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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스토리

이탈리아 포지타노 - 낮보다 특별한 여행지의 밤을 사랑한다면, 부티크 호텔 스테이케이션 7편

유럽 · 이탈리아 · 기타

휴양/레포츠 숙소

여행전문가 칼럼

2019.11.01 조회수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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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맹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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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걷고, 한참을 헤매고, 셀 수 없이 여러 번 멈추어 서서 벅찬 감동에 빠르게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는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잠자리는 그저 피곤한 두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이기만 해서는 안된다. 이국적인 밤의 소리와 낯선 공기를 듣고 맡을 수 있는 창이 난 침실, 주름 하나 늦잠 자고 싶은 마음을 자극하는 보송한 침대보. 집으로 돌아와 여행지를 떠올리면 에펠탑과 타워 브릿지와 콜로세움 옆 나란히 떠오를, 파리와 런던과 로마의 나의 집이 되어줄 수 있는 멋진 곳이어야 한다. 틀에 박힌 뻔한 구조와 물릴대로 물린 컨티넨탈 조식이 싫은 여행자는 숙소 선택에 신중하다. 감사하게도 요즘은 세계 각지에 독특한 컨셉, 개성 넘치는 정체성을 뽐내는 세련되고 트렌디한 부티크 호텔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체크인하는 순간부터 긴 비행의 고단함에서 정신을 들게 하고, 세심한 서비스에 감동을 받고 센스 넘치는 디테일에 감탄하게 만드는 특별한 호텔들. 평생 한 번은 꼭 와야 할 아말피 해안의 눈부신 맨션, 라 카사 디 페페 La Casa di Peppe를 소개한다.
* 부티크 호텔 Boutique Hotel: 고급 맞춤 의상을 뜻하는 프랑스 패션 용어 '오트-퀴트르 부티크 haute-couture boutique'에서 유래했다. 독특하고 개성있는 건축, 인테리어, 운영 컨셉, 서비스 등으로 대형 호텔들과 차별화된 소규모 호텔을 말한다. 디자이너(스) 호텔 Designer('s) Hotel, 콘셉트 호텔 Concept Hotel이라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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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쏙 드는 호텔에 묵을 때 우리는 ‘이곳에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동안 수 많은 호텔의 침대에 누워 여기가 집이라면, 하고 꿈꿨던 적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요즘에는 ‘호캉스’, ‘스테이케이션’이라는 풍조가 유행할 정도로 호텔에서 사는 것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감사하게도 나는 이탈리아 남부의 작은 부티크 호텔에서 이 꿈을 잠깐이나마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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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바쁜 성수기에도 방이 있냐고 물어보면 널 위한 방은 언제든 있다고 말하는 가족 같은 친구가 호텔의 주인이다. 처음 묵던 날 술을 진탕 마시고 들어와 소란을 피운 다른 투숙객 때문에 호텔에 묵던 다른 모든 손님들과 아페롤 칵테일을 마시며 친목을 다지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가에서 물장구를 치며 보내던 일주일이 지난 후 나는 이 호텔에 단단히, 확실하게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는 거의 매년 며칠씩은 이 곳에서 여러 계절을 보냈다. 로마에서 당일치기 남부투어로 1시간 잠깐 머물렀다가 떠나는 한국사람들 말고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겨울 시즌의 포지타노와 벌써 해수욕을 해도 괜찮을 봄과 초여름, 파라솔을 더 이상 꽂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해변이 미어 터지는 여름 바캉스 시즌, 그리고 낙엽이 지고 페페네의 100년도 더 된 화덕에서 피자를 구워 야식을 먹는 가을까지. 이 호텔에 그렇게 자주 오며 나는 여러 객실에 차례로 묵으며 호텔 구석구석과 친해졌다. 뿐만 아니라 조식을 만드는 요리사와 침대보를 갈아주는 하우스키퍼와 일주일에 한두번씩 오는 정원사들과 챠오, 인사를 나누고, 그들은 나를 Ms. Maeng이 아니라 ‘지나’라고 친근하게 불러주는 사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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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네 집’이라는 이름의 이 부티크 호텔은 페페의 어머니가 지역 유지인 아버지 와 결혼하며 마돈나의 의상 디자이너로 일했을 때 번 돈으로 구입한 맨션이라고 한다. 페페는 본인이 나고 자란 집을 결혼하여 이탈리아 북부로 이사간 두 누나의 방과 돌아가신 아버지의 서재, 헬스장으로 쓰던 공간 등을 모두 리모델링하여 7개의 스위트룸이 있는 부티크 호텔로 탈바꿈시켰다. 지금은 모든 객실에 프라이빗 테라스가 있지만, 내가 이 카사 디 페페에 갔던 해에는 이례적으로 페페가 객실 한 개를 4개 침대가 들어가는 도미토리로 운영했던 때였다. 지금은 럭셔리한 이 부티크 호텔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띠고 있어, 여유있는 연인들과 부부들이 주 고객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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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타노 메인 시가지(라 해도 걸어서 15분이면 전부 볼 수 있다)는 걸어서 10분 남짓. 절벽에 위치하여 조식을 먹을 때 아름다운 산타 마리아 아순타 성당 Chiesa Santa Maria Assunta과 아말피, 나폴리, 카프리 섬으로 가는 보트 선착장의 파노라마 뷰가 한 눈에 들어온다. 한참을 넋을 놓다가 조식 시간이 끝나버릴 정도로 황홀했던 이 뷰는 수 년동안 해마다 보다보면 익숙해져, 이제는 집 같은 포근한 기분을 주는 장면이 되었다. 스위트의 레노베이션과 자쿠시 공사를 지켜보고, 새로 심은 레몬 나무가 열매를 맺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메인 해변보다도 페페네 호텔에서 뒷골목 계단으로 내려가면 나타나는 포르닐로 해변 Spiaggia Fornillo를 더 자주 찾게 되었고, 초코 크로와상을 맛있게 굽는, 가장 좋아하는 카페가 생겼고, 영업이 거의 끝나가는 시간에 찾아가면 돈을 받지 않고 파라솔을 내어 주는 동네 친구들이 생겼다.
트렌치 코트를 벗어 걸어 놓고 수영복을 꺼내는 시기가 되면 나는 어김없이 페페네를 떠올린다. 이탈리아 남부의 내 집이라 부를 수 있는 하얗고 럭셔리한 그 맨션은 잘 있을까, 내 이름을 잊기 전에 조만간 또 가봐야 할텐데,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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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
La Casa di Peppe Guest House & Villa – Positano
Via Fornillo 24, 84017 Positano SA, Italy
www.lacasadipeppe.com

 

▶ TIP
여름 성수기에는 예약이 굉장히 빨리 찬다. 여름 휴가로 이탈리아 남부를 계획하고 있다면 일찌감치 예약하도록. 라 카사 디 페페뿐 아니라 포지타노의 모든 숙소가 그렇다. 포지타노는 이탈리아 남부에서 가장 숙박 예약이 어려운 동네로, 아말피나 소렌토에 비해 호텔의 수도 적고 숙박비도 더 비싸다. 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일부러 포지타노에 숙소를 잡을 정도로 낮과 밤 모두, 아말피 해안의 다른 동네에 비해 훨씬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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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이탈리아 남부 여행 이야기는 맹지나 작가의 <그 여름의 포지타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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