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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밖 유럽 공연 여행-4편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베로나

유럽 · 이탈리아 · 베로나

문화/명소

여행전문가 칼럼

2016.12.13 조회수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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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저자 윤하정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베로나

 

셰익스피어의 희곡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랑받는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일 겁니다. 죽음으로 봉인한 10대들의 풋풋한 사랑, 이 강렬하고도 낭만적인 이야기는 청년 작가 셰익스피어의 이름을 유럽 전역에 알렸고, 지금까지도 세대와 장르를 뛰어넘어 수많은 버전으로 변주되고 있는데요. 여러분은 어떤 ‘로미오와 줄리엣’을 가장 좋아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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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로미오와 줄리엣’은 바로 뮤지컬 무대 위의 그들입니다. 2001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된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국내에 이른바 ‘프랑스뮤지컬’ 바람이 불던 지난 2007년 처음으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상륙했는데요. 공연 좀 봤다는 저에게도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360도 회전은 기본이고 때로는 2, 3층 관객에게 더 나은 시야를 제공하는 대규모 무대 세트에 화려한 의상과 현란한 안무, 귀에 착착 감기는 음악은 그야말로 신세계였죠. 프랑스에서는 초연에 앞서 선보인 싱글 ‘사랑한다는 것(Aimer)’과 뮤직비디오 ‘세상의 왕들(Les Rois du monde)’ 등이 뮤지컬 음악으로는 이례적으로 2001년 프랑스 음악차트 1위에 오르며 2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덕분에 공연이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초반 3개월 치 티켓이 모두 매진됐습니다. 이 뮤지컬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은 막이 열리는 순간이 아닐까 하는데요. 무대 양쪽에 푸른색과 붉은색 옷을 입은 무리가 나뉘어 서 있고, 조명이 번갈아 비추며 푸른색의 몬태규 가와 붉은색 캐플릿 가의 대립을 알립니다. 그리고 잠시 뒤 ‘베로나(Verona)’라는 넘버가 비장하게 흘러나오죠.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인 아름다운 베로나 말입니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중 ‘베로나’

 


아름다운 베로나(Verona)


처음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는 베로나가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쳤습니다. 수많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그렇게 ‘베로나’를 외쳤을 텐데 말입니다.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와 베네치아의 딱 중간쯤 자리한 베로나는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작품 배경으로 삼은 곳이죠.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베로나에 가면 떡하니 줄리엣의 집이 있고,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사랑을 속삭이던 발코니, 아리따운 줄리엣의 동상(그녀의 오른쪽 가슴을 만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거참, 다들 줄을 섭니다.), 세계에서 찾아든 로맨티스트들이 영원한 사랑을 희망하며 채워둔 수천 개의 열쇠들로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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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제 강이 유유히 흐르는 아름다운 도시 베로나에는 ‘로미오와 줄리엣’ 외에도 세계적인 그 무엇이 있는데요. 바로 2000년 전에 지어진 로마시대의 원형극장 아레나입니다. 베로나의 아레나는 로마 콜로세움과 나폴리 근처 카푸아에 있는 경기장에 이어 유럽에서 세 번째로 큰 원형경기장인데요. 과거 잔혹한 검투사 경기가 열렸을 이곳에서 이제는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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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1913년 주세페 베르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아레나에서 처음으로 야외 오페라를 공연한 것이 이 축제의 시작입니다. 축제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 기간을 제외하고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데요. 매해 6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열리는 페스티벌에는 해마다 50만 명의 관람객이 찾아듭니다. 보통 5편 정도의 오페라가 날마다 번갈에 무대에 오르는데, 오페라의 나라인 만큼 대부분 이탈리아 출신 작곡가의 작품을 선보이죠. 베르디의 아이다(Aida), 리골레토(Rigoletto),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나부코(Nabucco), 푸치니의 투란도트(Turandot), 라보엠(La Boheme) 등을 중심으로 비제의 카르멘(Carmen), 그리고 프랑스 출신 작곡가 샤를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도 자주 공연됩니다. 구노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엇갈림이 애석했는지, 원작과 달리 마지막 죽음 앞에서 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짧은 시간을 허락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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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에서는 매일 공연되는 오페라가 바뀌는 만큼 현란한 무대 세트를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2천 년 된 원형경기장에서 만여 명의 관객들과 달빛 아래 오페라를 보는 낭만은 무척이나 신비로운 추억입니다. 좌석별로 가격 차이가 꽤 나는데, 저렴한 좌석은 자유석이라서 인기 오페라가 공연될 때면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먹을거리와 담요, 방석 등을 짊어지고 2~3시간 전부터 길게 늘어선 줄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페라에 열렬한 관심이 없다면 아레나와 무대, 아리아를 ‘떼창’하는 관객들 모두를 볼 수 있는 꼭대기쪽 좌석이 볼거리는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옆에서 과자를 나눠주던 폴란드 출신 여인도 어렸을 때 부모님과 함께 왔던 아레나에 지금은 딸과 왔다고 하던데, 멋지지 않나요? 저는 딸이 없으니 나중에 조카에게라도 이 근사한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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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저는 베로나에 다시 갔습니다. 혼자였지만 다행히 런던에서 알게 된 베로나 출신 친구를 만났죠. 오페라를 보러 베로나에 간 적이 있다는 말에 깜짝 놀라더군요. 한국 사람들이 오페라를 그렇게 좋아하느냐고요. 공연 전 그의 친구들까지 네 명의 이탈리아 남자들과 피자를 먹었는데, 오페라를 포기하면 더 재밌는 무대를 보여주겠다고 하더군요. 아쉬웠지만, 플라시도 도밍고와 안드레아 보첼리를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보첼리와 도밍고보다 더 멋진 무대는 무엇일까, 지금도 궁금하긴 합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말입니다. 아레나에서는 오페라뿐만 아니라 폴 메카트니, 스팅 등 인기 팝스타들의 공연도 자주 열립니다. 제 베로나 친구들처럼 오페라에 관심이 없다면 다른 공연으로나마 아레나를 경험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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