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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여행자 클럽, 수스키 이야기 - 196개의 지하 갤러리 편

유럽 · 러시아 · 모스크바

문화/명소

여행전문가 칼럼

2015.08.17 조회수2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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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또다른 유럽을 만나다> 저자 서양수

 
글쓴이 소개
 
베낭을 메고 5대양 6대주를 누빈 여행가라고 나를 소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은 낙타처럼 단조로운 삶을 사는 생계형 직장인이다. 휴가 한 번 내려고 눈칫밥에 밥비벼먹다가, 피천득의 ‘은전한닢’에 등장하는 거지처럼 아끼고 또 아껴서 어렵싸리 휴가를 떠나는 자유로운 영혼 코스프레 꾼이라고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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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전에 책 한 권 꼭 쓰고 싶다는 버킷리스트를 2년 전에 실현. ‘러시아, 또다른 유럽을 만나다’를 출판했다. 그게 인연이 되어 대한항공으로부터 광고모델 제의를 받고 엉겁결에 TV에 출연하기까지 했다. 이러다  CF스타되는거 아니냐는 주변사람들의 장난에 ‘아이 왜그러세요. 어쩌다 한번 나온건데’라고 말하며, 요즘은 피부관리실까지 다니며 부쩍 외모에 신경을 쓰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은 여행, 두 번째로 행복한 일을 글쓰기인지라 지금 이렇게 여행에 관한 글을 쓰는건 꽤나 신나는 일이다. 그렇게 설레는 맘으로 나만의 러시아 이야기를 풀어 보려 한다.

 

 

196개의 지하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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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장 두려워 하는것은 새로운 한걸음. 새로운 자신의 말이다. [죄와벌 / 도스토예프스키]
 
