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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과 환상, 전통의 유럽 크리스마스 마켓 이야기 2편 – 독일 베를린, 드레스덴

유럽 · 독일 · 베를린

문화/명소

여행전문가 칼럼

2016.11.11 조회수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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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맹지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마시러 돌아다니는 여행을 해보겠다고 이탈리아 일주를 떠난 것이 첫 책 집필의 계기가 되었다. 아무리 작은 도시라도 그 개성과 매력이 넘쳐나, 수 년째 유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행하는 나날은 점점 늘어나 일상이 되었고, 여행에서 돌아와 보내는 나날들은 그 다음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이, 다녀온 여행을 곱씹고 향유하는 시간이 되었다. 우연히 발견하는 여행지의 특별함과 사소함의 간극을 넘나들며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것을 업으로 삼았다. 오래 머무는 여행과 여름과 겨울을 좋아한다.


두 번째 에세이 <크리스마스 인 유럽>의 글감이 되어준, 12월 내내 성대하게 열리는 유럽의 여러 크리스마스 마켓을 찾아 헤맸던 생애 가장 특별한 겨울 여행의 단상들을 풀어 놓게 되어 무척 기쁘다. 이번에 찾아볼 지역은 크리스마스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미모를 뽐내는 나라, 독일의 베를린과 드레스덴이다.

 

철학과 사색적인 문학의 나라 독일은 1년 내내 무뚝뚝한 모습으로 그 아름다움을 숨기고 살다가, 크리스마스 마켓 준비를 시작하며 참으로 황홀하게도 피어난다. 맥주가 맛있어서, 볼만한 전시가 많아서, 또는 역사적인 의미가 깊어 가보고 싶었고 또 같은 이유로 마음에 들어했으나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기 전까지는 독일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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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 Dresden 


