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트래블 매거진 > 테마 스토리

테마 스토리

음악으로 만나는 중남미, 라틴아메리카 13편 – 도미니카 공화국, 메렝게와 야구

미주 · 도미니카 공화국 · 기타

휴양/레포츠 문화/명소

여행전문가 칼럼

2019.03.04 조회수375


0 <라틴음악기행> 저자 장혜영

 

1도미니카 공화국의 유명한 휴양 지구 바바로 해안(Playa Bávaro)


카리브 해에서 가장 큰 섬들인 쿠바, 에스파뇰라 섬, 푸에르코리코, 그리고 그 남서쪽 아래에 있는 자메이카를 ‘대(大) 앤틸리스 제도 (Greater Antilles)’ 라고 부른다. 프랑스어로는 ‘이스파니올라’라고 부르기도 하는 ‘에스파뇰라’ 섬은 현재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 두 개의 나라로 갈라져 있는데, 그 중 도미니카 공화국은 콜럼버스의 도착 이후 최초의 유럽식 식민 도시인 산토 도밍고가 현재 수도인 유서 깊은 나라이다. 같은 카리브 해에 ‘도미니카 연방’이라는 작은 나라도 있어 구분이 필요하기도 하다. 카리브 해의 여느 섬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도미니카 공화국 역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바닷가 휴양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


내가 야구를 좋아하다 보니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도미니카 공화국 (República Dominicana)’이란 이름만 들어도 딱 먼저 생각나는 게 야구 선수들이다. 개인적인 우상인 전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블라디미르 게레로, 다비드 오르티스, 호세 레예스, 로빈슨 카노 등등, 게다가 한국 리그에 진출한 선수들도 적지 않았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뛴 펠릭스 호세, 훌리오 프랑코, 지금 현재 한화 이글스에서 뛰고 있는 윌린 로사리오 등 미국 다음으로 많은 선수들이 한국에 외국인 선수로 등록했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엄청나게 더운 나라여서 그나마 약간 덜 더운 겨울에 윈터리그가 활성화 되어 있는데, 이 시기에 여행을 온다면 프로야구 경기를 한번 보러 가는 것도 좋다. 전체적으로 치안이 별로 위험하지 않은 편인데 관중 폭동 같은 게 걱정스럽다면 지정석을 끊어서 들어가면 아무 문제가 없다. 흥겨운 카리브 해 댄스 음악이 경기장 내에 주구 줄창 흐르고 경기를 하는 선수도 맥주를 파는 점원도 관중들도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경기를 하거나 경기를 보거나 물건을 파는 모습들이 아주 색다르다. 


3

수도 산토 도밍고의 끼스께야 (Qiusqueya) 야구장

4

야구장 입장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메이저리그가 끝난 시점이기 때문에 가끔 메이저리그의 유명 스타가 도미니카 프로팀에 합류해 나오기도 한다. 또 한국 프로야구 팀의 젊은 선수들이 야구 연수의 형태로 도미니카 프로팀에서 일부 경기를 뛰기도 한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음악적으로는 메렝게의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메렝게 (Merengue)’ 는 원래 달걀 흰자로 만든 과자인 ‘머랭(meringue)’의 스페인어 표기이자 한편으로 스페인의 유명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의’ 를 의미하는 형용사이기도 한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도미니카 공화국의 아프리카적인 댄스 리듬의 이름도 되어 버렸다. 학자들은 스페인어 ‘메렝게’ 보다는 아프리카어의 ‘메랑가’가 변형된 이름일 것이라 추측한다.


5

수도 산토 도밍고의 시내 풍경


아무튼 메렝게는 19세기 말 경에 형성되었다. 전통적인 메렝게에서는 여자들이 긴 치마를 돌리며 춤을 추는데 현재는 살사 댄스 풍의 사교 춤으로 개발되었다. 남녀가 손을 잡고 추지만 공간 이동을 많이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힙을 양 옆으로 흔들며 걷듯이 움직이다 손을 잡은 상태에서 턴을 하곤 하는게 특징인데 도미니카 공화국의 전 국민들이 이 춤의 권위자들이다. 남녀노소 직업 불문하고 틈만 나면 메렝게를 추는데 크게 과장되지 않는 몸 동작 속에 글로 표현하기 힘든 요염함이 깃들어 있어 나는 그저 혀를 내두를 뿐이었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스페인과 프랑스, 또 옆 나라 아이티 등의 침략을 받았고 1961년까지 32년간 라파엘 트루히요의 독재에 시달리기도 했다.


