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트래블 매거진 > 테마 스토리

테마 스토리

커피와 함께하는 향긋한 유럽여행 7편 – 그리스

유럽 · 그리스 · 아테네

음식

여행전문가 칼럼

2018.10.16 조회수927


 MAIN 

여행작가 맹지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마시러 돌아다니는 여행을 해보겠다고 이탈리아 일주를 떠난 것이 첫 책 집필의 계기가 되었다. 아무리 작은 도시라도 그 개성과 매력이 넘쳐나, 수 년째 유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행하는 나날은 점점 늘어나 일상이 되었고, 여행에서 돌아와 보내는 나날들은 그 다음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이, 다녀온 여행을 곱씹고 향유하는 시간이 되었다. 우연히 발견하는 여행지의 특별함과 사소함의 간극을 넘나들며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것을 업으로 삼았다. 오래 머무는 여행과 여름과 겨울을 좋아한다.
싱그럽고 감미로워 <그리스 블루스>를 집필하며 매일 떠올렸던, 지중해 바다 내음과 함께 들이 마시는 커피향이 특별한 그리스의 커피 이야기를 시작한다.

 

1 

2 


아테네에서는 해마다 커피 축제가 열리고, 1년에 6만 6천 톤이 넘는 커피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 그리스. 그리스 사람의 한쪽 손에는 우조가, 다른 한 손에는 커피가 항상 들려 있다던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소리없이 강한 커피 강국 그리스는 천혜의 자연과 건강하고 깨끗한 식문화, 온화한 지중해성 날씨와 마찬가지로 커피 문화 역시 남달랐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은 여행지와 식도락을 따로 떼어 놓아야 성립이 되는 말이다. 그리스는 세계 그 어떤 여행지보다도 이 말이 어울리지 않는 곳이다. 파란 실크 천을 촤르르 펼쳐 깔아 놓은 듯 잔잔한 지중해 바닷바람에 땀을 식히며 입으로 가져가는 무사카와 그릭 샐러드, 짜지키와 감싸 쥐는 커피 잔은 어마어마한 시너지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인공미라도 자연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은 그리스의 여섯 섬 – 케팔로니아, 미코노스, 산토리니, 크레테, 스키아토스, 스코펠로스 – 과 아테네를 여행하며 셀 수 없이 많은 순간 통감한 부분이다.

 

3

 
여행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배꼽시계가 고장 나 끼니 때를 놓친 적은 있어도 커피가 마시고 싶어지는 타이밍은 한 번도 마음대로 늦추어 본 적이 없는 나는 어쩔 수 없이 여행 일정 중 하루 여러 번 여행지의 소문난 카페를 일부러 찾는다. 그리스에서는, 특히 아테네가 아닌 케팔로니아나 스키아토스와 같이 관광객들로 넘쳐나지 않는 섬을 여행할 때에는 일부러 커피 브레이크를 갖지 않았다면 시간의 개념을 완전히 망각했을 것이다 여러 번 느꼈다. 

 

4  

 

그리스 사람이 “우리 커피 마시러 갈래?” 라고 묻는다면, 앞으로 몇 시간 동안은 일정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오케이를 해야 한다. 그리스 사람들이 게을러서 경제가 파탄이 나고 있다는 우스개소리를 여러 차례 들었지만 실제로 여행하며 만났던 그리스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일찍 일어나 사업장을 열고 늦게까지 일하는 부지런한 사람들이었다. 내가 책속에서, 영화 속에서 보았던 호쾌하고 가진 것은 시간 뿐인 ‘조르바’는 어떤 그리스 도시에서도, 섬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리스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여유로워 지는 때가 있으니 바로 커피를 마실 때 이다.

 

5 

     

안타깝게도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커피 음료와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적인 카페에 치여 전통 그리스 커피는 이제 그리스 할배들의 전유물이 되었지만, 그래도 그 명맥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고 있다. 스타벅스를 매일 같이 찾다가도 집에서 천천히 끓여 마시는 전통 커피가 그리운 날이 있다고들 한다.

 

6 

그리스의 카페는 두 종류가 있는데, 트렌디하여 젊은이들이 많이 찾고 밤에는 주로 바로 변모하는 카페테리아 kafeteria와 전통 커피 전문점인 카페네이오 kafeneio다. 어느 마을이건 할아버지들이 모두 모여 앉아 있는 곳이 카페네이오라 생각하면 된다. 신기하게 쳐다보는 눈길을 받을 때도 종종 있지만 여행자들이나 학생들도 심심찮게 들리는 카페네이오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동서남북 어느 방향으로 의자를 돌리고 앉아도 시야에 꽉 차게 들어오는 풍경에 용기를 얻어 그리스 커피를 주문해 본다.

