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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스토리

낮보다 특별한 여행지의 밤을 사랑한다면, 부티크 호텔 스테이케이션 1편 - 프랑스 파리

유럽 · 프랑스 · 파리

숙소

여행전문가 칼럼

2019.01.15 조회수2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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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맹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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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걷고, 한참을 헤매고, 셀 수 없이 여러 번 멈추어 서서 벅찬 감동에 빠르게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는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잠자리는 그저 피곤한 두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이기만 해서는 안된다. 이국적인 밤의 소리와 낯선 공기를 듣고 맡을 수 있는 창이 난 침실, 주름 하나 늦잠 자고 싶은 마음을 자극하는 보송한 침대보. 집으로 돌아와 여행지를 떠올리면 에펠탑과 타워 브릿지와 콜로세움 옆 나란히 떠오를, 파리와 런던과 로마의 나의 집이 되어줄 수 있는 멋진 곳이어야 한다. 틀에 박힌 뻔한 구조와 물릴대로 물린 컨티넨탈 조식이 싫은 여행자는 숙소 선택에 신중하다. 감사하게도 요즘은 세계 각지에 독특한 컨셉, 개성 넘치는 정체성을 뽐내는 세련되고 트렌디한 부티크 호텔(*)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체크인하는 순간부터 긴 비행의 고단함에서 정신을 들게 하고, 세심한 서비스에 감동을 받고 센스 넘치는 디테일에 감탄하게 만드는 특별한 호텔들.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곳은 프랑수아 트뤼포의 영화에 영감을 받은 마레 지구의 작은 부티크 호텔 쥘 에 짐 Jules et Jim.

(*) 부티크 호텔 Boutique Hotel: 고급 맞춤 의상을 뜻하는 프랑스 패션 용어 '오트-퀴트르 부티크 haute-couture boutique'에서 유래했다. 독특하고 개성있는 건축, 인테리어, 운영 컨셉, 서비스 등으로 대형 호텔들과 차별화된 소규모 호텔을 말한다. 디자이너(스) 호텔 Designer('s) Hotel, 콘셉트 호텔 Concept Hotel이라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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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고요한 밤과 모두가 잠든 이른 새벽은 어쩌면 에펠탑과 모나리자보다 더 큰 감동이다. 벅차게 행복했던 오늘을 되돌아보고 더 기쁠 내일을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할, 짧은 시간 동안 집이라 부를 수 있는 여행지의 좁은 공간은 강남의 50평 아파트보다 나를 더 설레게 한다. 그래서 주택 청약은 들을 생각도 안하고 틈나는 대로 비행기 티켓만 계속 사고 있는지도.

파리는 완전히 혼자로써 여행한 첫 도시이자, 첫 한달 살기를 해본 도시이자, 첫 1년 살기를 했던 도시이다. 가끔은 서울보다도 더욱 집 같은 포근함을 주는, 지도 없이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다. 이렇게 특정한 여행지에 익숙해지면 으레 맴도는 동네가 생긴다. 다른 동네에도 재미난 일들이 많이 일어난 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 동네’에만 머무르게 되는 것이다. 몇 번을 왔는지 세는 것을 포기하게 될 때쯤이면 그런 것에 대한 죄책감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나는 당연하게도 호텔을 마레 Le Marais (파리 1존의 20개 구역 중 3, 4번 아홍디즈멍)에서 찾았다. 가장 트렌디한 맛집과 쇼핑, 문화행사가 넘쳐 나는 곳으로, 매일 똑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듯한 시크한 힙스터와 콧대 도도한 샤넬 트위드 수트를 입은 할머니까지 모두 모이는 마레는 영혼의 안식처. 한 시간 줄을 서서 먹는, 세계 최고의 쌀국수 맛집이라 꼽는 곳도, 즐겨 찾는 컨셉트 숍도 모두 마레에 있다. 이렇게 다양한 매력으로 수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지만 밤이 내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하고 평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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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쥘 에 짐 Hôtel Jules et Jim은 마레의 골목에 위치한 부티크 호텔로, 모르고 지나치면 정말 못 보고 스쳐 지날 수 있을 정도로 조용히 자리한다. 회색 외관은 그리 크지 않고 마레의 여느 갤러리나 부티크처럼 생겨서, 호텔 이름이 쓰인 것도 무심히 지나칠만하다. 무거운 문을 열고 들어가야 어둡고 좁은 길을 지나 메인 건물에 도착하고, 거기서 또 미술 작품들이 걸려 있는 갤러리 같은 통로를 지나야 리셉션 데스크가 나타난다. 최신 유행을 모두 아는듯한 얼굴을 하고 마레를 돌아다니는 파리지앵들 사이에서 조심스레 택시에서 내려 캐리어를 끌고 쥘 에 짐의 회색 문을 열고 들어설 때 받는 눈총은 조금 따갑지만 살짝 으쓱,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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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피에르 로셰Henri-Pierre Roché의 동명소설을 프랑수아 트뤼포 François Truffaut 가 각색, 연출한 1962년 영화 쥘 에 짐에서 호텔 이름을 따온 것이 마음에 들었다. 삼각관계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일상 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아주 짧은 문장들로 대화를 나누는 것과 셋 중 어떤 캐릭터에도 마음이 완전히 가지 않아 모두의 입장이 아주 잘 이해된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냉랭한 듯 하면서도 열정적이고 즉흥적인 파리지앵의 모습과 닮았다는 것인지, 호텔 이름을 이렇게 지은 이유는 묻지 않았지만 왠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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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 프란시스 커정의 향초가 로비와 바를 밝혀 주어, 체크인 과정에서부터 차분한 파리지앵의 분위기에 흠뻑 젖는다. 객실은 단 23개뿐이다. 개별 투숙객들에게 세심한 관심을 쏟는 서비스는 당연하다. 객실은 줄, 짐, 다락방, 듀플렉스 그리고 LG의 HI-MACS© 자재와 인체 공학 의자를 놓은 하이막스, 다섯 종류로 나뉘는데, 모든 객실은 방음과 채광, 조명에 집중적으로 신경을 써서 투숙객의 프라이버시와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파리의 하루는 별일이 있어도, 별일이 없어도 에너지 소비가 엄청나다.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하루를 열심히 보내면 수면 장애란 있을 수 없다. 베개에 머리만 닿으면 얼른 또 꿈에서 파리를 거닐어야 하니까. 하지만 쥘 에 짐의 침구와 안락한 실내 인테리어는 확실히 숙면에 도움이 되었다. 조식 시간에 맞추려 일찍 일어나려던 날에도, 조조 영화를 보러 가는 날에도, 아무도 없는 센느가 걷고 싶었던 날에도 모두 1초의 망설임없이 바로 일어나 샤워실로 직행했으니까. 쥘 에 짐의 투숙객들은 근방에 있는 고급 스포츠 클럽 르 클레이Le Klay도 이용할 수 있는데, 이번 여행은 그저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목표였다. 하루 묵더라도 호텔의 대부분의 시설은 한 번씩 즐겨 보는 편인데, 이번에는 쿨하게 넘겼다. 다음에 또 와서 가보도록 하겠노라며. 여행에 있어서는 오래 고민하지 않는 편이라, 아니, 전혀 고민을 하지않는 편이라, 나는 여행지와 ‘다음’에 대한 약속을 쉽게 잘 한다. 그럼 다음에 또, 쥘 에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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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
호텔 쥘 에 짐 Hôtel Jules et Jim
11 Rue des Gravilliers, 75003
+33 1 42 78 10 01
www.hoteljulesetjim.com


더 많은 파리 여행 이야기는 맹지나 작가의 <샬레 트래블 북 파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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