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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스토리

태양의 섬에서 기절하다 - 그림으로 기록하는 여행, 아트로드 10편

미주 · 볼리비아 · 기타

문화/명소

여행전문가 칼럼

2019.03.29 조회수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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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김물길


Titicaca Lake, [Bolivia]


  코파카바나는 볼리비아 라 파즈 주의 도시이다.
친구 지현이와 내가 코파카바나로 가는 이유 중 하나는 티티카카호수를 보기 위해서다. 티티카카 호수는 페루와 볼리비아 국경지대에 있는 바다처럼 넓은 호수이다. 해발 고도가 3,810m로 배가 다닐 수 있는 호수 중에서 지구상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으며,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호수이기도 하다. 그리고 볼리비아 쪽 티티카카호수에는 ‘이슬라델솔’이라는 태양의 섬이 있다. 그곳이 바로 우리의 목적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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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카바나에서 아침 배를 타고 태양의 섬으로 향했다. 배를 타고 섬에 도착해 우선 선착장에서 파는 길거리 샌드위치를 사먹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말이다. 그리고 잊으면 안되는 돌아가는 배 시간을 마지막으로 체크하고, 섬 탐험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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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홀리는 웅장한 건축물이라든가, 신기한 동식물은 없었지만, 훼손되지 않은 순수한 자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호수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이 인상적이었다. 이것이 여기 태양의 섬의 특별함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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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쉬었다를 반복하며 자연을 배경삼아 여유를 부리다 보니, 아차. 배 시간을 잊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지금부터 쉬지않고 뛰어가야 마지막 배를 잡을까 말까 했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에서 선착장까지는 약 1시간 정도가 걸리는 거리였다. 그 거리를 30분 내에 돌파해야 했다. 그런 우리 상황도 몰라주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섬의 경사가 어찌나 얄밉던지.
“지현아, 내가 먼저 가서 배를 잡아 놓을 테니까, 늦지 않게 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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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이보다 내가 조금 더 체력이 남아있었기에 한 사람이라도 먼저 가서 배를 잡아야 겠다고 판단 내렸고 그 뒤로 나는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렸다. 그렇게 달리기 시작한지 30분이 조금 지났을 때, 눈 앞에 선착장이 보였다. 출발하려는 배가 있어서 전속력으로 뛰어서 잡으니, 이 배 뒤로 한 배가 더 있단다. 정말 다행이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주변 나무 벤치에 털썩 주저 앉았다. 정신없이 긴장한 채로 내리 달려왔던 터, 순간 긴장이 확 풀리면서 몸이 축 쳐졌다. 지현이도 곧 선착장에 도착했고, 우리는 큰 문제없이 그 다음 배를 탔다.
둘 다 짧은 시간 동안 급격히 피로가 쌓여버렸다. 나는 배의 창가 쪽에 앉았고 지현이는 그 옆에 앉았다. 출발하기도 전에 나는 창가에 머리를 기대고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속이 미슥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배 멀리를 하는가 싶어서, 호흡을 크게 들이 마시며 속을 안정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두통까지 오기 시작했다.

“토 할 것 같아. 배 뒤로 나가 있어야겠어.”
지현이를 포함해서 내 옆에 앉아있던 사람 두 명을 거쳐 의자 사이 좁은 통로를 빠져 나왔 다. 내가 배 뒤로 가려고 하자, 배 뒤에 앉아있던 안전요원 남자 분이 위험하다고,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그 장면을 마지막으로 갑자기 눈앞이 하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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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없다.
.
“일어나봐. 물! 물 뿌려봐. 정신 차려!”
‘뭐지, 왜 이렇게 시끄러워.’
너무 시끄러워서 눈을 떴다. 힘겹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람들이 나를 내려다보며 소리를 지르며 물을 뿌리고, 허브 잎을 코 밑에 대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내가 왜 여기에 누워있지?’
한참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뒤 늦게 깨달았다. 내가 기절을 한 것이다.
사람들은 내 팔 다리를 잡고 일으켜 앉히려고 했다. 뱃머리 쪽에 앉아있던 한 서양인 아주머니가 굉장히 적극적으로 나에게 응급처치를 하고 계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분의 직업은 의사였다. 이런 걸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하나. 내가 배에서 기절을 했는데, 그 배에 의사가 타고 있었다니 말이다.

곧이어 몸에 마비가 왔다. 아프리카 여행을 할 때에 빅토리아 번지 점프를 하고 쇼크가 와서 손과 얼굴에 마비가 온 이 후로, 이렇게 큰 마비가 온 것을 처음이다.
이번에는 얼굴과 손 뿐만 아니라, 허리, 배, 하체까지 마비가 왔다. 그러니 아무리 부축을 해 줘도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지현이가 눈에 들어왔다. 지현이는 내 옆에서 울고 있었다.
“지현아, 나 괜찮아. 근데 내 손 좀 주물러줘. 마비가 왔어.”
지현이는 울면서 내 손을 열심히 주물러 주었다. 손에 마비가 오면 손 근육이 수축되면서 손이 말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보면 꼭 닭발 같이 보인다.
“지현아 또 닭발이 됐어! 하하”
지현이는 내가 몸에 충격이나 쇼크가 올 때 손에 마비가 오는 것을 알고 있는 친구였고, 이전에 그 모습을 본 적도 있는 지라, 닭발처럼 말려있는 내 손을 보며 같이 웃었다. 아마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친구가 쓰러졌는데 손을 보면서 둘이 히죽히죽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의아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니 온몸을 관통했던 마비증상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다리를 움직여보니, 이제는 일어날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일어나 의자에 가서 앉았다. 나를 계속 지켜보던 의사 아줌마는 가지고 계셨던 과자와 초코우유를 가져다 주셨다.
“이거 먹어요. 에너지 충전해야 돼.”

