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트래블 매거진 > 테마 스토리

테마 스토리

비트 문학과 ‘시의 의자’ - 샌프란시스코 직원 여행기

미주 · 미국 · 샌프란시스코

문화/명소

대한항공 직원 여행 이야기

2019.11.25 조회수404


0

샌프란시스코 서점 투어

 

시티라이츠 북스토어(City lights Bookstore, 이하 시티라이츠)는 샌프란시스코의 서점 중 가장 유명한 곳일 것이다. 앞서 방문했던 세 곳의 서점은 그냥 내 취향대로 선택한 곳이라면 이 곳은 세계 10대 서점을 꼽을 때 빠지지 않고 꼭 들어가는 곳이다. 1953년에 오픈하였으니 그 역사도 제법 길다. 바로 옆에 출판사도 함께 있다. 조그만 문을 열고 들어서 본다.

 

1

 

시티라이츠는 2층과 지하까지 총 3개 층에 걸친 제법 큰 규모의 서점이라 다양한 책을 갖추고는 있으나 문학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고, 이 중 비트 문학(Beat Literature)의 비율은 더 높다. 특히 2층은 시와 비트 문학만으로 오롯이 한 세계를 이루고 있다. 한 켠에 놓인 흔들 의자에는 아예 ‘시의 의자’라는 이름까지 붙어있어 이 곳에 몸을 기대고 늘어져 주구장창 시를 읽고픈 마음이 들게 한다. 왜 이런 특별한 공간이 자리하고 있을까 싶지만 시티라이츠는 비트 세대의 아지트이자 비트 문학의 산실 같은 곳이니 이런 구성은 이 곳의 정체성이나 마찬가지다.

 

2 

3 

4

 

‘비트 문학(Beat Literature)’이란 말 그대로 직역하자면 '기진맥진한, 짓밟힌, 흠씬 두들겨 맞은, 패배한 문학'이다. '그냥 맞은'이 아니라 만신창이에 넝마조각이 되도록 '흠씬 두들겨 맞은' 문학. 이는 기성 세대들이 짜놓은 판 위에서 너덜너덜해진 4~5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절망과 패배 의식, 여기서 비롯된 허무주의와 향락주의 등을 포괄하는 것으로 통한다. 하지만 그 언제 젊은이들이 허무하지 않은 시대가 있었던가? 과연 그런 분위기가 그 당시의 미국에만 통하는 것일까? 지금은 딱히 비트 문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비트가 주류의 무대에서 낙오되는 일이라면, 결국 우리 모두는 현재 비트가 아닌가.

 

5

 

그렇지만 비트 문학에 크게 관심이 가지 않는다면 지하로 가자. 지하는 비문학과 어린이용 책으로 채워져 있다. 2층에 놓여있던 시의 의자와 매우 닮은 어린이용 의자도 중간중간 놓여있다. 저 의자에 앉아 책을 읽던 어린 아이가 어엿한 성인이 되고도 남았을 정도로 오래된 의자로 보였다. 서점 자체가 50년도 넘었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일 것이다. 서점의 지하 공간은 계단 옆까지 빼곡히 활용했는데 그 모습은 인테리어 잡지 속에서나 보았을 법한 모습이었다. 책의 수납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계단의 활용법. 계단이 있는 집에서 살게 된다면 탐날 법한 아이디어다.

 

6

 

그간 다녔던 샌프란시스코의 서점 중 이 곳에서 유일하게 독립 출판물스러운 출판물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미국은 독립 출판물 자체도 그렇고 작은 출판사들도 현저히 적다고 들었다. 작은 출판사들은 대개 대형 출판사의 임프린트 출판사이며 완전히 독자적인 경우는 드물다고. 잘은 모르겠으나 워낙 땅덩이가 크다보니 개인이나 소형 출판사일 경우에는 일단 물류에서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가짓수가 적은 만큼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그저 내 취향에 맞지 않아서인지 독립 출판물들은 그간 접해온 한국 것들이 훨씬 퀄리티 높게 느껴졌다.

 

7

 

환경이 다르고 세대가 달라서인지 비트나 히피(히피는 비트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정설) 철학이 피부에 그다지 와닿지는 않지만, 이런 사상들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것은 분명하고 시티라이츠가 그 문화의 정수임은 역사적 사실이니 샌프란시스코에서 꼭 한 번은 들러봐야 할 공간인 것 같다. 저물어 가는 햇빛을 한껏 머금은 서점은 5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반짝반짝 빛난다. 바쁜 일정의 이방인은 급히 떠나야만 해 ‘시의 의자’에서 넉넉한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 마냥 아쉽다.

 

8
 

당신 여행스타일에 맞는 천만 가지 여행상상 KALMASTER travel.koreanair.com

0byte / 800byte

※ 게시판 성격과 맞지 않는 글은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댓글 6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