 

7 

9 

 

그리스 커피 ellinikós kafés는 터키식 커피와 무척 비슷하게 만들기 때문에 둘을 혼동할 수 있는데, 터키에서 전해졌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터키식 커피 중 한 갈래라고 보는 것이 맞다. 만드는 도구의 명칭들이 다르다고 보면 된다. 브리키 briki라 부르는 작은 주전자에 진하게 끓여 마시는 블랙 커피로 잔 아래에는 커피 가루가 가라앉고 위에는 특유의 거품이 올라 붙는다. 전통 그리스 커피를 담아 내어 주는 잔은 보통 크기가 꽤 작은데, 에스프레소로 생각하고 한 입에 털어 넣는 것은 좋지 않다. 아래 가라 앉아 있는 커피 가루들이 따라 들어가 몹시 불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지만 소중히, 천천히 다루어야 한다.

8  

 

이 커피 가루는 먹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다 마신 후 점을 치는데 쓰인다. 잔이 비면 컵을 천천히 돌려 가루가 고르게 분포되도록 하고, 다음 테이블 위에 잔을 거꾸로 엎어 조금 기다렸다가 다른 사람이 컵을 들추어 보고 남아 있는 가루의 모양을 보고 점을 친다. 좋은 일이 생겼을 때 타인의 시기심과 질투에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이블 아이 evil eye’가 이 나라를 대표하는 기념품임을 미루어 보아 커피 찌꺼기로 점을 치고 이에 관하여 심각하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놀랍지 않다. 커피가 처음 서빙 되었을 때 거품이 잔 가운데로 모이면 날씨가 좋을 거라는 둥, 사소한 미신으로 인하여 하지 말라, 해보라는 것이 참 많아 카페에 혼자 가도 그리스 사람을 마주하고 앉으면 지루할 틈이 없다.

 

10 

11 

 

아무리 샷을 여러 번 추가하여 진한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리스 커피를 처음 맛 볼 때에는 인상을 찌푸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커피가 써도 걱정이 없는 이유는 그리스 디저트가 워낙 달콤하기 때문이다. 무척 얇은, 춘권을 연상케 하는 필로 phyllo 도우를 많이 사용하고 꿀과 견과류를 아낌없이 넣어 카페에 진열된 것만 보아도 혀가 달아 아려 오는 그리스 디저트는 전통 커피와 찰떡 궁합이다. 달콤함과 고소함, 그리고 그리스 전매특허인 꿀과 함께 마시는 커피는 금방 동이나, 한 잔 더 주문하게 된다.

 

12  

13 

 

그리스 커피는 여러 잔 마셔도 맛은 진하지만 심장이 뛴다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알아 보니 카페인 함량은 상대적으로 낮으면서 폴리페놀과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가 있어 그리스 커피는 지중해 식단과 함께 그리스 사람들의 장수 비결 중 하나로 꼽힌다 한다. 실제로 카페인 중독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그리스 커피를 권하는 처방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리스를 여행하며 일부러 찾아가 마시는, 또 길동무를 만나 우연히 한잔 부딪히게 되는 그리스 커피를 마시면서 느끼는 생의 충만함과 편안함은 과학적인 입증을 필요로 하지 않을 만큼 충분하다.

 

14 

 

▶ INFO

그리스 관광청 www.visitgreece.gr

▶ TIP
그리스 커피를 주문할 때는 ‘스케토스 (설탕 없이)’, ‘메트리오스 (설탕 한 티스푼만)’, ‘글리코스 (달콤하게, 설탕은 두 티스푼)’, 또는 ‘바리글리코스 (매우 달게)’ 라고 덧붙여 원하는 당도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 말 없이 커피를 주문해도 중간 당도로 만들어 내오거나 설탕을 따로 가져오는 것이 보통이다.

 

▶ 더 많은 카페 여행 이야기는 맹지나 작가의 <이탈리아 카페 여행>에서, 그리스 여행 이야기는 <그리스 블루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15

 

당신 여행스타일에 맞는 천만 가지 여행상상 KALMASTER travel.koreanair.com

0byte / 800byte

※ 게시판 성격과 맞지 않는 글은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댓글 2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