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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와 모파상의『집 팝니다』 - 책 한권과 떠나는 두 손 가벼운 여행 11편

유럽 · 프랑스 · 파리

문화/명소

여행전문가 칼럼

2019.11.19 조회수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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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문화예술부 편집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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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 이런 타이틀을 여전히 ‘파리’가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 지금으로서는 잘 알 수 없지만, 물론 간단한 구글링을 통해 유명 도시들의 인기 등락을 한눈에 파악할 수야 있겠지만, 이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19세기 이후 ‘오스만의 파리’가 비로소 태어나면서, 이 가히 크지 않은 도시는 ‘근대의 수도’라는 영예로운 이름을 얻게 되었다. 한마디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세계 도시’의 모범이 되었고, 전근대적인 모든 악취와 어둠으로부터 완전히 표백된 듯한 지상의 유토피아를 과시하였다. 아마도 그 이후로 줄곧, 뭐, 세계 대전 등으로 커다란 상처를 입기는 하였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의 환상을 독점하다시피 해 왔다. 질서 정연한 계획 도시, 신고전주의 건축물로 가득 들어찬 환상적인 풍광과 센강, 에펠탑, 유리 피라미드, 몽마르트, 오페라, 졸라가 감탄하였던 백화점들…… 파리는 그곳 주민들의 애호와는 별개로, 전 세계 사람들의 꿈을 형상화한 듯한 테마파크로서, 바로 거기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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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좋아해서 프랑스어를 배웠고, 그런 인연으로 아무런 까닭도 없이 세 차례나 파리를 활보했다. 여름은 한 번, 공교롭게도 겨울에 두 번. 다들 유럽의 겨울은 ‘최악’이라고 서슴없이 떠들어 대지만(지난날의 비참한 예술가들이 살았을 법한 다락방에서라면 유럽의 겨울은 역시 ‘최악’이리라.), 실망부터 집어먹기엔 나름대로 멋이 있다. 낭만주의의 질풍노도에 대차게 얻어맞은 듯한 샤토브리앙의 머리카락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한겨울의 파리는 음침한 만큼 여러 가지 감상에 젖어 들게끔 한다. 우수(雨水)에 때 묻은 고색창연한 건물의 진면목을 느끼려면 아무래도 겨울이다. 잿빛으로 탈색된 뤽상부르 공원에서 습기 찬 한기에 휩싸여 샌드위치를 한입 뜯어 먹고 있노라면, 이게 바로 파리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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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사람들은 전부 에코백을 들고, 오로지 먼 동양에서 온 관광객들만 값비싼 명품을 온몸에 두르고 몽테뉴 거리로 몰려간다고 하는데,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쇼핑에 달리 취미가 없다면 루브르에 갈 테고, 에펠탑에 올라서 ‘인생 숏’을 남길 터다. 하지만 이 도시의 매력은 어디든 걸어갈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낯선 타지에서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버스를 타는 건 모험이고, 암흑뿐인 땅속을 달리는 지하철에 그다지 취미가 없다면, 두 무릎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열심히 걸어 보기를 권한다. 파리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계획도시라, 요즘 사람들에겐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종이 지도만 들고서도 어디로든 갈 수 있다. 무려 스마트폰의 힘을 빌린다면 배로 수월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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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겨울의 혜택일지도 모르겠으나, 추운 계절에, 서울의 추위로 단련된 우리라면 능히 파리 거리를, 이 한적한 골목골목을 마치 전세를 낸 양 걸어 다닐 수 있다. 가끔은 마네와 프루스트, 콜레트가 살던 시대에 완전히 멈춰 버린 듯한 파리가 마냥 신기하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린다면, 그야말로 카유보트의 그림 속으로 뛰어든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러다가 잠시 다리를 쉬게 하는 것이다. 여전히 잘 차려입은 남성들이, 제법 도도한 눈매로 주변을 살피며 에스프레소와 와인을 서빙하는 오래된 카페에서 말이다. 금전적 여유가 없다면, 차라리 식사를 패스트푸드로 해결하고 카페에서 망중한을 누려 보라고, 열렬히 권하고 싶다. 물론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이게 무슨 망발이냐고 나를 나무랄 수도 있겠지만, 걷기와 카페는 파리가 우리, 즉 관광객들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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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모파상의 단편집을 펼쳐 봐도 좋으리라. 물론 노르망디 출신이기에 순수한 파리 작가라고 칭할 수는 없을 테지만, 그가 그려 낸 갖가지 인간 군상을 보고 있노라면, 타임머신의 엔진이 갑작스레 성난 소리로 울부짖을 것만 같다. 기 드 모파상의 단편집 『두 친구』에 수록된 「집 팝니다」라는 작품을 보면 바로 이렇게 시작한다. “도보로 길을 떠난다는 것, 해 뜰 무렵 잔잔한 바닷가 들길을 따라 새벽이슬을 밟으며 걷는다는 것, 이 얼마나 황홀한 경험인가!” 물론 브르타뉴 해변에 관한 서술이기에 파리에는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으나, 파리를 찾은 여행객이라면 분명 비슷한 감상에 빠져들 것이다. 게다가 「집 팝니다」의 주인공이 느끼는 묘한 기시감, “어째서 나는 이 집을 보고 가슴이 설렜을까? 무엇 때문일까? 우리는 여행 중에 때때로 이와 같이 오래전부터 알았던 것 같은 경치에 맞닥뜨리는 수가 있다. 너무도 친숙하고 너무도 마음에 들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생각에도 사로잡히게 되리라.

파리를 걷는 내내, 우리는 그곳과 하나가 된다. 파리까지 와서 굳이 어딘가를 둘러봐야 한다고 애쓰지 말자. 파리 자체가 이미 목적이자 종착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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