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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평온한 오후 햇살을 즐기고 싶다면… 쿠퍼 휴잇 디자인 박물관 (Cooper Hewitt) - 뉴욕 건축을 만나다 8편

미주 · 미국 · 뉴욕

문화/명소

여행전문가 칼럼

2016.11.29 조회수6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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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북 유럽 건축을 만나다>의 저자 유성지

 

 

뉴욕의 평온한 오후 햇살을 즐기고 싶다면… 쿠퍼 휴잇 디자인 박물관 (Cooper Hewitt, Smithsonian Design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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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원래 개인 저택이었다. 1902년 완공. 64개의 방. 최초의 철제 구조물. 최초로 엘리베이터와 중앙난방 시스템이 설치된 집. 100년이 지난 오늘날 보더라도 개인 저택이라기보다 ‘왕궁’에 더 적합해 보이는 이 집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Andrew Carnegie)’가 말년을 보내기 위해서 짓은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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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1970년. 이 집은 스미스소니언(Smithsonian)에 매각이 되었고, 스미스소니언은 이 집의 기본 틀은 유지한 채 수차례의 리모델링을 통해 이 집을 ‘쿠퍼 휴잇 스미스소니언 디자인 박물관(Cooper Hewitt Smithsonian Design Museum; 이하 쿠퍼 휴잇)’으로 변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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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퍼 휴잇은 디자인 학도나 디자이너 들에게는 매우 유명한 곳이지만, 그 외 많은 관광객은 이곳을 놓치고 그냥 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글은 뉴욕에 왔다면 꼭 한 번은 가보아야 할 쿠퍼 휴잇의 매력을 3가지로 분석해 보았다.

 

1) 쿠퍼 휴잇에 오면 디자인 가게를 꼭 들르자


이미 살인적인 뉴욕의 물가와 높은 박물관 입장료 때문에 망설여지는 뉴욕 여행인데 쿠퍼 휴잇을 꼭 들려야 하나 고민이 된다면, 굳이 돈을 내고 전시를 안 보더라도 이 박물관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방법이 있다.
먼저, 들어가기가 망설여지는 육중한 철제문에 들어가자. 어두침침한 박물관 내부를 지나서 티켓 부스 왼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서 들어가다 보면 주황색 글씨로 ‘SHOP’이라는 글자가 보이는데 바로 ‘샵 쿠퍼 휴잇(디자인 가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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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퍼 휴잇에서 하는 전시 관련 서적들은 물론 조명, 가구, 소품 등 수많은 디자인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1900년대 중반의 클래식한 아이템부터 2000년대 초반의 현대적인 디자인 제품까지 엄선된 작품들을 볼 수가 있다. (이곳에서 한국인 디자이너 유영규 씨가 만든 시계도 발견할 수 있다)
‘기껏 선물 가게 때문에 쿠퍼 휴잇에 가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미술관 출구 쪽에 있는 선물 가게라 하면 회화 작품 등을 재해석하거나 가공을 해서 만든 티셔츠, 머그잔 등을 파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샵 쿠퍼 휴잇은 여느 선물 가게와는 다르다. 이곳에서 팔리는 모든 제품은 그 자체로 박물관에 고스란히 전시될 법한 작품들로써 그 가치와 의미가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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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샵 쿠퍼 휴잇에 들른다는 건 단순하게 선물 가게를 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디자인 제품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을 의미한다.
위의 사진을 보면 윗줄 왼쪽에 이탈리아 디자이너 알도 로시(Aldo Rossi)의 주전자가 눈에 띄고, 그 아래로는 나무 물고기 형태가 독특한 프랭크 게리(Frank Gehry)의 주전자가 보인다. 가장 평범해 보이는 주전자 하나에도 각 시대를 풍미한 건축가의 성격과 철학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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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스토어에서는 건축과 관련된 서적들도 볼 수 있는데, 디자인과 예술에 특화된 뉴욕의 대표적인 서점들 – 페이돈(Phaidon) 내지 리졸리(Rizzoli) – 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건축이나 실내 공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개론서들을 볼 수 있다.
디자인 스토어에서 시간을 보냈다면, 출구로 바로 나 가지 말고 오히려 안쪽으로 더 들어가서 스토어 내부 오른쪽 길을 따라가자. 여러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있는 공간을 지나면 박물관 카페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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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는 현지에서 재배된 재료가 들어간 파니니, 빵, 커피 등 음료수를 판매하는데 여기서 커피와 빵을 샀다면 실내에 있지 말고 오른쪽에 있는 문을 열고 쿠퍼 휴잇에서 가장 추천하는 공간, 정원으로 나가자.

 

 