6트루히요에게 살해된 미라발 자매들의 초상을 넣은 도미니카 지폐


산토 도밍고는 스페인의 식민지 개발 초기의 여러 유적들과 콜럼버스의 유적들 등 역사적인 가치가 높으며 방파제 너머로 보이는 바다도 아름답다. 날씨는 1년 내내 엄청나게 뜨거워 “도미니카에는 더운 날씨와 아주 더운 날씨 밖에 없다”고도 한다. 남자들도 우산을 양산처럼 쓰고 다니는데 햇빛에 타는 게 문제가 아니라 햇빛이 너무 뜨거워 살갗이 아프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기에는 비가 쏟아지기도 하기 때문에 들고 나온 우산을 양산 대용으로 쓰고 다닌다.

도미니카 사람들은 아주 적극적으로 친절해서 이런저런 도움을 받은 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길을 물어보면 거의 행선지까지 직접 동행해 안내해 주곤 한다. 그런데 시내 대중 교통 상황이 좋지 않고 도로 상황도 열악했다. 시영 버스가 부족해 대부분 ‘꼰초(Concho)’라 부르는 버스 대용 승용차에 끼여 타거나 오토바이에 여러 명이 위험하게 올라타고 다니기도 했다.


7

도미니카 공화국의 독립 영웅들인 메야, 산체스, 두아르테를 기리는 독립 공원


도미니카 공화국은 그렇게 큰 나라가 아니라서 수도 산토 도밍고에서 유명한 휴양 도시들로 갈 때도 비행기가 아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산토 도밍고 근교에는 ‘보카 치카’라는 해변이 있고, 나라를 종단해 올라가면 대서양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사마나 반도가 있다. 나라의 동쪽 끝에 대서양과 카리브해가 만나는 지점는 푼타 카나와 바바로 해안이 유명한데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휴양지이기 때문에 공항도 있다.

버스로는 4 시간 정도 걸려 나는 차비를 아낄 겸 버스를 잡아 탔는데 종합 터미널이 없고 버스 회사별로 정류장이 있어 좀 헷갈리긴 한다. 게다가 내려서도 대형 호텔 입구까지 들어가려면 많이 걷거나 대중 교통을 찾아야 하는데, 으리번쩍한 리조트 호텔에 배낭 매고 땀 뻘뻘 흘리며 걸어 가니 뭔가 좀 안 어울리는 거 같다 싶긴 했다.


8

9그들만의 천국 푼타 카나와 바바로 해안 


푼타 카나와 바바로 해안의 리조트 호텔들은 멕시코의 칸쿤이나 쿠바의 바라데로와 비슷하지만 오히려 더 대규모 호텔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시설은 토털 서비스 호텔로 모든 게 다 제공되고, 리조트가 워낙 크기 때문에 그 안에 들어가면 무료 서비스되는 큰 식당들도 즐비해 있는데 한마디로 으리으리하다. 그런데 비용은 멕시코 칸쿤 호텔들의 절반 가격이고, 쿠바의 바라데로의 호텔들보다도 싸다고 한다. 그래서 유럽인 관광객들이 여기 푼타 카나에 몇 달씩 머물다 가기도 한다고 한다.

이런 거창한 리조트 지구에 몇 달씩 머물 수 있는 재력을 지닌 하얀 피부의 유럽인들과 그들의 시중을 드는 검은 피부의 도미니카 현지인 종업원들… 그 대조가 괜히 심란하게 보이는 건 나의 지나친 과민 반응일 것이다.


10

17세기 영국의 침략을 상대로 싸웠던 장소이기도 한 백작의 문 (Puerta del Conde)에 휘날리는 도미니카 공화국 국기


하지만 나는 푼타 카나와 바바로 해안에서 별로 편하지가 않았고, 산토 도밍고로 리턴해 뒷골목의 선술집에서 맥주 한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며 요염하게 메렝게를 추는 사람들 곁으로 돌아왔을 때야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 졌다. 그리고 야구와 아름다운 바다와 메렝게를 즐길 수 있는 도미니카 공화국은 내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가장 마음에 드는 나라, 다시 가고픈 나라로 남아 있다.  


11

산토 도밍고의 일몰

당신 여행스타일에 맞는 천만 가지 여행상상 KALMASTER travel.koreanair.com

0byte / 800byte

※ 게시판 성격과 맞지 않는 글은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댓글 3

이벤트

5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