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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여행지

유럽 · 그리스 · 산토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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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직원 여행 이야기

2017.03.14 조회수9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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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여행지


 단연코, 내가 생각하는 산토리니는 달콤한 연인들의 성지이자 허니문 스팟이었다. 눈부시게 하얀 벽, 쨍한 햇살, 새파란 하늘과 지붕, 그리고 아바의 댄싱 퀸. 산토리니를 상상하는 누구나 같은 장면을 떠올릴 것만 같은, 오래되고 지나치게 유명한 관광지. 

 하나의 강렬하고 인상적인 이미지로 대표되는 여행지는 대개 ‘예상한대로’ 만족스럽거나, ‘예상한대로’ 시시하다. 너무 뻔해서 시시하거나, 기대한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어 만족스럽거나. 그러니까 산토리니행을 앞두고 내가 가장 먼저 준비한 건, 뻔한 챙이 넓은 모자와 마찬가지로 뻔한 파란 원피스였다. 그다음으로 내가 기대한 건, 강렬한 햇살과 파란 하늘을 동반한 뽀송뽀송한 날씨. 

 “지구는 정말 불공평하네요. 누군가는 날마다 이런 천국 같은 날씨에 살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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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착하자마자 그림 같은 날씨가 펼쳐져있다. 아, 이런 흔한 수식어는 쓰고 싶지 않았는데, 정말이지 이렇게 안성맞춤일 수가 없어서 다시 한 번 쓴다. 색이 선명하고 감탄이 절로 나는, 그림 같은 날씨였다. 

 햇살이 아까워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나왔다. 아무런 정보도 목적지도 없었지만, 날씨가 절로 우리를 이끌었다. 눈부신 풍경의 테라스가 있는 식당으로 가야한다고. 점심식사를 고르는 중이었지만, 메뉴보다는 탁 트인 전망이 훨씬 중요한 순간이었다. 물론, 집들이 절벽위에 올망졸망 모여 있는 산토리니는 아주 많은 건물들이 뛰어난 뷰를 자랑한다. 매장 밖에서 슬쩍 엿보는 수준만으로도 실패하지 않는 뷰를 만날 수 있다. 아기자기한 기념품가게들과 악세사리점이 모여 있는 좁은 골목을 따라 걷다가 마침 갓 문을 연 식당으로 들어섰다. 넓은 테라스와 하얀 목재 테이블이 마음에 들었다. 오늘만큼은, 어떤 메뉴가 있는지는 그 다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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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고기에 감자구이를 곁들인 꼬치구이 요리와 그리스식 샐러드를 하나씩 주문했다. 바로 옆으로 펼쳐진 까마득한 진청색의 바다와 청량한 공기를 만끽하느라, 첫 손님을 맞느라 분주한 주방에서 준비가 늦어지는 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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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후 우리 앞에 놓인 두 개의 접시. 샐러드 접시에는 방울토마토가 절반 이상이었다. 내가 치즈 얹은 토마토 무더기를 시킨 건지, 토마토가 들어간 그리스식 샐러드를 시킨 건지. 

 절반으로 쪼개 놓은 방울토마토 하나를 집어 먹고 나는 방금 전의 투덜거림을 즉시 수정했다. 다시 그곳에 간다면, 치즈 얹은 방울토마토 무더기를 기꺼이 다시 주문하겠다. 

“언니, 토마토 드셨어요? 아니, 토마토가 원래 이렇게 달아요?” 

이제껏 평생 먹어온 모든 토마토는 약간의 토마토향을 가진 다른 야채였거나, 아니면 가짜였다. 적어도 내게는 산토리니의 방울토마토가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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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날씨와 따사로운 햇살, 큰 일교차는 토마토가 자라기에 최적의 환경. 그래서 지중해 연안에는 맛과 향이 풍부한 뛰어난 토마토가 많이 자란다고 한다. 감탄을 연발했던 산토리니의 날씨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나 여행객에게만이 아니라, 토마토에게도 천국이었던 것. 토마토로 만든 음식들도 훌륭하지만, 생으로 그냥 썰어 먹어도 과즙과 향이 가득하고, 아주 달았다.

 다음 날 방문한 와이너리에서도 역시, 와인에 곁들여 먹은 토마토 페이스트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완벽했다. 직원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산토리니의 방울토마토는 산토리니의 자존심이에요.” 

 거들먹거리는 다소 과장된 자랑인데도 그 토마토 페이스트를 얹어 바게트를 한 입 베어 먹고 나면, 수긍하게 되고 만다. 단연코, 산토리니의 자존심이다. 

 엄마는 어릴 때부터 쭉 토마토를 드시지 않았다. 그건 이제껏 가짜 토마토만 먹어보아서일 거라고, 엄마의 편식을 고치기 위해서라도 다시 산토리니에 가서 토마토무더기 그리스식 샐러드를 시켜드려야겠다고 생각한다. 뽀송뽀송한 천국 같은 날씨와 눈부신 하늘, 탁 트인 지중해는 덤일 뿐. 

 누가 산토리니를 뻔한 허니문 스팟이자 달콤한 연인들의 성지로만 그렸는지, 우선 나부터 산토리니를 달콤한 방울토마토의 성지로 고쳐 기억하기로 한다.

 그러니까 이제 내게 산토리니는 방울토마토다. 아니면 방울토마토가 자라나 산토리니가 되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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