갔던 것이다.

밥 말리가 그의 노래 속에서 꿈꾸었던 ‘아프리카인의 후손들이 진정한 자유를 얻는 평화의 나라’를 이루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했고 가진 것도 모자랐지만, 레게를 창조해 내고 세계 육상계를 평정한 자메이카 사람들의 힘이 언젠가 발휘될 때가 올 것이란 예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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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킹스턴에 노란 해가 질 때 서민들은 지친 하루를 마치고 공원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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