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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와 미국 뉴욕 - 책 한권과 떠나는 두 손 가벼운 여행 6편

미주 · 미국 · 뉴욕

문화/명소

여행전문가 칼럼

2019.06.17 조회수174


0 민음사 문화예술부 편집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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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는 뉴욕일 것이다. 내가 만약 외계인이고 지구를 침공해 온다면, 정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뉴욕으로 쳐들어갈 터다. 한때 파리가 그러했듯, 현재 뉴욕은 ‘지구의 수도’ 같은 인상을 준다.

뉴욕에 관한, 혹은 뉴욕에 의한 이야기는 너무나도 많다. 따라서 거기에 무엇을 더 첨언해야 할지 사실상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굳이 한두 해 살아 보거나, 하다못해 직접 가 보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이미 뉴욕에 대한 인상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그곳은 할리우드만큼이나 환상적이고, 어쩌면 환영 같기도 하다. 뉴욕이라는 이름을 가슴에 품고 두 눈을 감으면, 이미 무언가가 하염없이 메아리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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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내려서 맨해튼으로 오는 길은 달리 특별하지 않았다. 큰 여행 가방을 끌고, 비좁은 지하철을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어느새 타임스퀘어였다. 한겨울이라 추울 만도 했지만, 어쩐지 열이 났다. 저녁에 도착했던 터라, 아니 겨울이라 낮이 짧은 탓이었나? 여하튼 맨해튼은 벌써 어둠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나 결코 잠들지 않는 이 도시는 짙은 어둠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천 가지 광채를 몸에 두른 채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깊은 암굴에서 막 뛰쳐나온 나는 타임스퀘어 정중앙에서 시력을 잃을 뻔했다. 모든 것들이 내가 상상했던 그대로, 아니 더 어마어마한 규모로 일렁이고 있었다. 여기서 그대로 길을 잃어도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뉴욕은 도시다. 19세기의 파리가 그러하듯, 이곳은 20세기 도시의 전형이다. 어느 노랫말에 나오듯 뉴욕은 “콘크리트 정글”이고, 인간이 창조해 낸 여러 경이로운 성취 중 하나다. 현대 도시의 풍경, 정서, 인상은 모두 여기서 나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일까? 내가 처음 뉴욕에 도착했을 때 느꼈던 ‘두근거림’은, 뭐랄까 완전히 색다른 것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원본을 마주한 감각이라고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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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감수성을 가장 잘 포착해 낸 인물을 꼽으라면, 역시 F. 스콧 피츠제럴드다. 몇 차례 영화화된 바 있는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의 작가 말이다. 192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이뤄지지 않은 사랑을 둘러싼 드라마인 동시에 이뤄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비망록이기도 하다. 『위대한 개츠비』의 화자이자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닉은 뉴욕 외곽에 집을 구하고, 바로 그곳에서 어딘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이웃과 어울리게 된다. 그는 매일 밤 지폐로 담뱃불을 붙이고 샴페인으로 샤워를 할 만큼 막대한 돈을 물 쓰듯 탕진해 가며 성대한 파티를 연다. 아무도 그의 실체를 알지 못하지만, 정확하게는 알고 싶어 하지도 않지만, 다만 파티의 여흥에 취해 흥청댈 뿐이다. 그런 와중에 닉은 점차 개츠비와 친분을 쌓게 되고, 마침내 그가 자신의 사촌 데이지와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보잘것없는 신분, 가난 때문에 데이지와 이별할 수밖에 없었던 개츠비는 악착같이 성공하여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났고, 닉은 묘한 균열을 감지한다. 이를테면 개츠비는, 데이지와 남편이 사는 저택 건너편에 자기만의 성을 짓고, 매일 밤마다 파티를 열며 그녀를 향해, 긴긴 세월 동안 단 한 순간도 멈춰 본 적 없을 손짓을 해 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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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 직전의 뉴욕은 흘러넘치는 부(富)로 연일 거드럭댔다.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으리라 여겨졌고,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었다. 피츠제럴드도 매일 술에 취해 파티를 즐겼고, 새벽에 귀가하면 다시 돈을 벌기 위해 단편 소설을 써냈다. 수중에 쉽게 들어온 돈은 너무도 허망하게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괜찮았다. 돈은 곧 다시 들어올 터였고, 이것이면 행복과 사랑조차 언제든 얻을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균열’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자본주의와 도금된 듯 반짝이는 도시 생활의 맹점, 그 찬란한 네온사인과 끝없는 어둠 아래 갇힌 우울과 고독. 피츠제럴드가 그려 낸 개츠비는, 바로 우리와 같은 도시 생활자의 모습이었다. 개츠비는 큰돈을 벌면, 다들 손쉽게 그러는 것처럼, 당연히 데이지와 그녀와 함께했던 순간들을 모조리 되찾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거의 이룰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번 흘러간 물에는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는 법이다. 심지어 발을 담그는 순간에조차, 흐르는 물은 이미 같은 물이 아니니까. 그래서 마침내 개츠비는 상실해 버린 것, 한평생 열렬히 바라던 것, 즉 사랑을 다시 손에 넣었는가? 아마 어느 누구도, 그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단언할 수 없으리라. 우리도 다만 이 도시를 방황하고 있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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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기만 하면 모든 것을 다 살 수 있고, 어쩌면 성공을 가져다줄지도 모르는 대도시. 피츠제럴드는 그런 세계의 영광과 환멸을 동시에 보여 주었다. 그는 뉴욕, 그리고 뉴욕을 닮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의 감수성을 정의했다. 우리는 맨해튼에서 도시 생활자의 숙명을 마주하게 되기에, 감격하고 또 우수에 젖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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