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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시엠립과 주달과의 『진랍풍토기』 - 책 한권과 떠나는 두 손 가벼운 여행 9편

아시아 · 캄보디아 · 시엠립

문화/명소

여행전문가 칼럼

2019.09.11 조회수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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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문화예술부 편집 담당

 

가급적이면 대한항공을 타고 갈 수 있는 데만 고려하기로 하였으나(대한항공의 자매 항공사에서 이 노선을 운영 중이니 아마 큰 결례는 아니리라.), 어쨌든 최후의 순간(?)이니만큼 이곳, 크메르 제국의 수도 시엠립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앙코르와트, 앙코르톰 등 크메르 제국의 유적은 너무나도 유명해서, 마치 전생에 거기 살았던 게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뇌리에 깊이 각인돼 있다. 유명 액션 영화뿐 아니라 다큐멘터리, 잡지 등에서도 심심찮게 마주칠 수 있다. 물론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를 보면서, 뭐랄까 로맨틱하고 애틋한 분위기에 사로잡히기도 했지만, 여하튼 시엠립은 동남아시아 문명의 뚜렷한 전형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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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시엠립도 내게는 운명의 장소라서 두 번이나 방문했다. 심지어는 오래 머물기도 했다. 그러면서 동남아시아 내륙의 불타는 듯한 열기를 비로소 깨닫게 되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여전히 다시 찾고 싶다. 공항은 크지 않지만 캄보디아 전통 양식으로 건축되어서 첫인상부터 굉장히 이국적이다. 게다가 항공기와 공항이 바로 통하지 않아서, 무조건 직접 내려서 이동해야 하는데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야생의 지평선과 습한 열기가, 와! 여기가 시엠립이구나, 하는 실감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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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톰의 바이욘 자야바르만 7세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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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이 맞다면, 공항 앞 로터리 중앙에, 크메르 제국의 위대한 황제 자야바르만 7세의 좌상이 놓여 있다. 그는 불교를 고취하여 크메르 제국을 부흥시키고, 우리가 잘 아는 앙코르톰을 건설한 걸출한 지도자였다. 시엠립 관광의 시작과 끝에(물론 육로로 이동한다면 다를 수 있겠으나), 그가 버티고 서 있다는 건 참으로 상징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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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툭(Tuk Tuk)

 

툭툭이라 해야 하나, 이른바 오토바이 택시를 대절하여 드넓은(정녕 까마득한 평지 곳곳에 사원과 각종 시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앙코르 유적을 둘러볼 수 있다. 물론 시작은 앙코르와트이리라. 누구나 이걸 직접 마주하기 위해서, 이 철철 끓는 대지를 찾는다. 원래 땅이 무른 캄보디아에 이토록 거대한 사원을, 전부 돌로 축조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계획이었다. 실제로 파도에 휩쓸리는 모래성처럼, 이곳 앙코르와트도 수차례 붕괴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느 천재의 솜씨인지, 사원 자체를 물 위에 쌓아 올려서 모든 문제를 타계했다고 하는데, 놀라움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원 자체에 대한 찬사야, 바다에 소금 한 숟가락을 더하듯이 불필요한 일이겠으나, 정말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서는 그 정교하고 신묘한 재주를 달리 무어라 표현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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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앙코르톰으로 향한다. 보통 이곳을 두 번째 하이라이트라고 하는데, 이제 말하려는 주달관의 『진랍풍토기』와 함께한다면 그야말로 클라이맥스라 할 만하다. 주달관은 원나라의 사신으로서 크메르 제국의 수도 앙코르톰을 방문하였다. 그가 1296년에 도착했으니, 이미 자야바르만 7세의 시대가 지나고 인드라바르만 3세가 치세할 때다. 인터넷 시대에도 경이로운 이 유적을, 무려 어떠한 쇠락의 징후도 없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잘 정돈된 상태에서 마주하였을 테니, 당시 주달관이 느꼈을 감격이 어떠하였을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특히나 그가 제법 정직하게 묘사한 앙코르톰의 장관은, 이젠 상당히 파괴되어 폐허의 우수(憂愁)를 지닌 오늘날의 그곳과 현저한 대조를 이루면서, 우리 상상력에 활기 가득한 자양분을 공급한다. 그중에서도 도시로 진입하는 대로, 너른 해자를 가로지르는 다리, 선신과 악신이 줄다리기를 하는 그 난간의 정교한 모양새를 비교적 세부적으로 적어 뒀는데, 흔들리는 툭툭을 타고 과거의 영광을 잃은 그 길을 달리다가, 문득 주달관의 그 글을 떠올리면 마치 모든 것들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그러한 경험은, 앙코르 유적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조차 쉬이 매혹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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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중앙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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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달관의 기록 덕분에, 크메르 제국의 수도를 생생히 체험할 수 있었다. 이는 여행 중 잠깐의 여유를 부려, 가벼운 책을 벗 삼아 한숨을 돌리는 일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진랍풍토기』는 거의 800여 년의 시간을 내달려, 시엠립 곳곳에 산재해 있는 크메르 제국의 유적을 (비록 문자일 뿐이지만) 총천연색으로 하나하나 일러 준다. 그 어떤 가이드북도 세월을 뛰어넘어 과거의 영화(榮華)를 가르쳐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이라면, 그리고 여행지가 시엠립이라면 이 모든 기적이 가능하다.

 

분명 두 손 가벼운 여행일 테지만, 그 경험의 무게만큼은 예사롭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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