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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만나는 중남미, 라틴아메리카 15편 – 멕시코의 북쪽: 로스 카보스, 라 파스와 치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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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전문가 칼럼

2019.08.14 조회수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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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음악기행> 저자 장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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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 칼리포르니아 수르 주의 주도 라 파스(La Paz)로 지는 해


라틴아메리카의 남쪽 끝이 남극을 바라보는 청정의 땅이라면 라틴아메리카의 북쪽 끝은 현실의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갈등의 땅, 미국과의 국경이다. 미국 남부의 캘리포니아, 텍사스, 뉴 멕시코, 애리조나, 네바다, 유타 등이 19세기 중반까진 멕시코의 영토였기에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은 장막을 세운다고 간단하게 단절될 수 있는 공간도 아니다.

미국 남쪽에는 그 땅이 미국이 되기 전부터 뿌리 내리고 살아온 멕시코 계 주민들이 존재하고, 그들은 스페인어를 쓰고 가톨릭을 믿으며 자신들이 멕시코인이자 미국인이라 생각한다. 멕시코에 있는 친척들과도 자유로운 왕래를 원하기 때문에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은 계속해서 이동하고 소통해야 하는 공간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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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북부의 공업 도시 몬테레이, 멀리 보이는 산꼭대기의 특이한 모양이 몬테레이 시의 상징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멕시코 북쪽 지역은 ‘미국화’된 지역이라는 편견이 멕시코 내에서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도시들로는 한국인들도 많이 사는 부유한 공업 도시 몬테레이, 치와와, 국경 도시인 시우다드 후아레스와 티후아나 등이 있다. 
 
미국의 샌디에고와 티후아나가 머리를 맞대고 있는 ‘바하 칼리포르니아’ 주는 스페인어로 ‘아래의 캘리포니아’ 라는 의미로, 실제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멕시코 땅이었던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남쪽 아래에 있는 긴 반도이다. 워낙 길어서 북쪽 주와 남쪽 주로 나눠져 있는데, 북쪽 주의 수도는 멕시칼리이고 남쪽 주의 수도는 ‘평화’를 뜻하는 ‘라 파스(La Paz)’ 시이다. 그리고 반도의 남쪽 끝에는 태평양쪽의 대표 휴앙지인 ‘로스 카보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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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 칼리포니아 수르 주 남쪽 끝에 위치한 로스 카보스의 카보 산 루카스 풍경


여름의 라 파스는 일년 내내 기온이 온화한 멕시코시티에서 살다 온 사람들로서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덥고 뜨겁다. 게다가 온 사방이 메마른 평원으로 선인장들이 마네킹처럼 서 있는데, 집이나 상가도 그 넓은 평원에 드문드문 등장한다. 복잡한 도시에서 사람들과 지지고 볶으며 지내다가 라 파스에 떨어지니 시야가 탁 트이고 여유로운 느낌이 들어 좋긴 했다. 그런데 자가용이 없으면 한번씩 이동할 때마다 막막하기 그지 없다.   

라 파스에서 반도의 끝을 향해 차를 몰고 쭉 가면 대규모 휴양 도시인 로스 카보스가 나온다. 그리고 여정의 중간에 그룹 이글스의 팝송 <호텔 캘리호니아>로 유명한 토도스 산토스(Todos Santos)란 작은 동네에 들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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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스의 명곡 <호텔 캘리포니아> 가사의 배경이 되는 곳이라 알려져 있는 토도스 산토스.

그런데 떠도는 소문일 뿐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로스 카보스(Los Cabos)’는 우리말로 ‘곶들’이란 뜻인데, 바하 칼리포르니아 반도의 두 끝, 산 호세 델 카보(San José del Cabo)와 카보 산 루카스(Cabo San Lucas), 그 두 개의 곶들과 그 주변을 합쳐서 ‘곶들’ 이란 의미의 ‘로스 카보스’라 부르는 것이다. 미국과 가까워 미국인 관광객들을 주 타켓이 되는 휴양지로 국제 공항도 있고 주변에 큰 호텔들이나 리조트 지구들이 즐비하며 2012년에는 제7회 G-20 정상회의도 개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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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보 산 루카스의 휴양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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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호세 델 카보 쪽의 호텔존


그러나 사실 로스 카보스는 ‘꿈’ 같은 곳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인공적인 파라다이스에 다름 아니다. 현실의 멕시코 북쪽 지역을 알고 싶으면 강아지 종류부터 생각나는 치와와 쪽으로 가보는 게 좋다.