한번 쓰나미가 몰고 지나간 것 같은 배가 안전하게 코파카바나 선착장에 도착했고,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씩씩하게 배에서 내렸다. 배를 함께 탔던 사람들은 나에게 병원에 가봐야 되는 것 아니냐고 계속 물었고, 의사 아줌마는 몸이 정상이 아니니, 항상 조심하라는 말을 하시고 가셨다. 나보다 더 놀란 것 같았던 지현이는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며 나를 데리고 가서 맛있는 아이스크림콘 하나를 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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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쓰러졌는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우리는 일사병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이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뭔가 태양의 섬이라는 이름과 너무 걸맞지 않은가.
‘태양의 섬에서 일사병으로 쓰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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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리비아 댕기, Bolivia


볼리비아의 여자의 전통 머리스타일도 페루에서 본 스타일과 마찬가지로 양 갈래 머리이다. 길게 땋은 머리끝에 악세사리를 단다. 그 모양과 색은 다양하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오히려 동양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한국의 전통 머리도 딴머리가 기본이며, 이와 같이 댕기를 달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것이 볼리비안 댕기정도라고 생각하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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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루로 카니발의 진짜 매력’ [Oruro, Peru]


  아찔했던 기절의 추억을 안겨 준 태양의 섬을 돌아다니고 있을 때였다. 한 외국인 커플과 서로 사진을 찍어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때 그 커플이 자기들은 곧 오루로 카니발을 즐기러 갈 것이라는 말을 했고, 나는 그 카니발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는 상태였기에, 더욱 귀가 솔깃했다.
‘오루로 카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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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루로 카니발은 매년 2월에 열리는 음악, 댄스, 수공예품의 축제로, 하루 종일 이어지는 화려한 퍼레이드와 세레머니로 볼리비아에서 가장 유명한 축제이며 세계무형유산으로도 지정되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년 2월이 되면 수많은 현지, 외국인 방문객들이 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볼리비아를 찾는다. 마침 우리가 코파카바나에서의 일정을 다 끝마쳤을 때가 2월 7일이었고, 그 축제는 그 다음 날인 8일부터 11일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날짜마저 마치 우리를 위해 준비된 것처럼 어쩜 이렇게도 딱 맞아 떨어질 수 있단 말인가.

“지현아, 우리 이건 꼭 가야돼!”

버스를 알아보니, 코파카바나에서 오루로로 가는 직행 버스가 없었다. 여기에서 볼리비아의 수도인 라파스로 이동한 후, 거기에서 다른 버스를 타고 오루로로 가는 방법 뿐이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버스를 갈아타며 오루로 축제가 열리는 ‘빅데이’ 하루 전날 밤에 오루로에 도착했다. 아침6시 반에 알람을 맞추고 잠이 들었다.

6시에 눈을 떴다. 알람은 울리지도 않았는데 눈이 저절로 떠진 이유는 알람소리보다 먼저 우리 귀에 울리는 우렁찬 퍼레이드 소리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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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퍼레이드를 제대로 관람하기 위해서는 티켓을 사서 의자에 앉아 보는 것이 정석인데, 우리는 티켓을 사지 않고 그냥 길가에 서서 보거나 바닥에 앉아서 구경하기로 했다. 우선 아침을 먹고 축제를 즐기자는 마음으로 근처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닭이 들어간 수프였는데, 나온 음식을 보니 우리나라의 백숙과 모양도 맛도 비슷했다. 익숙한 맛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퍼레이드가 시작하는 길로 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있었고, 우리는 그 틈으로 들어가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심장을 관통하는 듯한 쿵쿵하는 우렁찬 음악소리 그리고 사람들의 화려한 행진이 눈에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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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은 계속 되었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화려하고 큰 퍼레이드였다. 워낙 흥이 많은 친구 지현이는 행렬의 음악 소리와 춤사위에 함께 어깨를 들썩였다. 그러다가 결국 행렬을 하던 사람들이 지현이를 행렬 사이로 데리고 갔고,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아직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날씨에 구애 받지 않은 시원한 의상들까지, 그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축제’라는 것은 신기하게도 이들에게 쌀쌀한 날씨도, 무거운 의상도, 높은 구두도 그리고 답답한 가면에 대한 불편함도 장애물이 되게 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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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즐겁게 해주는 화려한 의상과 가면 그리고 동원 된 많은 인원도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오루로 축제는 남녀노소 모두 함께 하는 축제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그 순간이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여러 다른 나라의 퍼레이드를 보면 보통 젊은 사람들만의 참여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여기 오루로 축제는 아장아장 걷는 어린아이부터, 족히 예순 살은 넘어 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함께 참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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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ruro Carnival-Ⅰ, Bolivia


귀여운 옷을 입은 아이가 행렬의 앞에서 걷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사진기를 보면 포즈를 취해주는 팬 서비스까지 행진에 참여할만한 그 자격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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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신어 본적이 없을 것 같은 10센티가 넘는 높은 구두를 신고 춤을 추며 들어오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면 ‘힘들진 않을까.’라는 생각보다 ‘즐거워 보인다.’가 먼저였다.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고, 적어도 몇 주는 연습했을 것 같아 보이는 단체 춤을 실수 한번 하지 않고 추는 모습에 절로 박수가 나왔다. 젊은이들 또한 그들이 가진 에너지로 아름답게 퍼레이드를 꾸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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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가 함께하는 축제, 그것이 내가 느낌 오루로 축제의 최고의 매력이었다.

뜨거운 열정과 즐거운 에너지로 가득한 축제의 행렬은 밤새 계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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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ruro Carnival-Ⅱ, Boliv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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