"근데 우리 지하철에서 강도 만나는 건 아니겠지?"
모스크바에 방문한 사람이라면 꼭 경험해 봐야 한다는 모스크바의 명물, 지하철. 마침내 그것과의 첫 만남을 눈앞에 두고 나도 모르게 뱉은 말이었다. 난 강도가 너무 싫다. 폭력도 싫고, 돈 뺏기는 건 더 싫다. 그런 위험 천만한 여행은 상상만 해도 너무너무 싫다. 이렇게 겁이 많은데 러시아에는 퍽도 잘 왔다. "야 강도는 돈이라도 주면 되지. 스킨헤드 만나봐. 걔네는 돈도 필요 없어. 니 목숨이 필요해. 크크크." 이건뭐 재미도 하나도 없고, 농담같지 않은 섬뜩한 대화가 오고 간다. 아아 난 어쩌자고 여기까지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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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너 계속 지상으로만 다닐래? 모스크바 지하철이 얼마나 볼 게 많은데!"
택형이 추상같은 한마디로 쏘아붙인다. 사실이다. 그의 말처럼 러시아 지하철엔 볼 게 많다. 단순히 ‘예쁘다’는 것을 넘어 화려한 벽화와 조각품 등이 즐비하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지하철역’, ‘지하 궁전’이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진 않았을 게다. 흡사 박물관에 들어 간 것 같다는 블로거들의 생생한 전언이 살아 숨쉬는 곳. 사실 그 때문에 한국에서 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긴 했다.  동대문문화역사공원역보다 조명이 잘 돼 있을까, 안국역보다 고풍스러울까 호기심이 퐁퐁 솟았기 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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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드디어 타보나!”
밖에서 볼 때 입구는 어두컴컴 음침했지만 실내로 들어가자 그렇게 음침한 분위기는 아니다. 사람들도 활기차게 오고 가고. 그럼 그렇지. 여긴 인구 1200만명이 사는 메트로폴리탄. 글로벌기업들의 해외법인이 몰려있는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다. "와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에스컬레이터네!" 설뱀이 연방 셔터를 눌러대며 사진을 찍는다. 러시아 지하철이 유명한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이 에스컬레이터 때문이다. 빠른 속도는 기본. 우리나라보다 몇 갑절은 더 긴 길이가 신기하기만 하다. 우리나라 같으면 중간에 좀 끊어서, 몇 개로 나눠 만들었을 텐데. 여긴 그냥 한 방에 끝까지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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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깊이가 지하 약 50미터 아래까지 이어지는데, 가장 깊은 역인 ‘파크르 포베티(승전공원)역'은 무려 지하 85m까지 내려간다. 이를 아파트로 따지면 30층 높이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이 10m 안팎, 5~8호선이 22~23m안팎 이고, 가장 깊은 역인 8호선 ‘산성역'이 55미터 임을 감안하면, 러시아는 그야 말로 지하 세계를 건설한 셈이다. 지하 세계 위쪽에서 아래를 보니 아찔하다. 만약에 고장이라도 나면 어떨까. 내려가는 건 그렇다 치고 걸어 올라갔다간 그날은 다리가 오징어처럼 풀려 버리겠다. 사실 그래서 그런지 러시아 에스컬레이터가 고장으로 멈추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개찰구에서 플랫폼까지 한 번에 죽 연결된 에스컬레이터가 이미 기술에 대한 빵빵한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닐까. 역시 과학의 나라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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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연인들은 언제부턴가 '심심한데 뽀뽀나 할까'를 외쳤던 것 같다.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한번도 쉬지 않고 키스를 이어 것이 연인들 사이에서는 필수 데이트 코스라고 하니 말이다. 드문드문 에스컬레이터에서 쪽쪽 거리는 커플이 보인다.“아 진짜, 계속 이런 공해 속에 있다간 삐뚤어져 버릴 것 같아.” “설뱀, 유치하게 이러지마.”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고장 나 버리는 상상을 한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너도 나도 모두 투덜거리며 걸어야하겠지. 중간쯤 가다 말고 하이힐을 신은 여자친구가 짜증을 내며, 가방을 던져 버려라. 그걸 주으러 뛰어 내려가는 남자친구. 스킨헤드들도 헐떡거리며 땀을 닦는 상상을 해본다. 모두가 에스컬레이터 제조회사를 저주하며 함께 걷는 공평한 세상. 예쁘게 그려 보지만 역시 그런 유토피아는 없다. 여전히 연인들은 키스를 하고, 설뱀은 2분 동안 셔터를 스무 번 정도 누르고, 난 또 금방 지겨워 져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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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하철이 이렇게까지 깊이 뚫려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치/군사적인 목적이  반영 되어 있는 것이다. 미소양국이 대립하던 1930년대. 스탈린은 핵전쟁도 대비할 수 있는 지하철을 원했다고 한다. 모스크바시내에 수소폭탄이 떨어지더라도 안전한 지하로 대피할 수 있기 바랐던 게다. 그렇게 선로를 따라 이곳 저곳을 이동할 수 있다면 전시에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실제로 세계2차대전 중, 소련과 독일의 전쟁(대조국전쟁) 때 지하철 역은 방공호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한다. 그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당시 소련은 그 전쟁에서 승리의 깃발을 거머쥐었다. 흥미로운 점은 전쟁 중 연일 공습이 일어나는 가운데에서도 이 깊은 지하철 역 안에서, 메트로 베이비들이 태어났다고 한다. 그 숫자가 200여명이나 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지하철은 전쟁 중 산파 노릇을 야무지게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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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왔다 다왔어."
에스컬레이터 제일 아래에 있던 설뱀이 뒤를 돌아보며 말한다. 전쟁을 치르면서도 냉전을 겪으면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곳. 묵직한 석조조각의 인터리어가 돋보이는 플랫폼에 발을 딛는다. 여기저기 조각품이 있고, 은은한 조명 또한 예사롭지 않다. 세월의 때가 묻었지만 결코 허름해 보이지는 않는 분위기. ‘지하 궁전’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것 같다. 러시아 지하철이 유명한 두 번째 이유다. 조금만 지나도 촌스러워 지고 마는, 그런 흔하디 흔한 디자인이 아닌 시간이 지나도 품격을 잃지 않는 듬직한 외관. 아이러니컬 하게도, 이렇게 아름다운 지하철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도 냉전시기 미소 양국의 경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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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도 대비할 수 있는 지하철을 주문한 스탈린은, 그와 더불어 가장 아름다운 지하철을 주문했다고 한다. 무슨 요구 사항이 이렇게 디테일할까. 신속하면서도 깊이 있는 보고서를 요구하는 팀장님 같다. 결과적으로 그 요구 사항은 관철된 것 같다. 러시아가 백 년 뒤를 내다 보고 지하철을 만들었을 지 알 수 없지만, 8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멋들어지게 건재한 것을 보면 말이다. 점점 이 곳이 만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한때는 과학기술로, 군사력으로, 경제력으로 세계를 주름잡던 나라다. 긴 잠에서 깨듯 언젠가 이 거대한 나라가 다시 일어나 춤 출 날도 오지 않을까. 아직은 여행자에게 불친절하고 베일에 쌓인 숨겨진 나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호기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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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저기! 소원 이뤄주는 강아지다"
준스키가 외친다. 재미있는 것 하나 추가다. 콧잔등을 만지면 소원을 이뤄준다는 마법의 청동 강아지. 파르티잔 용사 옆을 지키고 있는 군견 동상이었다. 요녀석이 진짜 내 소원을 이뤄줄 수 있을까. 콧잔등은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만져 맨질맨질 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머니 한 분이 쓱 하고 만지고 간다. "아, 나도나도" 준스키는 무슨 소원이 그리 다급했는지 이때다 싶어 문지른다. 러시아에서는 유독 만지면 소원을 이뤄주는 것들이 많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표트르대제 동상이 그렇고, 광장에서 만났던 이름 모를 거인 동상이 그렇다. 그리고 동상은 어김없이 반들반들 닳아 있었다. 사람들은 무슨 소원이 그리도 많아서 쇠가 닳을 정도로 동상을 만져 댔을까. 혹시아나, 여행을 하다가 소원까지 이뤄지게 될지. 나도 모르게 군경동상의 콧잔등을 스윽 하고 만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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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왔다 왔어!”
열심히 문지르고 있는 사이 지하철이 들어온다. 저 열차도 한 80살쯤 되었을까? 열차는 엔틱이라고 표현하기는 민망할 정도로 심하게 낡아있다. 과거에서부터 시간여행을 해서 지금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것 같다. 덜겅 덜컹 소리를 내며. “타자 타자!” 사람들에 딸려서 우린 열차안으로 쏙 들어간다. 그리고 설뱀의 외마디 비명. “으아악!” 열차의 문이 사정없이 닫히면서 설뱀의 어깨를 가격해버린 것이다. 확실히 우리나라 지하철 운보다 빠르고 닫히는 힘도 더 세다. “아, 너무 아파. 이거 쫌만 늦게 탔으면 코 짤릴뻔 했다. 근데 무슨 지하철이 문닫는다는 말도 안하고 바로 닫아버리냐.” 억울하게 하소연 해봐야 우린 키득거리기 바쁘다. “했겠지. 그냥 우리가 못 알아들은 거겠지” 킥킥대며 이야기 하는 사이에도 모스크바의 메트로는 빠르게 역을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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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1. 러시아 지하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하철로 손꼽히는 모스크바 지하철. 역사 안으로 들어가면 대리석 기둥과 샹들리에는 물론, 유명한 예술가들이 직접 창작한 조각, 회화, 모자이크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지하 궁전'이라는 별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화려하지만, 사실은 전쟁 중 방공호 역할을 하기 위한 군사적 목적도 가지고 있었다.


