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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스토리

영혼을 채우는 멜로디가 울려 퍼지는 유럽의 특별한 공연장 3편 - 포르투갈 리스보아

유럽 · 포르투갈 · 리스본

문화/명소

여행전문가 칼럼 여행 TIP

2019.04.22 조회수336


0 여행작가 맹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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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분 일초가 아쉽고 아까운 여행 중 두세시간을 할애하여 공연을 보러 간다는 것은 그 티켓이 얼마인지와는 상관없이 엄청난 사치다. 그러나 그럴 가치가 있을 정도로 여행지에서의 공연은 더 없이 특별하다. 말끔히 차려 입고 찾는 대형 공연장이든, 매일 길에서 펼쳐지는 소박한 공연이든, 현지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순간을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우연히 오페라 한 소절, 발레 음악 한 마디를 듣고 파리와 밀라노를 떠올리며 설렐 수 있는 감격스러운 추억을 만들러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사랑을 담뿍 받아온, 셀 수 없이 많은 커튼콜을 올리고 내리며 박수 갈채를 받아온 유럽의 무대들을 찾아 느낀 감동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소문난 맛집을 찾는 것과 여행지를 대표하는 명소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것보다 어쩌면 더 기억에 오래 남을, 마음을 더욱 깊게 울리는 순간이다.

리스보아의 파두 박물관 Museo do Fado에서 심금을 울리는 한의 가락 파두를 배우고 부르고 마음 속 깊이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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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행이 그렇지만, 포르투갈 여행은 유난히 여행 전의 기대와 상상과 다른 점이 많았다. 준비를 꽤 많이 해가는 여행자이지만 동시에 나는 여행 중 만나는 새로운 것들을 두 팔 벌려 반긴다. 일정을 바꾸게 하고, 계획을 뒤엎게 만드는 모든 변수들을 환영한다. 리스보아에서는 스페인보다 백배, 천배 안전한 치안과 전 국민의 예술가화를 부르짖게 했던 아티스틱한 에어비앤비, 365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다양한 대구 요리의 변주와 3시간에 하나씩 입에 넣어주야 하는 에그 타르트 파스텔 드 나따가 그러한 변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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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보다 더 좋았고, 예상과 전혀 달랐으며,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가장 소중하게 마음으로 안고 있는 기억들이다. 파두도 여기에 속한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포르투갈 전통 음악 파두는 여행 중 꼭 공연을 보겠노라 생각했지만 일부러 인터넷으로 찾아 듣지 않았다. 직접 눈 앞에서 생음악으로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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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과 결을 같이 하는 부분은 음악이다. 그리고 그 근거는 파두의 ‘한’이다.

파두는 19세기, 포르투갈의 정치사가 복잡했을 무렵, 속앓이를 하던 사람들이 한풀이를 할 겸 만들어낸 노래다. 어느새 골목골목 들리기 시작한 것이 하나의 음악 장르가 되어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부르게 된 것이라 한다. 도시에서의 삶, 사회의 변화를 노래하고 노동자 계층의 의사소통 수단으로도 쓰였다. 그래서 이들의 고충을 전달하기 위해 가슴 절절한 가락과 가사가 특징적이다. 듣자마자, 포르투갈어를 한마디도 모르는데도 그 애환이 느껴질 정도로 심금을 울린다. 현재는 코임브라 Coimbra 지역에서처럼 사랑의 세레나데로도 불리고, 리스보아의 대부분의 축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특별 레파토리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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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보아 어느 골목에서도 밤이 내리면 파두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파두 싱어를 모시는 크고 작은 바와 파두 전용 공연장이 여럿이다. 그러나 특별히 파두를 배워보고 따라 불러보고 싶다면 파두 박물관을 찾아야 한다. 파두 박물관 Museu do Fad은 1998년 문을 연 이래로 파두가 리스보아의 상징으로 더욱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힘써왔다. 약 200년에 이르는 파두의 역사와 그 안의 다양한 갈래, 장르, 대표적인 파두 가수들을 모두 볼 수 있다. 영화 속 파두, 20세기에 검열 당했던 파두의 암흑기에 대한 설명, 파두 창법의 기술, 포르투갈 기타의 발전사 등을 보고 워크샵 강연장으로 향했다.
9살부터 파두를 불러온 전문 파두 싱어 리아나Liana 를 만나 파두를 배웠다. 입술과 혀를 이렇게 써본 적이 있던가? 처음 말을 배우는 아기처럼 포르투갈의 기본적인 자음과 모음 발음에 애를 먹으며 한 마디씩 천천히 내뱉고 거기에 가락을 붙여 불렀다. 한 명씩 시켜보는 쑥스러운 시간도 잘 버티고 마침내 한 줄, 두 줄, 무척 쉽지만 성취감이 대단한 노래를 완창할 수 있었다. 이게 무어라고, 성실히 워크샵에 임한 증서도 이름을 새겨 받아 들었다. 리아나는 진심인지 농담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포르투갈어 발음이 남다르니 파두를 진지하게 배워도 잘할 것 같다는 칭찬을 덧붙였다. 이미 취미를 수집가 수준으로 모으고 있어 깊이 없이 발가락 하나씩 담그고 있는 것들이 많아 엄두도 낼 수 없지만,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포르투갈어도, 파두도 좀 더 시간을 내어보고 싶다.

강렬한 앨범 자켓 속 파두 싱어들과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하며 박물관을 나와, 새로 배운 파두를 흥얼거리며 박자에 맞춰 노란 트램을 타러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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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
Largo do Chafariz de Dentro 1, 1100-139 Lisboa
218-823-470
Open 화~일 10:00~18:00, 마지막 입장 17:30(1/1, 5/1, 12/25 휴관)
일반 5유로, 30세 이하·65세 이상·리스보아 카드 소지자 30% 할인, 파두 워크숍 30유로
www.museudofado.pt


TIP
홈페이지에서 파두 워크샵이 열리는 날짜와 시간을 확인하여 가도록 한다. 자리가 많지 않아 성수기에는 예약을 권한다.
워크샵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시내 파두 공연을 보기 전 박물관 전시를 보고 가면 좋다. 아주 생소한 음악 장르이기 때문에 배경 지식이 어느 정도 있으면 음악을 이해하는 깊이가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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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포르투갈 여행 이야기는 맹지나 작가의 <홀리데이 포르투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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