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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보다 특별한 여행지의 밤을 사랑한다면, 부티크 호텔 스테이케이션 2편 - 프랑스 일드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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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레포츠 숙소 문화/명소

여행전문가 칼럼

2019.03.13 조회수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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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맹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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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걷고, 한참을 헤매고, 셀 수 없이 여러 번 멈추어 서서 벅찬 감동에 빠르게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는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잠자리는 그저 피곤한 두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이기만 해서는 안된다. 이국적인 밤의 소리와 낯선 공기를 듣고 맡을 수 있는 창이 난 침실, 주름 하나 늦잠 자고 싶은 마음을 자극하는 보송한 침대보. 집으로 돌아와 여행지를 떠올리면 에펠탑과 타워 브릿지와 콜로세움 옆 나란히 떠오를, 파리와 런던과 로마의 나의 집이 되어줄 수 있는 멋진 곳이어야 한다. 틀에 박힌 뻔한 구조와 물릴대로 물린 컨티넨탈 조식이 싫은 여행자는 숙소 선택에 신중하다. 감사하게도 요즘은 세계 각지에 독특한 컨셉, 개성 넘치는 정체성을 뽐내는 세련되고 트렌디한 부티크 호텔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체크인하는 순간부터 긴 비행의 고단함에서 정신을 들게 하고, 세심한 서비스에 감동을 받고 센스 넘치는 디테일에 감탄하게 만드는 특별한 호텔들. 도착하는 순간부터 아쉬움을 가득 안고 떠나는 날까지 황홀했던 소담한 작은 파라다이스, 플뢰르 드 헤 Fleur de Ré를 만나보자.
[* 부티크 호텔 Boutique Hotel: 고급 맞춤 의상을 뜻하는 프랑스 패션 용어 '오트-퀴트르 부티크 haute-couture boutique'에서 유래했다. 독특하고 개성있는 건축, 인테리어, 운영 컨셉, 서비스 등으로 대형 호텔들과 차별화된 소규모 호텔을 말한다. 디자이너(스) 호텔 Designer('s) Hotel, 콘셉트 호텔 Concept Hotel이라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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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여행지를 일년에 셀 수 없이 많이 방문하는 것의 단점은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운 여행지를 만나 쉽게 완벽하게 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박에 그 곳의 단점들이 눈에 들어오고, 치안의 정도와 물가 수준, 교통의 불편함과 현지 사람들의 마음의 열린 정도, 역에서 숙소까지의 거리 등을 알아차리게 되고, 이는 도착하자마자 심장을 터지게 하는 벅참과 설렘을 깎아 내린다. 독일 동쪽에, 미국 중남부에, 영국 해안가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대충 어떤 모습일지 가보지 않고도 상상할 수 있다는 점도 한 몫 한다. 그러나 프랑스 중서부의 섬 일 드 헤 Île de Ré는 상상했던 그 어떤 모습과도 달랐고, 여태까지 봤던 그 어떤 여행지와도 닮지 않았으며, 그 곳에서 사나흘 묵었던 숙소는 헤 섬의 꽃이라는 다정하고 예쁜 이름의 작은 부티크 호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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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 섬에 가려면 먼저 라 로쉘이라는 항구 마을을 지나야 한다. 직항, 직행편이 없는 여행지가 선사하는 작은 선물이다. 자기보다 조금 더 큰 몸집을 가진 여행지도 잠시 들러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 발자크 Honore de Balzac, 모파상Guy de Maupassant 등 수 많은 대문호들이 반해 작품에 세실히 묘사했던 라 로쉘 La Rochelle은 중세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프랑스의 인기 여름 휴양지다. 무역과 침략을 반복했던 상처투성이의 역사를 가늠할 수 없는, 평화로운 모습만이 남아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무엇이든 그러하다. 