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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스토리

나의 첫 번째 히치하이킹 – 그림으로 기록하는 여행, 아트로드 6편

유럽 · 터키 · 이스탄불

문화/명소

여행전문가 칼럼

2017.04.05 조회수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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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김물길

 

[ Egypt ]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따기, 홍해바다’
Dahab, Egypt

 

짧았지만 행복했고 그래서 더 절절했던 부모님과의 이스라엘 여행이 끝났다.
엄마아빠와 떨어지기 싫어 철없이 울어대던 막내딸은 곧 다시 씩씩한 여행자가 되어 있었다. 이스라엘에서 요르단 남부에 있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도시유적인 페트라를 보고 다시 이집트로 넘어갔다.
내가 다시 이집트로 돌아온 이유는 바로 아름다운 홍해에서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이다. 다합은 시나이 반도 남부에 위치해 있고 인기 있는 휴양지 중의 하나인데 특히 여행자들에게는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저렴하게 딸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나는 다합에서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물속을 수 차례 들어갔다 나오며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코스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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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World of Fishes, Dahab, Egypt

 

공기통을 달고 바다 속 30m로 내려갔다.
홍해 바다는 정말 그 명성만큼이나 아름다웠다.
마치 나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헤엄이 서툰 한 마리의 아기 물고기 같았다. 내 숨소리가 쉬-익쉬-익하며 나에게 말을 걸고 처음 접해보는 치명적인 바다의 아름다움에 두 눈이 홀려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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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 the sea, Dahab, Egypt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땄다. 이제 세계 어딜 가서도 바다를 헤엄치는 물고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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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번째 히치하이킹’
Israel

 

아기 물고기는 두근거리던 첫 바다 속 기억을 생생히 세기고, 다시 두발을 딛고 육지여행을 이어 나갔다.
이집트 다음으로는 이스라엘을 거쳐 비행기를 타고 터키로 향하는 여정이 남아있었다.

카이로에서 버스를 타고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국경인 ‘타바’에 도착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이집트는 금식기간이었던 라마단이 끝난 시기였고, 이스라엘은 유대교의 황금절이 있었던 주말이 있었던 때였다. 마주한 두 나라의 커다란 휴일이 겹쳐버리는 날에 그 국경에 도착한 것이다. 국경에는 이스라엘에서 이집트로 가려는 사람들과 이집트에서 이스라엘로 넘어 가려는 사람들이 유난히 더 북적거렸다 아니, 가득했다. 날씨는 뜨거운데 출국, 입국도장을 받기 위해서 그늘 하나 없는 땡볕 아래서 몇 시간을 기다렸다. 분명 태양이 한창 밝을 때 국경에 도착했는데 이집트 국경을 지나 다시 이스라엘로 넘어가 도장을 찍고 나왔을 때는 해는 져있었다. 그 몇 미터 안 되는 국경을 지나오는데 꼬박 7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이제부터 어떻게 이동해야 할지 몰랐다. 택시를 타려니 너무 비싸고, 버스는 그 시간에 운행을 하지 않았다. 눈앞이 깜깜했다. 우선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길을 따라 계속해서 걷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지나다니는 승용차를 향해 계속해서 손을 흔들었다. 그때 흔들었던 손은 마지막 몸부림이었던 것 같다. 당연히 승용차들은 간절히 흔드는 내 손을 무심히 지나쳐갔다. 한 시간쯤 걸었을까, 한 승용차가 내 옆에 멈춰 선다. 그 분은 내 사정을 듣고 고맙게도 나를 국경 근처 시내로 태워다 주셨고, 혹시 여기서 이동할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면 연락하라며 명함까지 주고 가셨다. 그리고 나는 시내 주유소 앞에서 나를 태워 줄 다른 차를 잡기 시작했다.
주유소 직원은 오랜 시간 주유소 앞에서 쩔쩔매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감사하게도 주유하러 들어오는 차량마다 나를 태우고 가 줄 수 있는지 여쭤 봐주셨다.
그 덕분에 텔아비브 도시 근처까지 간다는 작은 트럭 한 대를 잡아 탈 수 있었다. 작은 트럭은 텔아비브에서 약 30분정도 떨어진 곳에서 나를 내려주었다. 그리고 근처에 텔아비브 공항으로 이동할 수 있는 미니버스 정류장이 있다는 정보를 주셨다. 이 새벽에 이름도 생소한 도시에 남겨는 나는 그 분들이 말해 준 미니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때마침 신기하게도 곧 텔아비브 공항으로 출발하는 버스가 있었고 다행히 비행시간에 늦지 않게 텔아비브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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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히치하이킹 해 주신 고마운 분들께 초상화를 선물해 드렸다.
 


