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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자존심, 지중해의 맛을 만나다 - 요리로 떠나는 낭만여행 9편

유럽 · 스페인 · 말라가

문화/명소 음식

여행전문가 칼럼

2016.07.28 조회수3383


ㅇㄴ 

셰프 민희선

 

 

 

스페인 프리힐리아나(Figiliana)

 

      - <바람마저 쉬어가는 곳, 지중해의 맛을 만나다>

 

새해 바로셀로나 여행을 마치고 한달쯤 지났을까. 스페인의 겨울은 생각보다 매서웠다. 한국처럼 빵빵한 난방시설이 갖춰져있지 않은 그곳의 겨울은 여름 못지않게 견디기 힘든 것. 매일밤 딸기코가 되어 담요를 머리끝까지 올려 붙여도 추위 때문에 잠못드는 불면의 밤이 이어졌고 지긋하던 여름이 그리울정도로 시린 시간이 지속되었다. 그런 그곳의 추위에 등골이 서늘해질때즈음,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주말을 이용해 세비야보다 더 남쪽에 있는 지중해 도시로 여행을 떠날 채비를 했다. 그곳은 바로 스페인의 산토리니라고 불리는 프리힐리아나(Frigiliana). 바람마저 쉬어가는 지중해마을이다.


그라나다에서 두시간여를 달리면 지중해의 발코니라 불리는 네르하가 나오는데 그 네르하에서 프리힐리아나행 초록색 버스를 갈아타고 20분을 더 가야 드디어 지중해 마을 프리힐리아나(Frigiliana)가 나온다.

 

언덕위에 하얀집들과 지중해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환상적인 뷰, 거기에 일년내내 온화하고 따뜻한 기후는 천국 어디쯤에 와 있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것이리라. 일단 프리힐리아나(Frigiliana)로 올라가는 길목부터가 장관이다. 지대가 높은 해안절벽을 따라 올라가야하는 이곳은, 실질적으론 그라나다에서 가까운 거리지만 가는 내내 꼬불꼬불한 해안도로를 타고 올라가야하는 탓에 도착하는데까지는 거리에 비해 시간이 좀 걸린다. 가는길이 다소 어지럽긴해도 그 풍광은 눈이 부실정도인데 진정한 유럽의 지중해 풍경을 만날수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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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아 버스 맨앞자리를 사수한다면 투어버스에 버금가는 호사를 누릴수있기때문. 프리힐리아나로 올라가는 길이 워낙 좁아 큰 버스가 지나치기엔 아슬아슬한 장면을 종종 연출하기도하지만 그 풍경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것이기에 기꺼이 감수하기로한다. 프리힐리아나에 내리면 말로만 듣던 언덕위의 하얀집들이 나를 반긴다. 이온음료 광고에 나오던 그리스의 산토리니에 견주어도 절대 밀리지 않는 비쥬얼, 보자마자 짧은 탄식이 나올 정도의 파란 하늘과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만큼 고요한 그곳의 공기가 잔인한 추위에 피폐해진 나를 따스히 감싸주는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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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임에도 반팔을 입을 정도의 기온이었고 선글라스를 착용하지 않으면 도보가 불가능할 정도이니, 한겨울에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는것인지 의아할정도로 그 경험은 감사한것이었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시작된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집들과 계단, 골목 사이사이 보이는 이름 모를 꽃들과 나무들이 삶에 치여 잠시 잊고 살았던 소녀감성을 제대로 살려주기에 충분했는데, 이 동네에 특히 여성 관광객들이 많은 이유도 이것때문이리라. 일상에 치여, 혹은 고된 여행길의 여독에 빠져 무언가 해독이 필요할 때 찾으면 그만인 곳이기에 유적지나 관광지는 아닐지언정 마을 자체가 그저 그림이 되는곳이니 발품을 팔아 방문하기에 그만인 곳으로 기록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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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절벽위에 덩그러니 있는 동네이다보니 특성상 일터가 있을리 만무. 그래서 마을엔 어린아이들과 할아버지-할머니들이 많이 거주하신다. 평생 한번 와보는 관광객 입장에선 그저 경이롭고 아름다운 경험에 불과하지만 이곳에 사시는 분들은 무료할 정도로 평화로워보이는 일상이 인상적이다. 바쁜 도시인 입장에선 할수만 있다면 잠시만이라도 붙잡고싶을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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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수준으로 언덕위 집들과 골목골목을 둘러보다보니 역시나 허기가 밀려온다. 이곳에서만큼은 빠에야나 타파스가 아닌 이 동네스러운 잔잔한 무언가가 먹고싶다는 생각에 지중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어느 레스토랑에 자릴 잡았다. 한쪽엔 노년의 신사분께서 커피 한잔으로 여유를 달래고 계셨고, 나는 그의 옆자리에 앉아 영화속 주인공처럼 멋드러진 선글라스를 쓴채 지중해 바다를 응시하며 메뉴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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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먹물 반죽에 토마토소스를 곁들인 파스타. 왠지 싱그러운 이곳과 어울릴만한 메뉴였고 역시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면말을 입에 넣는 순간 지중해 바다를 품은듯한 바다 내음이 날 편안하게 감싸줬는데, 그와 곁들인 산뜻한 산미의 토마토 소스는 그저 입안에 평화를 선사해주기에 충분한 맛이었다. 여기에 곁들인 은은한 과일향의 샹그리아 한잔은 프리힐리아나의 매력에 마지막 정점을 찍어주기에 충분했고, 입안 가득 감도는 지중해의 햇살과 바다 내음은 오랫동안 사라지지않을 기억으로 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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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출발해 하루종일 프리힐리아나를 둘러보다보니 어느새 석양이 지고 있다. 걷다 쉬다, 그러다 또 감상하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그곳을 가슴에 새기다보니 지중해의 노을이 날 찾 아온 것. 나는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도시로 내려가는 버스에 몸을 싣었고 버스 맨앞자리에 앉아 지중해의 석양을 두눈속에 담기 위해 흔들리지않는 자세로 정면만을 응시했다. 놓치기싫었고 놓칠수없었던 바로 그 장면... 가끔 일상에 치여 독소로 가득한 마음을 달래볼 때 그 장면을 꺼내 보려한다. 아마 내일쯤, 혹은 모레쯤. 프리힐리아나는 내게 해독제와 같은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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