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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며 세계일주 : 남미 히치하이킹 파트너를 찾다. - 그림으로 기록하는 여행, 아트로드 12편

미주 · 아르헨티나 ·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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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전문가 칼럼

2019.12.03 조회수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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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콜레타a 묘지에 가면,’
Buenos Aires, Argent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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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Recoleta, Buenos Aires, Argentina

 

‘La Recoleta Cemetery’
라 레콜레타 공동묘지. 공동묘지라고 하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장 오래 된 공동묘지 레콜레타이다. 총 6,400개의 납골당이 있으며, 이 중에 70개가 나라의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역대 대통령 13인과 에바 두아르테도 이곳에 있으며, 이외에도 여러 유명 인사들의 묘가 있는 특별한 곳이다. 수 천 개의 다양한 묘들은 다들 그 안에 잠들어 있는 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 소중히 했던 것들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암호같은 이야기까지. 아름답고 소중하게 꾸며진 그 묘와 조각상을 보고 있으니, 그 앞에 놓여진 아직 채 시들지 않은 꽃들을 보고 있으니, 하늘로 간 사람을 그리워하고 기도하는 남아있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느껴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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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내가 만약 죽게 된다면.’ 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나를 그리워하고 마음에 새길 나의 사람들의 얼굴들을 떠올리니 눈물이 핑하고 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내 삶에서 인연이 닿았던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린다. 몸은 떠나 이별을 한다 해도 그 기억은 영원히 남는다. 기억 속 눈 코 입이 흐려진다 하더라도 그 추억은 영원히 남는다. 사람들에게 영원히 남겨질 내가 아름답고 싶다. 언뜻 스치듯 나를 떠올린다 해도 잔잔히 미소 지을 수 있게 남겨지고 싶다.  덕분에 짧지만 지나간 인연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고, 또 그들에게 다시 한 번 더 감사함을 느꼈고, 한 번 더 용서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며, 미움이지만 추억으로 가지고 가려는 마음을 더 다질 수 있었다. 레콜레타 묘지에는 하늘로 간 사람들의 초상을 통해 나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다시 한번 되짚고 마음잡을 수 있는 시간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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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텔모 벼룩시장의 음악’
Buenos Aires, Argent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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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텔모 거리풍경

 

‘San Telmo market’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일요일마다 큰 벼룩시장이 열린다. 작은 핸드메이드 제품에서 옷, 음식, 그림, 중고품 등 그 종류도 참 다양하다. 그리고 그 거리에서는 음악이 끊이질 않는다. 물론 탱고음악도 들리지만, 자유롭게 만들어내는 거리의 라이브 음악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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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 Telmo musicians, Buenos Aires, Argentina

 

음악은 참 신기하다. 특히 이렇게 정해진 것 없이 자유로운 연주가 흐르는 음악. 거리의 연주가들은 그냥 서로의 눈빛과 느낌만으로 연주를 이어가고 만들어낸다. 탱탱볼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긴장감과  향기롭게 늘어나는 치즈 같은 먹음직스러운 여유가 공존하는 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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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텔모시장에 찾은 한국국기와 함께

 


‘바릴로체 버스터미널, 히치하이킹 파트너를 찾다.’
Bariloche, Argent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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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릴로체

 

남미의 스위스라 불리는 아름다운 도시 바릴로체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이어 나의 아르헨티나 여행의 두 번째 여행지가 되었다.
볼리비아까지는 몰랐었는데, 아르헨티나로 내려오니 이동할 때마다 버스비가 장난이 아니다. 땅덩어리가 워낙 크다 보니 당연히 이동거리와 시간이 길어, 그에 비례하여 버스비가 비싼 것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버스 상태도 좋은 편이고 종종 식사도 제공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한 번의 이동을 위해 거의 10만원에 가까운 버스 비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있을 아르헨티나, 칠레, 브라질 여행이 벌써부터 걱정이 되었다. 그렇다고 위험하다는 남미에서 목숨을 걸고 혼자서 히치하이킹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바릴로체 이틀째, 이 후에 어디로 이동할지 고민을 하다가 버스 스케줄과 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갔다. 빙하를 볼 수 있다는 엘 칼라파테라는 도시로 바로 이동할까 라는 생각에 터미널에서 엘 칼라파테로 가는 버스가 있는 오피스를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터미널 가장 구석에 위치해 있는 작은 오피스에 갔다. 내 앞에는 중국인인지 일본일인지 모를 동양여자 분이 직원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고 있었고, 나는 그 뒤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곧 내 순서가 되어 직원에게 엘 칼라파테로 가는 버스가 얼마냐고 물었다. 나는 스페인어 못했고, 이 직원도 영어를 잘 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충 아는 스페인어 단어로 질문을 힘겹게 이어나가야 했다. 그런데 내 앞에 있었던 그 동양 분이 나를 살짝 보시더니, 한국 사람이냐고 묻는다. “네, 저 한국 사람이에요!”

타지에서 만난 한국 사람끼리는 서로의 국적을 확인한 이후부터는 절절한 사이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리는 터미널에 있는 의자에 앉아 얘기를 나눴다. 여행은 혼자 하는 중인지, 어디어디를 여행하고 여기에 왔는지, 다음 이동 지가 어디인지 그리고 이름이 뭔지. 그 분의 이름은 보경. 나이는 30대 후반이었다. 보경언니도 장기여행 중이었고, 친구가 있는 콜롬비아로 가기 전에 남미를 혼자 여행하고 있었다.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비싼 버스비에 대한 주제로 이어졌다..