그 아저씨가 국경에서 차를 세워 나를 태워 주지 않았더라면?
주유소 직원이 나를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트럭 운전사가 착한 사람이 아니었더라면?
마침 텔아비브로 출발하는 미니버스가 없었더라면?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그 생각을 해보는데 아찔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몸서리가 쳐졌다.
하루 종일 너무 조급하고 정신이 없어서 그 당시에는 그것이 얼마나 기적 같은 것이었는지 인식하지 못했는데, 숨을 돌리고 지난 시간을 되짚어보니 모든 과정이 마법과 같은 순간들이었다. 터키 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피곤함에 한껏 무거워진 눈을 감았는데 졸음보다 감사함이 훨씬 커서 바로 잠들지 못했다.

그날 나는 무사히 터키에 도착했다.

 

 

[ Turkey ]

 

‘파묵칼레의 눈물’
Pamukkale, Tur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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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묵칼레는 터키 남서부에 위치한 석회층으로 이루어진 온천지대를 말한다. 석회층의 계단식 논을 보는 것 같이 따뜻한 온천수가 계단을 따라 흐른다.
마치 눈과 같이 하얀 석회층에 빛을 받아 빛나는 물을 보고 있으면 현실세계가 아닌 곳에 서있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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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rs of Pamukkale, Turkey

 


‘나체 호스트’
Cappadocia, Tur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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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서의 마지막 여행지 카파도키아.
카파도키아는 영화 ‘스타워즈’와 만화 ‘개구쟁이 스머프’의 무대가 된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오는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카파도키아에서 마무리한 터키여행의 결말은 그다지 아름답지 못했다.

나는 지금까지 카우치서핑(Couchsurfing)으로 여행을 해왔고 부부, 가족, 남성 그리고 여성 등 다양한 호스트들의 집에서 지내왔다. 내가 카우치서핑을 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이 남성 호스트일 때의 경우였다. 물론 나도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기에 호스트를 선택할 때, 정말 꼼꼼히 체크를 한다. 그 사람이 그 동안 어떤 사람들을 호스트 해왔는지, 그리고 게스트들이 어떤 후기를 남겼는지, 그리고 여자만 호스트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그리고 심지어 쪽지에 몇 퍼센트나 답변을 하는 지까지 확인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내 나름대로 검열이 된 호스트에 한해서 나를 재워줄 수 있을지를 물어본다. 그 덕분인지 지금까지 나를 호스트 해주었던 사람들은 성별을 떠나 모두가 정말 좋은 사람들이었고, 나를 괴롭히거나 당황하게 만든 적도 없었다.

