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트래블 매거진 > 테마 스토리

테마 스토리

커피와 함께하는 향긋한 유럽여행 9편 – 스페인 바르셀로나

유럽 · 스페인 · 바르셀로나

문화/명소 음식

여행전문가 칼럼

2019.02.12 조회수808


0 여행작가 맹지나


1 4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마시러 돌아다니는 여행을 해보겠다고 이탈리아 일주를 떠난 것이 첫 책 집필의 계기가 되었다. 아무리 작은 도시라도 그 개성과 매력이 넘쳐나, 수 년째 유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행하는 나날은 점점 늘어나 일상이 되었고, 여행에서 돌아와 보내는 나날들은 그 다음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이, 다녀온 여행을 곱씹고 향유하는 시간이 되었다. 우연히 발견하는 여행지의 특별함과 사소함의 간극을 넘나들며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것을 업으로 삼았다. 오래 머무는 여행과 여름과 겨울을 좋아한다.
첫 책의 글감이 되어준, 고소하고 진한 에스프레소는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작은 잔에 담긴다. 그러나 여행의 순간들과 사람들은 아무리 큰 컵이라 해도 다 담을 수 없다. 샹그리아보다 진하고 타파스보다 자주 찾게 되는, 열정 넘치는 여행의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주는 바르셀로나의 커피 이야기를 이제 시작한다.


3


2003년 로스터리 길드에서 처음 언급된 커피의 ‘세 번째 흐름’이라는 표현은 어쩌면 커피의 종착역이라 할 수도 있겠다. 베네치아에 최초의 카페가 문을 열고 진공 포장과 인스턴트 커피 등의 제품들이 생겨난 것이 첫 번째 흐름, 스타벅스와 같이 균등한 품질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들이 탄생하고 커피콩의 원산지와 로스팅 스타일의 구분을 짓게 되는 것이 두 번째 흐름, 그리고 공정한 생산 과정과 과학적이고 맛있는 커피의 재배와 가공, 환경 친화적이고 사회적인 카페와 커피 브랜드의 운영을 지향하는 것이 바로 세 번째 흐름이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에서도 가장 빠르게 진보하는 카탈루냐 주의 수도로, 이러한 커피의 세 번째 흐름 역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2

21


스페인 여행이라 하면 타파스와 빠에야, 샹그리아로만 이루어지는 식도락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스페인도 유럽의 다른 어느 나라 버금가는 카페 문화가 발달해 있다. 바르셀로나를 찾는 일정은 일 때문이건, 휴가차이건, 항상 즐겁다. 바르셀로나에 살며 누리는 가장 큰 행복을 열이면 열 날씨로 꼽는데, 맑고 높은 하늘과 이를 콕콕 찔러 대는 가우디의 멋진 작품들이 수놓아져 있는 바르셀로나는 내가 원하는,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바다와 녹음과 열정과 여유. 문화 예술과 유쾌한 사람들, 세계에서 제일 가는 타파스 음식점과 찾아다닐 맛이 나는 멋진 카페. 그리고 또 90분간 목청껏 함성 지르게 하는 축구 경기까지.


56


바르셀로나의 구시가지라 불리는 바리 고틱 지역에 자리한 세이탄스 커피 코너 Satan’s Coffee Corner는 몇 년 전 바르셀로나를 처음 여행할 때만해도 보지 못한 곳이었다. 스페인 본토와는 크게 다른 카탈루냐 지역의 문화를 특히나 자랑스럽게 여기는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전통과 변화의 균형을 잡는 방법을 정말 잘 알고 있어, 커피 맛만 좋다면 새로운 카페들이 이렇게 이질감 없이 금세 인기를 끌기도 한다.
세이탄스의 주인 마르코스 바르톨로메는 대를 이어 커피 산업에 종사해 온 커피 가문 출신으로, 바르셀로나 최초의 ‘세 번째 흐름’ 로스터리로 꼽히는 라이트 사이드 커피와 엘 매그니피코와 협업하여 이들의 콩만을 사용하여 블렌드를 만들어 사용한다. 매 시즌별 바뀌는 마르톨로메의 블렌드는 락스타의 이름을 붙이는데 판매도 하고 있어 커피를 마셔보고 ‘디바인’ 이라던지 ‘포이즌 아이비’와 같이 강렬한 이름을 외치며 한 봉지 구입해 나가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직접 만드는 도넛과 샌드위치 등 커피와 곁들일 사이드 메뉴도 훌륭한데, 오후 늦게 가면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어 단골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찾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누군가에게 단점으로 비추어질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꼽는 세이탄스의 최대 장점은 와이파이가 없다는 것, 그리고 디카페인 커피는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손님용으로 비치해 놓은 잡지와 단행본들이 무척 흥미로웠기에 커피잔이 언제 다 비워졌는지 모르게 온전히 빠져들어 즐겁게 읽었다.


