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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만나는 중남미, 라틴아메리카 2편 - 브라질 페르남부쿠 주의 올린다(Olinda) 역사지구: ‘그리움(Saudade)’을 노래하는 브라질 음악

미주 · 브라질 · 리오데자네이루

문화/명소

여행전문가 칼럼

2016.12.16 조회수3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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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혜영, <라틴음악기행> 저자

 

 

브라질 페르남부쿠 주의 올린다(Olinda) 역사지구 – ‘그리움(Saudade)’을 노래하는 브라질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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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7년 포르투갈인들이 브라질 북동부 바닷가에 세웠던 도시 올린다의 역사지구


확실한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브라질이나 포르투갈 음악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는 단어는 ‘사랑(amor)’이 아니라, ‘그리움’을 뜻하는 ‘사우다지(Saudade)’가 아닐까 싶다. 포르투갈어에서 ‘사우다지’는 ‘노스탈지아(Nostalgia)’ 와는 또 다른 의미로 고독이 서린 그리움이나 망향의 애닯음, 향수 등을 표현하는 말이다. 포르투갈의 파두에서도 ‘사우다지’는 계속해서 노래되는 테마이다. 사실 브라질 북동부에서 끝없는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노래하는 ‘사우다지’의 감정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나 역시도 저 바다 너머 어딘가에 있을 한국 생각이 났고, 아니면 그 바다처럼 멀리 있는 그리운 이들이나 과거의 머나먼 추억들까지 떠오르곤 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브라질 사람들이나 포르투갈 사람들이 말하는 ‘사우다지’가 아닐까. 다만 브라질 역사를 생각할 때 아이러니한 것은, 일확천금을 꿈꾸며 브라질에 스스로 건너왔던 포르투갈인들과, 그런 포르투갈인들에 의해 아프리카에서 강제로 끌려와 있던 노예들은 각각 다른 입장에서 각기 다른 방향으로 저 먼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구슬픈 ‘사우다지’를 느꼈을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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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남부쿠 주의 주도 헤시피의 보아 비아젬 해안. 큰 호텔들이 많은 리조트 지구이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자주 듣고 있는 브라질 댄스 곡 중 하나가 ‘람바다(Lambada)’이다. 브라질 북동부, 특히 빠라(Pará) 지방에서 형성된 댄스 리듬인데, 1989년 카오마가 부른 람바다 곡 ‘Chorando se foi’가 대 히트를 치며 동명의 영화까지 나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되었다. 최근엔 제니퍼 로페즈가 자신의 곡 ‘온 더 플로어’에 이 람바다 멜로디를 편집해 넣기도 했고, 또 레게톤 가수 돈 오마르가 남성 스타일로 리메리크해 부르기도 했다. 그렇게 카오마의 노래 ‘람바다’는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고 그만큼 아름다운 멜로디를 자랑하는데, ‘람바다’ 춤 자체는 남녀가 몸을 밀착해 추는 ‘야한 춤’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브라질 사람들이 춤을 출 때 신체 접촉에 과감한 것은 북동부 페르남부쿠 주의 댄스 리듬인 ‘포호 (Forró) 를 출 때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브라질 춤의 대명사인 ‘삼바’는 남녀가 짝을 지어 추는 춤이 아니어서 개인적으로 몸을 흔드는 형태이긴 하다. 어쨌든 ‘포호’는 3인조 연주 음악으로 먼저 발달해 브라질 북동부를 대표하는 음악 장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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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시피 국제 공항의 미술 작품. 사우바도르, 헤시피, 포르탈레자, 벨렘이 북동부 해안을 쭉 따라 있기 때문에 국내선 비행기 한 대가 각 도시마다 내렸다 떴다를 반복하며 여러 도시를 거쳐 아마존 도시 마나우스에 최종 안착한다.  


