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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여행자 클럽, 준스키 이야기 - 우주를 나는 꿈 편

유럽 · 러시아 · 모스크바

문화/명소

여행전문가 칼럼

2015.08.13 조회수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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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또다른 유럽을 만나다> 저자 정준오

 
글쓴이 소개
 
낯선 도시의 거리에서 마주하는 낯선 공기의 촉감이 좋다.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여행 같은 일상을 꿈꾸며 사는 소박한 여행바라기. 서른에 다시 찾아온 학창시절을 맞아, 꿈같은 방학마다 틈만 나면 배낭을 꾸렸다. 본격적으로 여행 맛에 들린 건, 회사를 그만두고 떠났던 여행 덕분. 중국-네팔-인도-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에서 보낸 93일, 히말라야 트레킹, 워크캠프, 스노보딩, 산티아고 순례가 들어있던 이 여행은 아무리 생각해도 인생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고, 그래서 <행복하다면, 그렇게 해>라는 책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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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설레었을 뿐인데, 두 번째 책 <러시아, 또 다른 유럽을 만나다>도 쓰게 됐다. 처음 러시아에서 만났던 친구들과 함께 다시 러시아로 떠났던 이야기. 그 설렘은 책에 이어 대한항공 광고까지, 여행에서 여행으로 계속 이어졌다. 여행은 정말이지 내가 내게 줄 수 있는 진짜 선물인 것 같다.
 

 

하늘을 나는 꿈

 

 

“무엇이 인간에게 자유를 주는지 알고 있니?” “네?”
“그것은 의지, 자신의 의지란다. 그것은 자유보다 더 좋은 권력을 준단다. 무언가를 원하는 능력을 가져라. 그렇게 되면 자유를 얻고 다른 사람들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이반 투르게네프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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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청년 러시아를 만나다
 
내게는 모스크바에 꼭 와야 할 이유가 있었다. 러시아와의 한 맺힌 인연 때문. 우주인이 꿈이었던 나는2006년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 선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누군가가 “우주에 가면 무섭지 않니?”, “우주에 갔다가 죽으면 어떡하니?” 이런 우려와 핀잔이 섞인 물음에 “그래도 가치 있다”고 말하는 많은 우주인 지원자들과 함께. 나는 2차 선발 과정에서 탈락하고 말았지만 떨어진 것이 못내 분해서 명예취재원으로 활동하기로 했고, 최종 선발까지 따라 뛰어다녔다.