치와와는 멕시코 혁명 때의 영웅이었던 판초 비야의 근거지였기 때문에 그의 집과 박물관 등 많은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또 치와와에서 태평양 횡단 기차 ‘체페 (CHEPE)’를 타면 멕시코의 그랜드 캐니언 셈인 ‘바랑카 델 코브레’ 를 거쳐 시날로아 주의 로스 모치스까지 갈 수 있다. 또 치와와에서 북쪽 방향으로 버스를 타면 미국의 엘 파소와 맞붙은 국경 도시인 시우다드 후아레스까지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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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와와는 작은 강아지 종류 ‘치와와’의 본산지이다, 멕시코의 유명한 코미디 캐릭터인 차풀린 콜로라도의 복장을 한 치와와 동상


치와와에서 나를 맞는 것은 다양한 형태의 치와와 강아지 동상들, 그리고 미국의 카우보이 비슷한 복장의 남자들이었다.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가죽 잠바와 청바지를 입고 코가 뾰족한 부츠를 신은 남자들이 길거리에 즐비했는데 이런 복장은 멕시코 북쪽의 음악인 ‘노르떼뇨 (Norteño)’ 음악의 반다 멤버들의 복장이기도 하다.

멕시코 중부 지역에서는 파티에 마리아치들을 초대해 연주를 시킨다면, 멕시코 북부에서는 영어의 밴드(Band)에 해당되는 ‘반다(Banda)’를 불러 생음악을 즐기는데, 반다가 연주하는 노르떼뇨 음악은 수자폰을 비롯해 금관악기를 많이 쓰는 것이 특징이고 멜로디는 주로 아코디언이 연주한다. 최저음을 내는 대형 금관악기인 수자폰이 내는 ‘쿵-짝 쿵-짝’하는 특유의 리듬을 자꾸 듣다 보면 어느덧 노르떼뇨 음악에 중독이 되어 버리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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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의 협곡’이라는 뜻의 바랑카 델 코브레 (Barranca del cobre)


치와와에서 출발하는 치와와-태평양 기차(일명 CHEPE)는 비교적 고급 기차로 기차표도 비쌀 뿐 아니라 겨울이면 산에 눈이 쌓일 정도로 추운 치와와의 날씨에 맞추어 1등석 칸엔 히트도 들어온다. 하지만 치와와에서 종점인 로스 모치스까지의 거리가 673km에 이를 만큼 멀기 때문에 기차 시간은 늘 연착되기 일쑤다.

1등 기차와 2등 기차가 있는데 2등 기차의 경우는 1등 기차를 먼저 보내고 출발하기 일쑤라 기차표에는 13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적혀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15~18시간이 걸린다고 봐야 한다. 멕시코 북쪽 중앙에 있는 치와와에서 중부의 태평양 바다 가까이에 위치한 시날로아 주의 로스 모치스까지 가기 때문에 눈 쌓인 치와와에서 무더운 로스 모치스까지 점점 변화하는 자연과 기후를 차창 밖으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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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와와-태평양 기차를 타고 가다 잠시 내려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


중간에는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 비슷한 협곡인 ‘바랑카 델 코브레’가 있어 거기에 내려 협곡을 감상한 뒤 근처 마을인 크레엘(Creel) 에서 숙박한 뒤 그 다음날 다시 기차를 타도 되는데, 바랑카 델 코브레는 아직 관광 상품이 많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협곡을 즐기는 게 쉽지는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지역은 타라우마라(Tarahumara) 원주민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멕시코 원주민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하고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타라우마라 인들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일단 멕시코시티나 마야인들이 사는 곳과는 달리 한국의 한 겨울처럼 추운 멕시코 북쪽이다 보니 도대체 어떻게 겨울에 얼어 죽지 않고 살아 남는지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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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시우다드 후아레스 시와 미국의 엘 파소 시를 연결시키는 다리의 입구


청정한 아르헨티나 남부의 파타고니아에서 라틴아메리카를 여행해 올라오다 보면 결국에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미국으로 넘어가는 국경에 서 있게 된다. 치와와-태평양 기차를 타고 바랑카 델 코브레에 다녀온 뒤 치와와 주의 북단 시우다드 후아레스 행 버스를 탔더니 5시간여 후에 미국으로 건너갈 수 있는 국경 다리 근처에 도착하게 되었다. 

두 나라의 경계, 그리고 라틴아메리카와 앵글로 아메리카 두 문화권의 경계에 도착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 완전한 경계라는 게 있을까? 그 경계를 넘어 지금은 미국땅이지만 옛날에는 멕시코 땅이었던 엘 파소로 건너갔지만 거기도 여전히 라틴 음악이 흐르고, 스페인어를 쓰는 멕시코계나 라틴계 사람들도 많았다. 두 나라를 나눠놓는 다리를 넘어갔지만, 사실 또 두 나라를 연결시켜주는 다리이기도 했다. 그 다리를 통해 사람들도 경계를 넘어서 가고, 음악과 같은 문화도 경계를 초월해 전파되고 있었다.

그처럼 문화에는 벽을 쌓아 막을 수 있는 장벽이라는 게 없는 법, 음악을 함께 즐기는 마음으로 우리가 공생한다면 세계에 평화는 더 빨리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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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만의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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