“여기는 너무 버스비가 비싸요. 몇 번 버스 타고 돌아다니고 나면 거지되겠어요.” 내 말에 보경언니가 맞장구를 치며 말을 거든다.
“맞아, 너무 비싸. 내가 여행하다 만난 친구는 남미에서 몇 번 히치하이킹도 했다고 그랬었는데, 그러면 돈을 많이 아낄 수 있을 텐데 말이야.” “히치하이킹이요? 남미에서요?” “응, 그 친구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올 때 히치하이킹 했었다고 그랬었거든. 히치하이킹해본 적 있어?” “네, 유럽에서 대충 7,000Km 정도 했었어요.” “정말? 대단하다. 남미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쵸. 남미도 할 수 있겠..죠? 우린 두 명이니까?” 나도 모르게 ‘우린 두 명이니까,’라는 말을 던지며 히치하이킹 도전의 불씨를 지펴버리고 말았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위험하다는 남미에서 목숨을 걸고 나 혼자 유럽에서처럼 히치하이킹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시기에 바릴로체에 와서, 오늘 이 시간에 버스터미널로 왔고, 가장 구석에 자리한 버스 오피스 앞으로 갔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마음이 딱 맞는 사람을 만났다. 더군다나 ‘남미를 히치하이킹으로 다니자.’는 의견에 동의하며 도전하겠다는 여성여행자를 만나기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우리는 말은 안했지만, 서로를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언니와 나는 계획을 짰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이동할 것인가.’


보경언니는 바릴로체에서 얼마 멀지 않은 칠레에 있는 섬, ‘칠로에’ 섬을 가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계획에 있었던 여행지는 아니었으나, 언니에게 들어보니 흥미가 갔다. 그런데 칠로에 섬으로 가는 지도를 보니 히치하이킹으로는 좀 복잡하고 버스가격을 알아보니 거리가 많이 멀지 않아 부담이 될 정도의 가격이 아니었기에 우리는 버스를 타고 칠로에 섬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히치하이킹 도전은 칠로에 섬 그 이후가 될 것이다. 목적과 목표가 같은, 겁 없는 두 여행자가 만났다. 남미 길 위에서 엄지를 들어 차를 잡아타고 가겠다는 무모한 도전을 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둘 조차도 어떤 일이 펼쳐질지 감히 예측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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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릴로체

 

 

‘칠로에 섬의 동화책’
Chiloé Island, Chile

 

칠레 남부에는 칠로에라는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섬이 있다. 섬에 들어서니 마치 한 동화책을 펼친 기분이 든다. 동화책 첫 번째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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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로에 섬에 있는 집들은 독특한 피부를 가지고 있다. 규칙적인 작은 나무 조각들이 겹쳐져 있는 모습이다. 이것은 물고기 비늘을 따서 만든 전통적인 칠로에의 집의 모습이다. 그 비늘 집을 ‘떼후엘라’라고 한다.

 

‘그의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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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oé houses, Chiloé Island, Chile

 

땅 위에 지어진 그는 소원이 하나 있었다. 그 소원은 사방으로 펼쳐진 푸른 바닷물에 한번이라도 들어가 자유로이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물속에서 헤엄쳐 움직이는 물고기들이 너무 부러웠다. 그는 매일 밤 신께 기도를 했고, 어느 날, 그 기도를 들은 신은 그에게 말했다. “너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곳을 마련해 주고 지켜줘야 하는 운명을 타고 태어났기에, 바다로 가고 싶어 하는 너의 소원을 들어 줄 수가 없구나. 대신 물고기가 되고 싶어 하는 간절한 너에게 물고기의 비늘을 선물로 주겠다.” 그는 신으로부터 비늘을 선물 받았고, 그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 뒤로 그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사람들에게 쉴 곳을 제공해 주고, 비바람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 주는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2013년 3월. 한국에서 한 동양소녀가 칠로에 섬을 방문했다.
그는 왠지 모르게 이 소녀라면 자신의 소원을 들어 줄 수 있을 것 가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소녀에게 말했다. “소녀야, 나는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가 되고 싶어. 지금 비늘을 가지고 있지만 꼬리가 없어 헤엄 칠 수가 없어.” 소녀는 그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에게 꼬리를 달아주었다. 그는 이제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었다. 그토록 꿈꾸던 바다 속 물고기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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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로에 섬의 수상가옥 ‘팔라피토스’ 목조로 지어진 집들이 나무말뚝 위에 옹기종기 올라 타있다. 칠로에 섬에서 볼 수 있는 수상가옥 ‘팔라피토스’이다. 소녀들의 수다 소리가 들린다. “아 차가워.” “야 너 치마 젖는다.” “잘 걷어 올리고 서있어.” “파도쳐도 쓰러지지 않으려면 다리에 바짝 힘주고 버텨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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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lafitos, Chiloé Island, Ch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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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은 소중한 옷이 젖을 세라 다리를 걷고 물에 서 있다. 가끔 바닷물이 빠져서 바닥을 들어내면 그때서야 조금 긴장을 풀고 젖은 다리를 햇볕에 말리기도 한다. 다시 물이 차면 모래 바닥에 발가락을 파묻고 다시 단단히 버틴다. ‘나는 칠로에 섬 동화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이 두 페이지를 몰래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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