야간열차에 실려 드레스덴으로 덜컹덜컹 넘어오는 길은 쉽지 않았다. 눈이 무척 많이 내려 기차는 연착이 되었고, 시내에 도착하여 숙소를 찾아 가려는데 버스가 눈 쌓인 도로를 피하기 위해 다른 동네로 들어서는 바람에 결국 한참을 녹은 눈에 발을 적시며 걸어야 했다.
아직 어슴푸레 낮의 빛이 남아 있는 시간에는 발걸음이 빨라진다. 밤이 오기 전에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을 마쳐야 한다는 조바심이 난다. 일정이 조금 더 길면 좋았을걸, 하는 후회는 언제나 여행지에 도착해서야 시작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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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 숲에 사는 사람들’ 이라는 뜻의 드레스덴은 사진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전날부터 주먹 같은 눈이 덩어리로 내린 것이 가지마다 쌓여, 무게 있는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는데도 도시는 환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초저녁의 성모교회 앞을 천천히 지나 트리 불빛에 이끌려 걸었다. 겨울이 되면 앙상해지는 여느 나무들과는 달리 생명을 상징하는 전나무를 이용하여 알록달록 예쁘게 꾸미는 크리스마스 트리는 18세기 독일에서 만들어졌다. 그 다음 영국으로, 미국으로 옮겨가 전세계적인 성탄절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독일 전통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이브날 까지 트리를 공개하지 않고 집 안에 꼭꼭 숨겨놓았다고 한다. 예쁘게 장식한 나무를 이틀만 보고 치우는 것은 아쉬우니 26일이 되면 우르르 몰려 친구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함께 술을 나누고 ‘무척 훌륭한 트리군!’ 하고 외치는 크리스트바움로벤 Christbaumloben 이라는 풍습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날이 추워질 기미가 보이면 올해는 어떻게 트리를 꾸며볼까 하는 이야기가 일찌감치 맥주집 안에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어느새 별처럼 빛나는 꼬마전구로 치장한 트리들 사이에 서 있다. 누가 봐도 직접 주렁주렁 달아 맨 것처럼 보이는 조명들은 그래서 더욱 정겹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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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을 대표하는 크리스마스 마켓인 스트리엣젤마르크트 Strietzelmarkt 는 1434년 처음 열렸다. 그래서 그런지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도 너무나 오래 되어 일상이 되어 버린 크리스마스 맞이의 당연함과 편안함이 녹아 있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포근하다.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유독 눈에 많이 띄는 것은 나무 장식이다. 투박해 보이지만 힘있는 손이 시원하게 깎아 만든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중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드레스덴 근교, 나무 공예와 광산으로 유명한 에르츠 산맥 Erzgebirge 지역에서 만들어진 호두까기인형이다. 키가 무척 작은 인형부터 내 키와 비슷한 큰 것까지, 병정처럼 줄을 맞추어 마켓 곳곳을 지키고 서있다. 호두까기인형은 그래도 몇 번 본적이 있지만 독일 마켓에서 처음 만난 것은 ‘담배 피우는 사람 Räuchermännchen’ 이다. 안에 향을 넣고 불을 피워 연기가 인형 입에서 모락모락 나는 것이 제법 그럴듯하다. 저렇게 종일 담배 연기를 뿜는 인형을 집에 왜 두려고 할까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일년 중 가장 긴 밤에 나타나는 악령을 좇는 의미를 가지고 있단다. 성스러운 성탄의 밤을 기다리며 만들었다 생각하고 다시 보니 귀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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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구경만 하기에는 후각을 자극하는 것이 너무나 많다. 드레스덴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특별히 만드는 스톨렌 stollen 빵의 유혹에 못 이기는 척 넘어간다. 16세기 초부터 만들기 시작한 스톨렌의 또 다른 이름이 바로 이 마켓의 기원이 된 스트리엣젤이다. 특허까지 낸 드레스덴 성탄 스톨렌은 크리스트스톨렌 Christstollen 이라 부르는데, 드레스덴의 별미로 촉촉한 속과 아낌없이 넣은 견과류, 눈처럼 소복하게 뿌리는 파우더 설탕이 특징적이다. 매년 재림절의 두 번째 일요일 전 날 열리는 스톨렌 축제에서는 온 도시가 먹고도 남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스톨렌을 만든다. 큰 것은 아직 일정이 많이 남은 여행에 짐이 될 것 같고, 야식으로 뜯어 먹을 가장 작은 크기의 스톨렌이면 충분하다 싶다. 밤에 왠지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계속해서 지금 눈 앞의 풍경을 곱씹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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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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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은 수도답게 일주일을 머물러도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60여 개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차려 놓고 나를 맞이해 주었다. 샬로텐부르크성과 포츠다머플라츠의 마켓도 훌륭하지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그리고 가장 오래 머물게 되는 곳은 베를린에서 으뜸가는 크리스마스 마켓인 젠다르멘마르크트 Gendarmenmarkt. 언제 찾아도 베를린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명소로 꼽히는 이 광장의 주인은 극작가 실러의 동상. 뒤에는 베를린 심포니 오케스트라 전용 극장과 프랑스 대성당, 독일 대성당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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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통해 아름다운 혼을 양성하자 부르짖었던 실러가, 동서남북 빼곡하게 꾸며진 이 마켓을 높은 곳에서 둘러 보며 흐뭇해 하는 듯 보인다. 그의 희미한 미소를 뒤로하고, 크리스마스 아치, 슈비뵈겐 Schwibbögen 과 날씬하고 높게 쌓아 불을 피워 각 층을 회전시키는 정교한 나무 피라미드로 눈길을 돌렸다. 두 가지 모두 보볼과 마찬가지로 독일 태생 성탄 장식이다. 앙증맞은 미니어처 버전도 팔고 있지만 원래 아치와 피라미드는 큼직하게 만드는 것이 옳다. 상점 안에 둘 수 없는, 꽤 몸집이 큰 작은 야외 조형물들이라 마켓 가판들 사이사이의 공간을 메운다. 덕분에 크리스마스 장식 아래 자리한 도시는 보이지 않고, 시야를 꽉 채우는 빨강과 초록, 그리고 황금색 조명에 현실을 잠시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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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드레스덴보다 채도도, 명도도 한층 더 진하고 높은 빛으로 반짝인다. 그에 한 몫 하는 것이 트리에 매달아 다는 동그란 유리공인 ‘보볼 bauble’이다. 19세기 독일 중부에서 탄생한 보볼은 요즘에는 깨질 염려가 있어 플라스틱으로 만들지만 베를린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하나씩 공들여 불어 만든 유리 보볼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행여나 깨질까 걸음도 사뿐히, 손짓도 느리게, 덕분에 마켓을 차분하게 돌아볼 수 있었다. 맥주 때문인지 아니면 추위인지, 코가 새빨개져 하하호호 웃으며 서둘러 어디론가 움직이는 무리들 속에서 혼자 천천히 움직이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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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베를린 크리스마스 마켓 정보 www.visitberlin.de/en/keyword/christmas-markets
드레스덴 크리스마스 마켓 정보 www.dresden-weihnachten.info


TIP


놀랍게도 베를린은 여행한 모든 독일 도시들 중 물가가 가장 쌌다. 수도이기 때문에 예산을 좀 더 많이 책정할 필요는 없다. 1유로도 채 안되는 통통한 베를린 도넛 베를리너 Berliner와 맥주 안주로 최고인 커리와 토마토 소스를 섞어 소시지에 뿌려주는 커리부르스트 currywurst는 베를린 여행자의 피로 회복제. 
 

**더 많은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 이야기는 맹지나 작가의 <크리스마스 인 유럽>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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