2) 뉴욕의 숨겨진 아름다운 휴식처, 쿠퍼 휴잇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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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퍼 휴잇의 정원은 2015년 리모델링을 거쳐서 새롭게 개장했는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사실 디자인에 매우 관심이 있고, 디자인 전시를 매우 좋아하는 축에 속하지만, 쿠퍼 휴잇에서 전시를 본 것보다 정원에만 간 횟수가 10배는 더 많다.
이 정원에 들어서면 그 어느 곳보다 참 평온하고 가족적이기에 저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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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눈에 띄는 건 100여 년이 넘는 이 울창한 정원과 완벽하게 대비되는 주황색 의자들. 이 의자들은 이탈리아 디자인 회사 마지스(Magis)의 제품들로써, 미니멀리즘의 대표 디자이너 재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이 1999년 디자인한 에어 체어(Air Chair)이다.
이 의자를 쿠퍼 휴잇 정원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보통 뉴욕 공원에 있는 의자 내지 벤치라고 한다면 대체로 양극단에 속하는데, 완전히 육중한 일자형 벤치로 되어 있어서 아예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 있거나, 아니면 철제 접이식 의자로 만들어져 있어서 이동이 힘들거나 앉더라도 몸이 불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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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는 대조적으로 쿠퍼 휴잇에서는 개당 10만 원이 넘는 이 에어 체어를 말 그대로 자유롭게 뿌려 놓았다. 관람객들은 이 의자들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이 공간을 자연스럽게 변형시키고 자신의 필요에 맞춰서 쓰기도 한다. 원형으로 앉기도 하고, 마주 앉기도 하고, 때로는 아예 드러눕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에어 체어는 폴리프로필렌에 강화 유리를 써서 만든 튼튼한 내구성으로 아웃도어에 적합하다. 덧붙여 에어 몰드 기법으로 기둥 공간이 비어 있어서 어린아이가 들 수 있을 정도로 가볍기까지 하다. 수많은 의자 중에서 이 에어 체어를 선택한 쿠퍼 휴잇의 안목과 관람객에 대한 배려가 더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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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 또 다른 ‘유명한’ 의자를 발견할 수 있는데 마지스의 2010년 제품이자, 디자인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헤더윅 스튜디오(Heatherwick Studio)의 스펀 체어(Spun Chair)다. 역시 개당 70만 원이 넘는 이 의자들이 길가 한쪽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데,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자유롭게 이곳에 앉아서 빙글빙글 도는 모습이 정겹다.
쿠퍼 휴잇의 이 훌륭한 정원은 연중무휴 ‘무료’로 운영되며, 박물관 표가 없어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다. 도로에서의 접근성도 매우 훌륭한데, 정문을 통하지 않고서도 이 정원에 바로 들어갈 수 있는 후문이 있다. 쇠창살을 사이에 두고 도로에서 쿠퍼 휴잇 정원을 바라보는 광경도 더없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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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리고…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전시를 둘러보자.


디자인 스토어와 카페 그리고 정원만으로도 쿠퍼 휴잇은 충분히 한 번쯤 올 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디자인에 관심이 있고 관련 전시를 보고자 한다면 입장료를 내고 전시를 꼭 보는 것도 추천한다. 쿠퍼 휴잇의 전시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디자인의 역사와 현재를 담는 전시다.
다시 쿠퍼 휴잇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 보면, 이 공간이 원래 카네기 맨션이었기에 100여 년이 넘은 저택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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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쿠퍼 휴잇은 절대 ‘낡았다’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바로 지난 8여 년간 총 1000억 원을 들여 복원 및 증축 공사를 했기 때문이다. 이 작업으로 쿠퍼 휴잇에는 아날로그적인 전시 공간에 ‘디지털’을 입혔고, 그 결과 전시장마다 터치스크린을 포함한 멀티미디어 장비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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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터치스크린이 획기적인 이유는 관람객들이 보다 쉽고 재밌게 전시를 볼 수 있게끔 하기 때문이다. 스크린에는 미리 만들어진 영상들이 반복 재생되는 게 아니라, 관람객들이 그 위에다 그림을 그리고, 때로는 전시된 조명의 불빛을 바꾸기도 하고, 또 전시와 관련된 여러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관람객에는 개인별로 터치펜을 준다. 박물관에서 돌아다니다가 기억해두고 싶은 작품을 발견했을 때 그 설명란에 있는 ‘+’ 표시에다가 터치펜의 한쪽 끝을 지그시 누르면, 펜 내에 해당 작품에 대한 정보가 저장된다. 전시 후 펜을 반납하고 나서 쿠퍼 휴잇 홈페이지에 들어가 티켓 번호를 기재하면 내가 저장한 전시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터치 한 번으로 내가 관심 있게 봤던 작품들이 온라인상에서 마음껏 공유 가능한 정보로 재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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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쿠퍼 휴잇은 아날로그 전시에 한정되지 않고, 이를 디지털로 확장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물론, 쿠퍼 휴잇은 디자인 박물관 본연의 아날로그적인 전시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패션, 그래픽, 제품, 가구, 조명, 인터랙션 디자인, 디지털 디자인 등 디자인과 관련된 모든 분야의 오브제들이 전시들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부분별로 전혀 다른 컨셉의 공간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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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기존 박물관들이 거장들의 유명 작품들을 위주로 관람객들을 끌어들인다고 한다면, 쿠퍼 휴잇의 경우 참신하고 기발한 전시로 박물관을 ‘박물관답지 않게’ 느끼게 하는 매력을 지닌다. 박물관치고는 메트로폴리탄이나 뉴욕 현대 미술관처럼 규모가 크지 않기에, 몇 시간만 투자하더라도 모든 전시를 빠짐없이 다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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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숨겨진 보석 같은 공간, 쿠퍼 휴잇


웅장한 규모와 작품 수로 경쟁하는 박물관이 아니라, 작지만 그렇기에 더 알찬 기획으로 무장한 쿠퍼 휴잇은 뮤지엄 마일(Museum Mile) 내에서 가장 적은 수의 방문자 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연간 37만) 앞으로 더 관람객이 폭등할 것으로 기대되는 박물관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시간이 된다면 꼭 쿠퍼 휴잇을 방문하자. 뉴욕의 여느 박물관에서는 쉽사리 느껴볼 수 없는 여유와 차분함을 얻을 수 있는 곳. 훌륭한 디자인 가게, 따뜻한 오후 햇살, 그리고 섬세하게 기획된 전시가 이곳으로의 방문을 값지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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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를 얻고 싶다면
쿠퍼 휴잇 디자인 박물관 사이트 – Cooper Hewitt

 


이 시리즈에 대하여
<뉴욕 건축을 만나다>는 총 15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뉴욕 곳곳의 공간에 담긴 사랑, 열정, 상상, 그리고 영감을 다룹니다.

 

저자 인스타그램 – @sungjee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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