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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스토리

영혼을 채우는 멜로디가 울려 퍼지는 유럽의 특별한 공연장 - 이탈리아 밀라노

유럽 · 이탈리아 · 밀라노

문화/명소

여행전문가 칼럼

2019.01.02 조회수190


MAIN 여행작가 맹지나


일분 일초가 아쉽고 아까운 여행 중 두세시간을 할애하여 공연을 보러 간다는 것은 그 티켓이 얼마인지와는 상관없이 엄청난 사치다. 그러나 그럴 가치가 있을 정도로 여행지에서의 공연은 더 없이 특별하다. 말끔히 차려 입고 찾는 대형 공연장이든, 매일 길에서 펼쳐지는 소박한 공연이든, 현지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순간을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우연히 오페라 한 소절, 발레 음악 한 마디를 듣고 파리와 밀라노를 떠올리며 설렐 수 있는 감격스러운 추억을 만들러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사랑을 담뿍 받아온, 셀 수 없이 많은 커튼콜을 올리고 내리며 박수 갈채를 받아온 유럽의 무대들을 찾아 느낀 감동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소문난 맛집을 찾는 것과 여행지를 대표하는 명소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것보다 어쩌면 더 기억에 오래 남을, 마음을 더욱 깊게 울리는 순간이다. 베르디와 마리아 스칼라가 사랑한 세계 최고의 무대,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 Teatro alla Scala에서 조지 발란신의 발레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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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아트로 알라 스칼라, 애칭으로 라 스칼라라 불리는 밀라노를 대표하는 이 공연장은 클래식 음악과 오페라 가수들 중 우리가 이름을 들어보았을 법한 거장이라면 모두 거쳐간 무대다. 리골레토Rigoletto와 라 트라비아타 La Traviata, 아이다 Aida의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도, 라 보엠La Bohème, 투란도트 Turandot, 토스카Tosca와 나비부인 Madama Butterfly의 지아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도, 라 스칼라의 상임 지휘자를 두 번이나 맡았던 아르투로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도, 그리고 세계 최고의 소프라노로 꼽히는 마리아 칼라스 Maria Callas도 모두 이 무대를 사랑해 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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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일생의 커리어를 인정받는 것이다. 권위가 상당한 무대인만큼, 상대적으로 말끔하게만 입고 갔던 여느 공연장보다 신경을 써서 차려 입고 무대를 보러 갔고, 표를 찾으러 공연 전 극장을 찾은 순간 이것이 아주 잘한 일임을 깨달았다. 멀리서도 반짝이는 큰 보석과 팔꿈치까지 오는 실크 장갑을 낀 부인들과 나비 넥타이, 스리 피스 수트를 단정히 입은 신사들이 구두 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로비를 활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더 가격을 지불하고, 박스 석에 앉아 보기로 했다. 2층과는 사뭇 다른, 양 옆에서 바라보는 위치인데 거리 상으로는 1층의 좋은 자리보다 훨씬 멀지만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마련된 특별함이 주는 무언가가 있다. 극장을 짓는 비용을 충, 당하기 위해 스탕달 등 당대 유명 인사들과 귀족들에게 후원금을 받고 박스 석을 전용석으로 내주었다고 하는데, 그들이 앉았던 자리임을 알아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붉은 막이 오르는 것을 기다렸다. 개관 당시와 달라진 가장 큰, 그리고 가장 아쉬운 점은 바로 조명이다. 당시 84개의 오일 램프로 무대를 밝혔던 라 스칼라는 공연 내내 항시 물을 가득 담은 양동이 수백개를 대기시켜 화재를 예방했다는데, 일렁이는 램프 불빛 사이로 춤을 추는 발레리나, 발레리노들의 모습은 장관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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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8년 개관한 라 스칼라만의 전통으로는 몇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로는 라 스칼라의 공식 시즌 일정이다. 라 스칼라의 시즌은 밀라노의 수호 성인인 성 암브로즈의 날인 12월 7일 시작된다. 또 모든 공연은 자정을 넘기지 않도록 하여 공연 시간이 긴 오페라의 경우 앞당겨 꽤 이른 시간에 공연을 시작한다. 라 스칼라의 첫 상연작은 모차르트에 가려진 2인자로 이름이 가장 잘 알려졌으나 실제로 모차르트와의 관계는 꽤 좋은 편이었고 살아 생전 크게 인정을 받아 좋은 커리어를 남긴 안토니오 살리에리 Antonio Salieri의 유로파 리코노시우타 Europa Riconosiuta 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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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보기로 한 공연은 발란신의 대표 발레 중 하나로 꼽히는 <보석들 Jewels>로, 1963년 뉴욕에서 첫 상연을 했던, 최초의 추상 발레 작품이다. 유명한 보석상 반 클리프 앤 아펠 Van Cleef & Arpels의 클로드 아펠 Claude Arpels이 발란신에게 보석을 영감으로 한 발레를 제안하여 탄생하였다고 한다. 작품은 에메랄드, 루비, 다이아몬드 3막으로 나뉘며 각각의 보석과 어울리는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문자 그대로 보석 같은 빛나는 안무를 춘다. 에메랄드는 가브리엘 파우레 Gabriel Fauré, 루비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Igor Stravinsky, 그리고 다이아몬드는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의 음악에 맞추어 공연한다.

마지막 커튼 콜이 끝난 후에도, 많은 관객들은 붉은색, 초록색, 그리고 가장 화려했던 다이아몬드의 투명함의 여운에 젖어 일찍 일어나지 못했다. 모두가 천천히 외투를 줏어 들고, 달이 환하게 뜬 밀라노의 밤으로 느린 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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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
Via Filodrammatici, 2, 20121, Milano
     www.teatroallascala.org
    +39 02 88 7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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