포호 음악의 본산지 페르남부쿠 주는 사우바도르가 있는 바이아 주와 북쪽으로 인접해 있다. 주도는 헤시피(Recife)로, ‘보아 비아젬 (Boa viagem)’이라는 세련된 해변 리조트 지구가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안이 좋지 않다는 소문이 많이 나 있다. 개인적으로는 별 위험을 느끼지 못했고 시내 버스를 타고 돌며 도시를 구경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는데 이 헤시피의 북쪽 끝을 넘어서면 딱 있는 게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올린다 역사 지구이다. 헤시피 시내에서 대략 1시간쯤이면 도착하고 시내버스도 많은데, 문제는 시내 버스는 아랫동네에 서는데 역사 지구는 고지대에 있는 ‘높은 도시(Cidade alta)’기 때문에 거의 등산을 하듯 올라가야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아랫 동네는 좀 허름해 보여 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고지대까지 걸어 올라갈 때 입에서 저절로 한탄이 나오는 것이었다. “내가 겨우 이런 데를 보려고 여기까지 온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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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갈수록 경사가 높아지는 올린다 역사 지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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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전망의 올린다 역사 지구

 

그러나, ‘높은 도시’는 달랐다. 명불허전이었다. ‘오! 린다(Linda, 아름답다는 뜻)’ 소리가 어울리게 멋있었다. 일단 아름다운 전망에다 땀을 식혀주는 바다 바람이 나를 맞아주니 그간의 탄식은 다 날아가 버리고, 마음이 묘해지기 시작했다. 1537년, 근 5세기전에 만들어진 도시와 이후 긴 역사를 흡수하며 하나씩 들어선 건축물들이 열대의 푸른 숲 속에 아름다운 대서양을 배경으로 고고하게 서 있으니 나도 과거 속에 빨려 들어가 있는 거 같았다. 당시 포르투갈인들이 이 땀이 주룩주룩 흐르는 더운 열대의 날씨 속에서, 상상도 못할 열악한 자연 환경 속에서, 어떤 그리움, 즉 ‘사우다지’를 가슴에 품고 고향 포르투갈을 닮은 도시를 이 땅에 만들어 갔을지 그 그리움의 감정이 절절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도시는 포르투갈 인들의 노력만으로 번창한 게 아니었다. 실제 이후에 올린다를 번성케 한 것은 아프리카에서 납치해 온 뒤 쇠사슬을 채워 일을 시킨 노예들에 의해서였다. 노예 노동력을 이용한 사탕수수 농장 산업이 발달하며 부를 거둬들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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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바로크 양식의 상 벤투 (São Bento, 성 베네딕토) 수도회 성당. 올린다 시는 16세기 초에 형성된 뒤 차츰 발전해 이후 바로크 양식의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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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광의 나라답게 화려한 금장식을 한 상 벤투 성당의 내부 제단  


브라질은 대중 음악뿐만 아니라 클래식 음악의 강국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현대 음악의 거장인 작곡가 에이토르 빌라로부스(1887~1959)의 존재가 크다. 빌라로부스는 포르투갈적인 것, 아프리카적인 것, 원주민적인 것들이 공존하는 브라질을 표현하기 위해서 여러 선율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바흐의 대위법(counterpoint, 작곡기법 중 하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브라질풍의 바흐(Bachianas Brasileiras)’ 시리즈를 작곡했다. 그 중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곡은 5번이 소프라노가 청아하게 노래하는 멜로디 속에 특유의 ‘사우다지’의 감성이 뚝뚝 묻어난다. 올린다의 아름다우나 쓸쓸한 정경과도 잘 어울리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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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성소의 내부. 한때 올린다는 네덜란드 인들에게 점령당하기도 했다(1630년~1654). 지금 남아 있는 건축물들은 네덜란드 점령기가 끝난 뒤 재건되거나 이후 건축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브라질 사람들, 그러나 그 음악 속에는 음악으로 겨우 위로 받을 수 있었던 그들의 눈물이 숨어있다. 올린다의 낭만적인 건축물 속에서도 오백여년의 세월 동안 스며든 많은 이들의 한숨과 눈물의 ‘사우다지’ 를 느낄 수 있었다. 빌라로부스의 말처럼 브라질은 포르투갈(유럽)적인, 아프리카적인, 원주민적인 것들이 공존하는 하나의 소우주지만, 그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진짜 소우주’ 브라질이 되기까진 앞으로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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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뜬 레이스 제품들을 파는 올린다의 노점. 여자들이 독특한 방법으로 레이스 뜨개를 한다. 리우 올림픽 폐막식 때도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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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li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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