우주 청년이라 불리며 대학생 잡지와 공중파 TV 토크쇼에도 나왔었다. 어느새 친구들은 우주 관련 기사를 보면 내 생각이 난다고 했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단지 내 길은 그 길이라고 주변에 세뇌시켰을 만큼 우주에 빠져 있던 것뿐. 간절한 꿈을 꾸면 그 꿈과 어느새 닮아있게 된다는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운명처럼 ‘우주인 놀이’에 푹 빠져 있던 그 해, 나는 모스크바에 첫발을 내디딜 뻔했다. 기자자격으로 무려 ‘모스크바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에서 하는 훈련 과정에 동행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거다. 진짜, 진짜 우주인들이 우주에 가기 전에 훈련을 받는 그곳.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사소한 이유로 그 환상적인 기회는 없던 일이 되었다. 다름 아닌 비자 때문. 갓 전역한 풋내기였던 나는 여권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출국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권을 만들고 비자까지 발급받는 데는 시간이 부족했다. 굴러들어 올 수 있었던 복을 ‘알까기’ 해버린 비참한 상황이었다. 모스크바! 붉은 광장!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 가보지 않은 모든 풍경을 굳이 상상하면서 가슴 아파했다. 지금 생각하면 별일 아니었지만 그땐 꿈이 산산이 부서진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토록 꿈꿨던 러시아에 오면서, 우주인 훈련센터에 가보고도 싶었지만, 모스크바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스타시티, 게다가 군사시설이어서 정보 찾기도 힘든 그곳에 가보기는 힘들었다. 게다가 혼자 하는 여행도 아니었으니. 하지만 시내에 있는 이곳에는 무조건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스크바 우주 박물관! 꿈꾸던 그곳으로 가는 길, 부풀어 있던 기대로 이미 마음은 소유즈를 타고 올라 지구 대기권 밖에 있었다. 모스크바 지하철 ‘베덴하’역, 거대한 규모의 박람회장이 자리한 곳이다. 하늘 높이 솟구치는 로켓과 우주선 기념비가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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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러시아가 품어왔던 우주를 향한 꿈들이 모두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인류의 우주개척사에는 러시아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1957년 스푸트니크 1호), 세계 최초의 달 탐사선(1959년 루나 1호), 세계 최초의 우주인(1961년 유리 가가린), 세계 최초의 우주정거장(1971년 살류트 1호). 모두 러시아 차지. 우주개발 역사는 실패의 역사라는 말도 있는데, 러시아는 그 찬란한 우주개발의 역사만큼 가장 많이 실패했던 나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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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주개발의 영웅인 천재 코롤료프 박사. 그가 러시아의 우주개발에 미친 혁혁한 공은 어마어마하다. 과연 우주비행 기념관에서도 그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는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과 우주비행사를 만들었음에도, 정부에 의해서 존재 자체가 비밀에 부쳐졌던 희대의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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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정거장에서 무언가를 기록하기 위해 미국 나사에서는 무중력 상태에서도 쓸 수 있는 최첨단 펜을 개발하지만, 러시아에서는 그냥 연필을 쓰고 만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엄청난 기술의 집약체인 우주선에도 러시아의 그런 정신(?)은 녹아 들어가 있는데, 러시아산 우주선의 고장이 적은 이유가 바로 그런 ‘단순함’ 덕분이라는 말도 있다. 박물관에는 단순하지 않은 기술로 만든 단순함이 이루어낸 아름다우리 만치 위대한 역사가 어지러울 만큼 가득했다. 그 단순한 아름다움의 정체는 '우주를 향한 꿈'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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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박물관 입구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부터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와 세계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의 동상이 우주 박물관 입구에 들어선 이들을 압도한다. 우주정거장, 우주 과학 실험, 달 탐사선 등의 모형들 사이에서 마치 우주 공간에 서 있는 것처럼 만들어주는 박물관을 유유히 거닐다가 소유즈 호 캡슐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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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먹고 사는 일에 더 바빠지는 만큼 우주로 가려는 힘은 빠지게 마련이지만, 우주 산업은 단순하게 눈에 보이는 국방이나 정치, 경제논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우주 기술은 의도했든 아니든 셀 수 없이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냈고, 과학 기술 저변을 닦아놓았다. 혼자서 닿을 수 있는 것에 대한 도전이 아닌 만큼 정신적인 가치도 엄청나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사람들의 ‘꿈’ 없이는 시작조차 어려운 일.


우주박물관에서 우주정거장 모듈도 몇 번이나 들어가 보고, 인공위성 관제센터에 한없이 앉아 있기도 하고, 박물관 안을 유영하듯 황홀하게 거닐다가 우주비행 기념관을 나섰다. 우주를 유영한 것 같은 여운에 잠겨 있는 동안, 여전히 당장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유리 가가린 동상은 끊임없이 오가는 관람객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관람 내내 동선이 비슷했던, 엄마 손 잡고 온 귀여운 러시아 소녀도 함께 입출구 게이트로 빠져나왔다. 그렇게 우리는, 자기 나라 할아버지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 막 보고 나온 러시아 꼬마와 함께 인류최초의 우주인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품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만져지지 않는 것들과 불러지지 않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을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른다.” - 김훈, <바다의 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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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 꿈 그대로 우주가 너무 좋다. 이유 없이 가슴을 설레게 하는, 무슨 선택을 하든 넘버원이었던 내 꿈. 닿을 수 없을 만큼 멀리 돌아가고 있지만, 그래서 더 아련하다. 순수한 러시아 사람들이 우주를 꿈꾸는 것 역시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른다. 닿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그건 정말이지 사랑 없이는 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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