운행한지 80여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왕성하게 손님들을 실어 날라, 유럽 지하철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개인적으로 제일 감동적인 부분은 평일 낮에도 보통 1~2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배차 간격. 때문에 닫히는 문에 몸을 굳이 몸을 던질 필요가 없다. 재미있는 건, 안내 방송을 남자가 하느냐, 여자가 하느냐에 따라 열차 운행 방향을 알 수 있다는 것. 도시 중심으로 진입하는 열차는 남자 목소리, 외곽으로 빠져 나가는 열차는 여자 목소리. 순환선의 경우 시계방향은 남자 목소리, 반시계 방향은 여자 목소리의 안내 방송을 들을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메트로2’에 관한 기담. 러시아는 현재 운행 중인 지하철 노선 이외의, 별도의 비밀 노선을 가지고 있다는 설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전쟁이 일어났을 경우, 주요 거점을 연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 되었다고 한다. 물론,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입에서 입을 통해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만은 사실이다. 일반 지하철역 중에서도 비밀통로와 연결되는 곳이 있다던데, 모스크바 지하철을 탄다면 눈 크게 뜨고 찾아 보는 게 어떨까. 아, KGB 요원과 마주칠지도 모르니 은밀하게 진행해야겠지. 훗.
 


Tip2. 볼만한 지하철 역 - 모스크바 지하철 홍보실 담당자 Mikhail Berezin 에게 묻다.
 
Q.
한국 여행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지하철 역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A. 러시아 지하철은 모두다 아름답죠 하하. 그 중에서 몇 개만 골라본다면요, Dushkin 이라는 유명한 건축가가 지은 역들이 있는 데 상당히 볼만 해요. Kropotkinskaya역, Ploshchad 역, Revolyutsii역, Mayakovskaya 역, Avtozavodskaya 역, Novoslobodskay 역 이 있어요. 


그리고 순환선인 Koltsevaya 선이 추천할만 해요. 그 중 콤소몰스카야 역(Komsomolskaya 상트까지 연결되는 기차역이 있고 광장이 연결되는 곳), 옥챠브르카야 역(Oktyabrskaya, 대조국전쟁 승리 기념, 군인들을 위한 기념비가 있다), Doobryninskaya역(가장 러시아 스러운 역)이 볼만 할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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