카파도키아에 도착하기 전, 카우치서핑 쪽지를 몇몇 사람들에게 보냈으나 단 한 사람만이 답장이 왔다. 그래서 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그의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버스를 타고 카파도키아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호스트 친구 ‘파티’가 나를 데리러 나와 주었다. 나는 파티의 차를 타고 그의 집으로 갔다. 그의 집은 작은 거실에 문이 없는 방이 하나 있는 옥탑 방이었다. 파티는 기념품점을 운영하고 있었고 일을 하러 가야 했기에 나는 혼자 시내 구경을 하고 저녁시간이 되었을 때 파티가 일하는 기념품 점으로 갔다. 파티는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고 나는 기다리며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파티가 일하는 것을 도와주기로 했다. 예를 들어, 영어를 못하는 한국인 여행자 분들이 오시면 파티가 말하는 물건의 가격이라든가 상품설명을 통역해드렸다.
파티의 나이는 30살이었고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센스 있는 친구였으나 그의 집에서 묵은 지 이틀 째 되는 날부터 나를 대하는 그의 태도에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침에 출근하는 파티에게 잘 가라고 가볍게 포옹을 하는데, ‘너한테 나는 향기가 너무 좋다.’라든가, 저녁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자꾸 야한 유머를 하는 등의 상황이었다. 그 때부터 느낌이 별로 좋지 않아, 어차피 내일이면 나는 떠나기로 했기 때문에 오늘 밤만 잘 넘어가면 아무 일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오늘이 마지막 날 밤이니 와인 한 잔을 하자며 파티는 와인을 가져왔다. 나는 술을 잘 못하기에, 와인 반 잔을 마시고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았고, 파티는 계속해서 자신의 와인 잔에 술을 따랐다. 불안한 마음은 더욱 커져갔다. 계속해서 마시는 와인에 파티는 점점 취해가는 것 같았고 지금 이렇게 같이 옆에서 얘기하는 것 자체가 에너지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파티에게 나는 너무 피곤하니 먼저 자겠다고 말을 하고 문이 없는 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지내는 이틀 동안 파티는 거실에서 잤고, 나는 문이 없는 방에서 잤다.)
파티는 왜 벌써 자느냐고 나를 잡았지만, 미안하다 말하며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유난히 이 방에 문이 없는 것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나는 이불을 덥고 바로 잠든 척을 했다. 당연히 잠이 오지를 않았다. 저 술 취한 파티가 갑자기 어떤 놈으로 돌변 할지도 아무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뒤척거리기를 몇 시간, 잠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밤 중에 누군가 방으로 들어오는 인기척을 느꼈다. 지금 이 시간에 방에 들어올 사람이 그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
“수-로-”
느릿하게 내 이름을 부르면서 파티가 방에 들어왔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그의 몸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나체였다.
파티는 그대로 내 옆에 누우려고 했다. 나는 너무 당황스럽고 무서웠다 그리고 화가 났다. 순간 나도 몰랐던 내 밑 바닥 숨어있었던 분노와 화가 터져버렸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욕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머리가 뜨겁고 띵할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
“당장 여기서 꺼져!”
파티는 내가 이렇게 나올지 예상하지 못했는지 술 취한 와중에도 당황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미안, 미안!”
파티는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서둘러 거실로 나갔다. 그가 방을 나가고 나서도 내 심장은 터질 듯이 뛰었다. 왜냐하면 만약 그가 작정하고 들어왔더라면 힘으로 나를 제압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가 나가고 난 후, 나는 당장 이 집을 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니, 파티 집은 시내에서 꽤 떨어진 곳이었고, 집 앞에는 도로밖에 없었다. 지금 짐을 다 싸서 나간다 해도 이 한밤중에 갈 곳이 없었다.
‘침착하게 생각하자. 침착하게. 침착하게.’
거실을 빼꼼이 보니, 파티는 자는 건지 쪽 팔려서 자는 척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소파에 조용히 누워있었다. 나는 해가 뜨면 이 집에서 당장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침이 되었고, 파티는 지난 밤 자신이 술에 취해서 그런 것이라며 너무 미안하다며 내 앞에서 싹싹 빌었다. 화는 전혀 풀리지 않았지만, 떠난다는 나를 버스터미널까지 태워다 주겠다는 그의 제안은 거절하지 않았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했고, 나는 차에게 내렸다.
문을 닫기 전, 갑자기 파티가 질문 하나만 해도 되겠냐고 한다.
해보라고 하자. 그가 말하더라.
“어젯밤, 내가 방에 들어갔었잖아. 너 다 봤어?”
‘미.친.놈.’
침을 뱉어주려다가 겨우 참고 자동차 문이 부서져라 힘껏 닫았다.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카우치서핑을 할 때 될 수 있으면 부부와 가족이 호스트인 집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다행히 그 이후로 만났던 카우치서핑 호스트들은 모두 좋은 이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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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케이크 만드는 소녀, 뜨개질 하는 할머니’
Cappadocia, Tur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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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케이크 만드는 소녀, Cappadocia, Turkey

 

밀가루 반죽을 가느다란 막대기로 밀면 순식간에 커다랗고 얇은 팬케이크 모양이 된다.
얇은 도우 안에 치즈와 고기, 야채를 넣어 구워준다.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는 조합이다. 그러하니 그 맛은 꿀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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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개질 하는 할머니, Cappadocia, Turkey

 

자, 이제 유럽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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