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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스토리

어린 시절의 반짝반짝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동화같은 곳, 볼자노의 크리스마스 마켓 (이탈리아 비주류 여행 4탄)

유럽 · 이탈리아 · 밀라노

쇼핑 휴양/레포츠 문화/명소

여행전문가 칼럼

2019.12.23 조회수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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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상공회의소 前 직원 이채영

 

이탈리아를 사랑해 마지못해 무작정 와서 살고 있긴 하지만, 이탈리아의 겨울은 아무리 이 곳을 사랑하는 나일지언정 견디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탈리아는 겨울이 우기이다보니, 물론 칼바람과 매서운 추위의 한국 겨울에는 비할 바도 못되겠지만, 하루종일 오락가락 내리는 비에 뼛속까지 으슬으슬해지며 찾아오는 우울감은 대체 쨍쨍한 햇빛을 본 게 언제였나 손을 꼽아보다가도 한숨을 쉬게 만든다.


이제 네 번째로 이 곳 밀라노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나에게도 이번에는 뭔가 궁리가 필요했다. 여름에는 멋진 해변이니 호숫가니 갈 곳이 너무 넘쳐나서 탈이었지만 스키를 타지 않는 나에게 겨울의 산은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탈리아 북부엔 스키를 탈 수 있는 장소들이 넘쳐나지만 가격이 비싸기에 선뜻 갈 맘을 먹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리하여 경제적인 부담이 없으면서도 밀라노와 가까워 당일치기 이동이 편리한 곳, 딱 반나절만 할애해 “잘 갔다왔다!”라는 느낌을 주는 이 곳, 볼자노 Bolzano의 크리스마스 마켓 Il Mercatino di Natale은 그런 내 입맛에 딱인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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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에서 기차를 타고 약 3시간을 달리면 나오는 이탈리아 북부 트렌티노-알토아디제 주에 위치한 볼자노는 조금만 더 위로 올라가면 독일 국경을 만날 수 있어 이탈리아어보다는 독일어를 쓰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다. 도착하자마자 밀라노와는 비할 게 못되는 코 끝을 저리는 추위와 이탈리아어와 독일어가 함께 적혀있는 왠지 정 없어보이는 표지판을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런 곳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한다고? 라는 약간은 재미없는 인상을 주지만 어딜 가나 붙어있는 크리스마스 마켓 표지판을 보고 약 10분정도 걷다보면 광장 한복판에 마치 놀이공원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마켓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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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
보통 볼자노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11월 마지막 주에 시작해 1월 초까지 운영한다. (크리스마스 당일 제외)
2019-2020 크리스마스 마켓은 11월 28일부터 2020년 1월 6일까지 운영하니 참고할 것!
더 많은 볼자노 크리스마스 마켓 정보: https://www.mercatinodinatalebz.it/

 

어릴 때부터 영화를 보면 나오던 유럽의 크리스마스는 딴 세상 이야기처럼 반짝반짝하고 금발에 앞치마를 두르고 빨간 코끝으로 인심 좋게 햄을 썰어 맛보여주는 파란 눈의 아주머니가 꼭 나오곤 했다. 그렇게 어릴 때 집에서 귤을 까먹으면서 저런 곳이 있구나 라고 상상만 했던 곳이 내 눈 앞에 펼쳐진 듯 했다. 이 곳에 4년을 살면서 온갖 유럽 특유의 예쁜 감성이나 분위기는 하도 많이 본 탓에 이젠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볼자노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무감각 사이에서 어릴 때 기억 한편에 치워두고 다시는 꺼내보지 않았던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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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는 수제 비누부터 캔들, 아이들 장난감, 그리고 이 곳의 특산물인 질 좋은 스펙Speck (훈제 햄의 종류)과 각종 증류주를 말도 안되는 가격에 팔기에 아직 마땅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나에게는 한 곳에서 여러 가지를 득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나 나에게는 하나의 미션이 있었는데, 바로 집 문 앞에 걸어둘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사는 것이었다.
밀라노는 밀라노 도시 성인의 날인 12월 7일 (Sant’Ambrogio)을 기점으로 모든 이웃들이 문 앞에 Ghirlanda라는 귀여운 크리스마스 장식을 달아둔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이 12월 8일 아침에 문을 나서보면 1년 내내 정성스레 준비한 것 같은 Ghirlanda들과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들이 발코니에 주렁주렁 달려있곤 하다.
여러 집들을 돌아다닌 후에 나는 원목으로 된 별 모양의 Ghirlanda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다.

 

▶ Tip. 소상인들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만큼 현금결제를 요구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근처에 ATM기가 있긴 하지만 수수료가 있고 가끔 ATM기 자체에 인출할 현금이 부족한 사태도 발생하니 미리 현금을 준비해가는 것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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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광장 한복판에 즉석으로 햄을 구워주거나 파니노를 만들어주는 부스들이 많이 있으나 나는 새로운 도시에 갈 때엔 꼭 조금 허름해보이지만 정갈한 음식점에서 제대로 된 끼니를 먹곤 한다. 이탈리아의 모든 도시들은 그만의 특색이 있는 음식이 늘 있기에 제대로 챙겨먹는 한 끼는 늘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너무 웨이터들이 문 앞까지 나와 호객을 하는 Ristorante (레스토랑)가 아니라 정겨운 부부들이 맞이해주는 Trattoria (뜨라또리아)나 Osteria(오스테리아: 둘 다 레스토랑보다 캐쥬얼한 가정집 식당을 이른다)에 가면 크게 북적이지 않는 곳에서 한 끼 든든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이 동네의 특산품인 레드 와인 Lagrein과 함께 전채요리로 먹을 햄 치즈 디쉬를 하나 시켰고, Canederli라고 불리는 이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동그랑땡을 식사로 먹었다.
Canederli는 고기와 감자, 빵부스러기를 뭉쳐서 만든 말 그대로 동그랑땡인데 안에 치즈가 들어있거나 시금치가 들어있다. In brodo (인 브로도: 국물이 함께 나오는 음식)도 있어 시켜보았는데 뜨끈한 국물이 마치 한국의 사골국을 떠올리게 하면서 마켓에서 얼어붙은 몸을 녹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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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을 다 둘러본 후 기차를 타기 전에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은 단연 마켓 광장에 있는 음식 부스에서 따뜻한 난로를 쬐며 Vin Brule를 마시는 것이었다.
빈 브륄레Vin Brule는 뱅쇼같은 것으로 와인에 설탕이나 계피같은 것을 넣어 오랫동안 끓인 것인데, 환경을 위해 이렇게 세라믹 잔에 담아주며 컵 보증금으로 2.5유로를 받아간다. 이 컵은 빈 브륄레를 다 마신 후 돌려주는 이들에게 그대로 보증금을 돌려주는 시스템이다.

마실 나온 이탈리아 아주머니들과 같이 불을 쬐며 홀짝홀짝 마시다보면 몸이 나른해지면서 마치 크리스마스에만 잠깐 생겼다 사라지는 비밀의 정원에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드는 볼자노의 하루가 이렇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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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2020.01.10 댓글

    크리스마스는 역쉬 유럽인가... 이번에 뱅쇼를 만들어 먹었는데 맛이 좋기는 했으나 현지 맛은 못따라감요~ ㅋㅋㅋ

    • 2019.12.28 댓글

      빈 브륄레 =뱅쇼= 글루바인 이름은 달라도 모두 따뜻한 와인. 유럽의 클스마스 마켓에 꼭 있는~ 가고싶네요^^

      • 2019.12.24 댓글

        크리스마스는 별다르게 의미를 두진 않았지만 한번쯤은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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