군사기지로 쓰였던 라 로쉘의 2차대전의 기록을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벙커 박물관 Le Bunker de La Rochelle (Musée)에 들러 잠시 돌아보고 헤 섬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소문난 휴양지라 여행객이 많을텐데도 마을 사람들은 태어나 처음 만나는 이방인 취급을 해주며 친절하고 따뜻하게 숙소로 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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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뢰르 드 헤는 B&B나 게스트하우스라 해도 좋을 정도로 작은 규모의 호텔로, 객실마다 테라스가 딸려 있어 기름칠이 필요한 손잡이를 세게 잡고 돌려 열면 아침마다 신선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실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나타난다. 객실과는 또 다른 전원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이 작은 공간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의 나와 밤에 잠들기 직전의 나를 충전시켜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아직 물이 찰 계절이라 수영장에는 뛰어들지 못했지만, 속이 시원해질 정도로 파랗게 칠한 수영장을 지나쳐 조식을 먹으러 갈 때마다 기분이 상쾌해져 좋았다. 가정집에서 차려내는 소박한 아침 식사는 보기보다 훨씬 푸짐했고, 무엇보다 딱 알맞게 반숙보다 아주 조금 더 익힌 달걀을 내어 주는 것이 좋았다. 티스푼으로 톡톡 쳐 껍질을 조금 깨 벗긴 후 소금과 후추를 솔솔 뿌려 한 입 먹으면 집에서 먹는 삶은 달걀과 크게 다를 것 없는데도 그냥 왠지 작은 프랑스 마을에 와 있는 이국적인 기분이 배가되었다. 친절한 직우너들은 뭐라도 더 필요하지는 않은지 이따금씩 와서 살펴보고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 만실이 아닌 비성수기 시즌이라 호텔은 조식 시간도, 낮 시간도 늘 조용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골고루 돌아갔어야 할 친절을 독식할 수 있었다. 계획하고 간 것은 거의 없었으나 아침을 먹으면서 플뢰르 드 헤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 날의 일정이 정해지기 마련이었다. 헤 섬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생 마르탱 드 헤 St Martin de Ré 도 가보라고 일러주던가, 마을에 장이 서는 날을 알려주던가, 가보고 싶다는 상점을 말하니 오늘 갑자기 주인이 급한 일이 있어 파리에 간다고 헛걸음하지 말라던가, 하는 식이었다. 자전거를 빌려 마을 한 바퀴를 돌기도 했고, 좀 더 욕심을 내어 굴을 맛있게 판다는 맛집까지 꽤 달려, 세찬 바닷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아주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과 함께 후루룩 알 큰 굴을 한 접시 해치우고 돌아오기도 했었다. 좋은 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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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드 헤와 라 로쉘은 프랑스 사람들이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은 곳으로 꼽는 지역들이다. 길이 30km, 너비 5km의 작은 몸집을 한 일 드 헤는 세 개의 섬과 여러 마을로 이루어져 있고, 로마 시대부터 사람들이 살던 이 곳은 염전으로 예전부터 이름을 널리 알렸다고 한다. 그래서 플뢰르 드 헤에서도 체크아웃할 때 작은 선물로 건넨 것이 일 드 헤 소금병이었다. 파리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일 드 헤 소금을 사용하는 것을 메뉴판에 일부러 표기할 정도로 그 맛이 좋다. 이 소금만 찍어 먹는 고기 맛이 일품이라, 한국에 돌아와서는 한동안 매일 저녁 스테이크 파티를 열기도 했다. 일 드 헤의 청량함과 플뢰르 드 헤의 다정함으로 행복한 여름의 기억을 가득 담은 소금은 생각보다 오래 먹었다. 혀 끝에 그 아련함도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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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
일 드 헤 관광청사무소 www.iledere.com
라 로쉘 관광청사무소 www.larochelle-tourisme.com

▶ TIP
일 드 헤는 라 로쉘과 다리 하나 건너 위치해 자동차 여행지로도 추천한다. 하지만 프랑스가 워낙 철도가 잘 되어 있고 일 드 헤 섬 안에서의 마을 버스도 체계적이라 뚜벅이들도 문제없이 여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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