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트래블 매거진 > 테마 스토리

테마 스토리

스페인 세비야 - 영혼을 채우는 멜로디가 울려 퍼지는 유럽의 특별한 공연장 7편

유럽 · 스페인 · 세비야

문화/명소

여행전문가 칼럼

2019.10.23 조회수121


0

여행작가 맹지나 

 

11

 

일분 일초가 아쉽고 아까운 여행 중 두세시간을 할애하여 공연을 보러 간다는 것은 그 티켓이 얼마인지와는 상관없이 엄청난 사치다. 그러나 그럴 가치가 있을 정도로 여행지에서의 공연은 더 없이 특별하다. 말끔히 차려 입고 찾는 대형 공연장이든, 매일 길에서 펼쳐지는 소박한 공연이든, 현지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순간을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우연히 오페라 한 소절, 발레 음악 한 마디를 듣고 파리와 밀라노를 떠올리며 설렐 수 있는 감격스러운 추억을 만들러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사랑을 담뿍 받아온, 셀 수 없이 많은 커튼콜을 올리고 내리며 박수 갈채를 받아온 유럽의 무대들을 찾아 느낀 감동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소문난 맛집을 찾는 것과 여행지를 대표하는 명소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것보다 어쩌면 더 기억에 오래 남을, 마음을 더욱 깊게 울리는 순간이다. 이베리아 반도의 흥이 넘쳐 흐르는 플라멩코 무용 박물관 Museo del Baile Flamenco에서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며 환호했던 밤을 소개한다.

 

4

2

 89 

 

우연히 보게 되는 공연들도 좋지만, 작심하고 찾아가 기어이 보고 마는 공연들의 감동은 어마어마하다. 세비야에서는 플라멩코 공연을 꼭 보리라 마음먹었었다. 투우와 함께 스페인 남부를 대표하는 문화로, 플라멩코는 자유로운 영혼 집시들이 창시한 열정의 결정체며 세비야는 그 빌상지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화가 중 한 명인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Rodriguez de Silva Velazquez를 낳은 도시 세비야는 고대 이베리아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은 이민족이 자취를 남긴 지역으로 이슬람과 기독교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문화적 특징을 띈다. 역동적이고 다양한 색을 가진 매력 넘치는 안달루시아Anadalucia의 대표 도시다. 펄럭이는 플라멩코 무용수의 치맛자락에 고취되어 발을 구르고자 기차를 여러 시간 타고 세비야로 이동해 여장을 풀었다.

 

5

3

67


세비야를 여행했던 여름은 덥고 더워, 오후 두시부터 다섯시까지 모든 문과 창문을 걸어 닫고 그늘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스페인의 전통 문화 시에스타 Siesta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천금 같은 여행 시간을 뺏기는 것 같아 싫었는데, 이틀 해보고 나서 이것이 내 몸에 최적화된 생활 패턴임을 깨달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여행하고 고단해진 몸을 점심을 먹고 바로 쉬게 해주면 새벽 두세시까지도 거뜬하게, 문제없이 놀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에너지 넘치는 흥부자 스패니시들이 괜히 오후의 두 세시간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새벽 서너시까지 끄떡없는 이들의 긴 밤을 위해 영리한 시에스타가 존재하는 것이다.

 

10

1

 

그렇게 오후를 쉬고나서 한풀 기세가 꺾인 태양과 다시 만나 산타 크루스를 걸었다. 동맹의 광장Plaza de la Alianza 반경 1km 정도에 해당하는 옛 유대인 거주지인 산타크루즈 지구 Barrio de Santa Cruz는 유대인들과 귀족들이 살던 곳으로, 예쁜 안달루시아 가옥들이 즐비한 분위기도 여유롭고 카페나 레스토랑들이 많아 식사를 하거나 좀 더 천천히 여행하기 적합하다. 또 이 동네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타블라오스들이 위치하여 있다. 스페인에서 플라멩코 공연을 볼 수 있는 공연장으로는 타란토스와 타블라오, 2가지가 있다. 타란토스Tarantos는 보다 수준 높은 플라멩코를 볼 수 있는 무대고, 타블라오Tablao는 이보다 더 대중적이고 식사나 음료를 함께 하며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세비야에서는 타란토스와 타블라오가 아닌, 플라멩코 무용 박물관에서 공연을 보기로 했다. 플라멩코의 역사, 그 발자취를 훑어보고 1층 무대로 내려가 공연을 보는 것이다. 여느 타블라오보다도 훨씬 객석과 무대가 가까워, 1열에 앉아서 본 나는 머리를 풀어헤친 남성 무용수가 격하게 턴을 할 때마다 땀방울을 여러 차례 맞았다 (이러한 이유로, 1열은 추천하지 않는다).

 

12

13

14

15

16

 

스페인 사람들의 흥을 오롯이 담아내는 멋진 공연예술 플라멩코는 노래와 기타, 춤으로 구성되어 있고, 의상과 멋진 헤어스타일이 그 열정을 돋우는데 한 몫 한다. 최신 기술이 도입되어 관람객들이 만지고, 듣고, 볼 수 있는 알찬 전시를 마치고 공연 시간에 맞추어 내려와 무대 앞에 앉았다. 무용수의 시원스런 걸음으로 서너 발자국 움직이면 무대를 가로지르고도 남을 정도로 크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관객들을 매료시키에는 충분하다. 조명이 꺼지고, 기타 연주자 한 명이 나와 빼앗길 준비가 되어 있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서정적인 선율에 취해있을 무렵 가수가 나와 노래를 하고, 남자 무용수, 여자 무용수의 솔로와 두 무용수의 듀엣 무대로 이어지는 알찬 구성이었다. 리듬은 느려지고 빨라지기를 반복하고,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가 함께 환호하며 손뼉을 치다가, 휘몰아치는 공연의 페이스에 조금도 집중을 느슨하게 할 수 없었다. 바닥이 부서질 기세로 스텝을 밟는 두 무용수의 눈빛에는 희로애락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손가락 끝까지 에너지를 불어넣어 혼신의 힘을 다한 네 명은 세비야에서의 첫 밤을 완벽하게 만들어 주었다. 

 

▶ 플라멩코의 발산지, 세비야를 좀 더 여행해보자
1893년 산 텔모 궁전 정원의 반을 세비야시에 기증한 마리아 루이사 왕비의 이름을 붙인 마리아 루이사 공원 Parque de Maria Luisa 은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Il Barbiere di Siviglia>의 배경이 된 곳이며, 이 공원에 위치한 웅장한 반원 모양의 극장식 건축물이 둘러싸고 있는 시원하게 트인 에스파냐광장 Plaza de Espana 은 김태희가 CF 속에서 플라멩코를 추던 곳이다.

 

▶ INFO
Calle Manuel Rojas Marcos, 3, 41004 Sevilla
www.museodelbaileflamenco.com
매일 10:00~19:00, 공연은 17:00, 19:00, 20:45
+34 954 34 03 11

 

TIP
매일 열리는 플라멩코 공연들도 엄청나지만, 더욱 더 특별한 공연이 열릴 때는 바로 2년(짝수 해)마다 열리는 세비야의 테아트로 데 라 마에스트란사Teatro de la Maestranza의 플라멩코 예술 비엔날레La Bienal de Flamenco de Sevilla 기간이다. 보통 9월 초중순으로 약 3주간 진행되며 여행 기간과 겹친다면 홈페이지에서 프로그램을 확인해 보자 (www.labienal.com).

당신 여행스타일에 맞는 천만 가지 여행상상 KALMASTER travel.koreanair.com

0byte / 800byte

※ 게시판 성격과 맞지 않는 글은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댓글 1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