9

7 8


보케리아 시장 구경은 허기가 지지 않아도 즐겁다. 돌아다니다 보면 식사 시간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사서 먹게 되어 있다. 1유로에 잔뜩 꽂아 파는 하몽과 치즈의 진한 냄새는 은은한 와인향과 맞물려 맛있는 돌림 노래로 큰 장터를 가득 채운다. 맛있는 가락에 동참하지 않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시장을 한 바퀴 돌아 나와 좋아하는 카페들이 모여 있는 동네인 산트 안토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바르셀로나 모든 동네에 좋아하는 카페 두 세 개는 있다)로 열심히 걸었다. 습도가 없어 힘들지 않지만 그래도 빠른 걸음으로 수 분이 지나니 등이 따스하다. 얼른 그늘을 찾아 자리를 잡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나타나는 것이 페데랄 카페 Federal Café 다.


10

11 12


페데랄은 런던과 파리편에서도 이야기한 것과 같이 커피에 일가견이 있는 호주 사람들이 운영하는 카페다. 호주 뉴 사우스 웨일즈 주에 위치한 소도시인 고향을 그리워하며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는 주인이 고향 지명을 따왔다. 작은 동네 과일 가게 옆에 위치하여 시원한 아이보리 색의 차양으로 멀리서도 알아보기가 쉽다. 대부분의 날에는 대로와 면하는 쪽의 창을 완전히 열어 개방하여 편하게 바깥으로 다리를 두고 앉을 수 있다. 지도 사용으로 빠르게 사라지는 휴대폰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는, 바르셀로나를 여러 번 찾아도 아직도 방향 감각과 길 찾는 능력치는 한없이 부족한 여행자는 실내 자리를 찾는다. 아늑하고 깔끔한 인테리어만큼이나 군더더기 없는 고소한 커피 맛이 발끝의 피로까지 녹인다.


13

14 15


사람이 이렇게나 없는 이유는 오후 세시, 시에스타 타임이기 때문이다.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와 같은 관광 도시는 그리 철저하게 지키는 것은 아니다. 남부로 내려가면 두 시가 되면 모든 골목의 모든 문들이 걸어 닫히고 하루 중 가장 뜨거운 시간을 피해 실내에서 쉬는 모습에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에서도 오후 브레이크 타임을 갖는 상점이나 식당들이 꽤 많고, 사람들도 이 시간이 되면 속도를 줄이고 에너지를 비축한다. 타파스 타임이 되는 오후 다섯시까지 숙소에 들어가 쉬기에는 모든 순간이 아까운 여행자에게 시에스타는 사치지만, 몇 번 시도해 본 후 이 때 쉬어야 바르셀로나 사람들처럼 새벽 세 시가 넘도록 밤을 즐길 수 있음을 경험한 후에는 시에스타를 즐기게 되었다. 다만 호텔에 들어가 눕기 보다는 이렇게 마음에 드는 카페에서 별 다른 아젠다 없이 커피를 마시고 산들바람에 열을 식히는 것으로 휴식을 취한다. 이제 되었다 생각이 들어도 조금 더 머물며 여유를 부린다. 여행은 떠나는 순간 마음의 휴식을 찾게 된다. 하지만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몸에게 주는 휴식은 언제나 충분치 못했다. 훌륭한 커피와 숫자 5에 도착하려면 아직 한참 남은 시계 바늘이 있는 날에는 비로소 그럴 수 있다. 


22 23


▶ INFO
스페인 관광청 www.spain.info
바르셀로나 관광청 www.barcelonaturisme.com
세이탄스 커피 코너 Satan’s Coffee Corner Carrer de l'Arc de Sant Ramon del Call, 11, 08002 Barcelona
페데랄 카페 Federal Café Carrer del Parlament, 39, 08015 Barcelona


1920

더 많은 카페 여행 이야기는 맹지나 작가의 <이탈리아 카페 여행>에서, 바르셀로나 여행 이야기는 <바르셀로나 홀리데이>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TIP
세이탄스 외에도 바르셀로나의 카페 문화를 선도하는 최고의 카페로 랭크되는 곳들로는 노마드 커피 프로덕션스 Nømad Coffee Productions (Passatge Sert, 12, 08003 Barcelona), 온나 카페 Onna Café (Carrer de Santa Teresa, 1, 08012 Barcelona), 스카이 커피 컴퍼니 SKYE Coffee Co. (Carrer de Pamplona, 88, 08018 Barcelona)가 있다.


16

17 18

당신 여행스타일에 맞는 천만 가지 여행상상 KALMASTER travel.koreanair.com

0byte / 800byte

※ 게시판 성격과 맞지 않는 글은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댓글 3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