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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리케의 『프라하로 여행하는 모차르트』와 미얀마 양곤 - 책 한권과 떠나는 두 손 가벼운 여행 7편

아시아 · 미얀마 · 양곤

문화/명소

여행전문가 칼럼

2019.07.22 조회수384


0 민음사 문화예술부 편집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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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 가 보셨나요? 대부분, 아뇨. 그런데 미얀마가 어디예요? 나도 그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내가 거기에 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없었다. 정말 우연한 기회로 친구가 꾀지 않았다면, 심지어 직항편이 없었다면 가 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으리라.

인도와 스리랑카, 태국과 말레이시아 그 사이에 위치한 나라다. 상상 이상으로 크고, 생각만큼 먼 곳이었다. 달리 아는 것도 없고, 들어 본 적도 없었기에 문명의 이기를 최대한 활용해서, 그야말로 막연하기만 한 미얀마에 관해 이것저것 살펴보았다. 과거, 태국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때 어렴풋이 읽었던 기억이 있었다. 태국을 공격하고, 또 공격하고, 호전적이고, 강대하고, 불심 지극하고……. 조지 오웰의 『버마 일기』도 한몫했다. 다만 그뿐이었다. 미얀마는 여전히 미지의 나라였고,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함없이 그러하다.


양곤에 도착했을 때, 한 친구가 경고한 대로 완벽히 ‘엉망진창’일까 봐 상당히 걱정했으나, 정녕 기우에 불과했다. 개도국의 운명이 다 비슷하듯,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가는 나라의 풍경은 단 몇 년 사이에 송두리째 바뀌곤 한다. 허접한 공항 풍경은 온데간데없고, 전반적으로 신식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일단 다행이었다. 입국장을 벗어나자마자 담배를 뻐끔뻐끔 태우는 운전사한테 절반은 억지로 이끌려 택시에 올라탔다. 흥정을 해 보려고 했으나, 여기서는 내가 아는 모든 언어가 소용없었다. 어쩌면 그쪽에서 흥정을 원하지 않았기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택시는 어둠 속을 미끌어지듯 달려, 차분하게 밤을 준비하는 양곤 시내를 거침없이 가로질렀다. 호수가 보였고, 우리 호텔도 곧 눈에 띄었다.


양곤에서의 일정은 무척이나 짧았다. 한낮의 태양이 도시 전체를 환하게 불태웠다. 쉐다곤 파고다에 가 보자고 했다. 이곳에서 달리 무엇을 보러 가겠는가? 아직 마천루를 찾아보기 어려운, 도로도 불비하고, 따라서 자동차도 (비교적) 많지 않은 이 도시에서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오로지 그 탑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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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리케의 『프라하로 여행하는 모차르트』는 굉장히 아름다운 노벨라다. 동시에 ‘예술가 소설’이라 할 만큼, 위대한 음악가 모차르트의 일생을, 아주 찰나적으로, 그러면서도 집약적으로 보여 준다. 마지막 대작, 「돈 조반니」의 초연을 앞두고 프라하로 향하는 모차르트 부부. 모차르트의 천재성은 정점에 이른 만큼 이미 대부분 소진되었고, 이 끝없고 지칠 줄 모르는 탕진은 그의 삶과 운명을 집어삼킨 지 오래다. 긴 여행의 피로를 삭이고자 잠시 들른 마을에서, 모차르트는 천진난만하게도 귀족의 광귤을 자기도 모르게 훔쳐 먹다가 붙잡히고 만다. 그러나 천재 음악가의 방문을 깨달은 귀족은 한나절 모차르트를 극진하게 대접하며, 음악과 인생 그리고 신작에 대하여 오랜 대화를 나눈다. 다들 이 영광스러운 저녁 시간을 기념하기 위해 여념이 없지만, 마침 결혼을 목전에 둔 오이게니만은 모차르트의 이야기와 음악을 들으며 정체를 알 수 없는 비애에 사로잡힌다. 바로 그의 죽음을 직감하였기 때문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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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다곤 파고다와 같은 위대한 작품(이것을 작품이라 해도 좋다면 말이다.)을 마주하면 나 또한 종잡을 수 없는 감정에 붙들리곤 한다. 숭고하다고 해야 할까? 기나긴 참도(參道)를 맨발로 걸어 올라간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참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높다란 계단을 넘자 거대한 황금 탑이 모습을 드러낸다. 미얀마의 불심이 정말 놀랍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이 무지막지한 규모는, 그 점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작은 불탑이 수천만의 불심으로, 바로 그들이 시주한 금으로 이만큼 거대해졌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점차 커지고 있다 하니, 먼 훗날 다시 이곳에 온다면 또 얼마나 감개무량할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마치 살아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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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필멸하는 존재다. 부처는 삼라만상의 본질을 꿰뚫어 봤고, 그것의 덧없음을 일러 주었다. 참된 삶은 부귀영화가 아니라, 이 모든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 해탈이다. 쉐다곤 파고다를 찾는 사람들은, 자신의 재물을 탑에 가져다 바치며 해탈을 꿈꾼다. 대지를 집어삼킬 듯 쏟아져 내리는 태양 아래, 지구상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쉐다곤 파고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모차르트를 마주한 뒤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던 오이게니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너무도 잔혹하게 아름다운, 쉬이 사라져 버릴 모든 것들에 대한 슬픔 혹은 기쁨. 바로 우리 존재가 지닌 불가피한 운명을 들려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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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곤에 산다면 매일 그 탑을 찾아가, 진정한 삶에 대해 숙고하고 또 숙고하리라. 그런데 서울에 살더라도 그럴 수 있다. 진정 중요한 것은 황금 탑이 아니라, 그것을 빚어낸 사람들의 마음가짐, 그리고 언젠가 끝내 사라져 버릴 존재들의 아우성일 테니까. 눈을 감으면 언제든 그 소리가 들려온다. 잔혹하게 아름다운, 필멸하는 생명들의 이야기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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