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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기록하는 여행, 아트로드 - 1편, 인도 [마이소르 오일가게에 벽화를 선물하다]

아시아 · 인도 · 뭄바이

문화/명소

여행전문가 칼럼

2016.10.31 조회수7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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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김물길

 



‘컬러풀한 세계일주, 아트로드’


아트로드는 ‘매일 보고 느낀 것을 그린다.’는 의미로 만든 나만의 프로젝트이다. 낯선 나라에서 느끼는 생소함과 새로운 영감을 통해 마음껏 그림을 그리며 여행하고 싶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닌 자랑하려고도 아닌, 내 꿈 중에 하나를 이루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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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3일 (2011.12.12. ~ 2013.10.14.), 46개국, 400여장의 그림 작업.
그 22개월간의 컬러풀한 여행 이야기를 펼쳐보려 한다.

 

 

[인도의 첫 만남, 빨래터 ‘Dhobi Ghat’]

 

2012년 새 해 첫날이 하루 지난 1월 2일. 인도 뭄바이에 도착했다.
인도 뭄바이에 도착하자마자 찾아간 곳은 도비가트였다. 그것이 인도와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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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비가트[Dhobi Ghat]는 야외 빨래터이다. 뭄바이의 도비가트는 약 180년 동안 이어진 장소이며 판자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빨래를 생업으로 살아간다. 이곳에서 빨래를 하는 사람들은 인도 카스트제도의 최하 신분인 수드라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로 취급된다.
인도에서 신분차별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아직도 신분차별제도는 뿌리 깊게 남아있으며 이 직업은 대를 물려 전수된다고 한다. 이들은 인도 뭄바이의 호텔과 대형숙소에서 나오는 빨래 감을 받아서 일을 한다. 최근 도비가트는 도시 재개발로 인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데, 도비왈라들은 별다른 정부지원을 받지 못한 채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들의 모든 삶을 칸칸이 나눠진 좁은 빨래터에서 빨래를 하며 보낸다는 것.
계단 위에서 그들의 노동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나 그리고 다른 관광객들에게는 그저 처음 보는 신기한 풍경이라지만 그들의 삶을 감히 상상해 보면 신기하다며 사진을 찍고 있는 내 자신이 부끄럽고 미안하게 느껴졌다.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조용히 그들의 삶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날 밤, 그곳에서 눈을 마주친 한 소년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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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삶, Dhobi Ghat, India, 2012>

 


[내 생의 첫 도전, 인도 전통그림 배우기]

 

손꼽아 기다리던 시간이다.
인도전통 그림을 배우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 나라의 그림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다니 아침부터 흥분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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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그림을 배울 곳은 우다이푸르 작은 골목에 있는 ‘ASHOKA ART SCHOOL’이다.
이미 전 날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많이 알아봤는데, 다른 곳보다 이 곳이 가격이 저렴한 편이었고 특히 바로 앞에서 짧게 선생님이 그림을 그리시는 것을 보여주셨는데 실력이 뛰어나셨기에 믿고 배워보기로 했다.

수업 당일, 선생님은 전체 그림 과정과 함께 인도 전통 붓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물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에 대해 아주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내가 그릴 그림은 전통 악기를 들고 있는 인도 연주가였다.
바탕 재료는 실크 천이었는데, 항상 종이 또는 캔버스 천에만 그림을 그리다가 처음으로 접해보는 재료에 조금 당황하기도 했다. 특히 내가 사용한 붓은 굉장히 얇고 힘이 없었기에 힘 조절뿐 만 아니라 호흡까지 조절해 가며 작업을 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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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과정>

 

그리는 과정은 다음과 같았다.


1. 실크에 풀을 먹이고 나무캔버스에 붙여 고정시킨다.
2. 그 위에 연필로 흐리게 스케치한다.
3. 우선 가장 넓은 바탕색부터 색 변화를 자연스럽게 주면서 칠한다.
4. 가장 밝은 색인 피부를 제외하고, 넓은 면적에서 좁은 부분 순서대로 색을 채운다.
5. 마지막에 피부를 칠해주고 묘사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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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한 인도 천연물감은 덧칠이 아주 잘됐다. 그래서 어두운 색을 올리고 밝은 명암주기에도 편했기에 농도조절에 따라 아주 다양한 표현이 가능했다. 점점 완성되어가는 그림을 보면서 혼자 무척이나 뿌듯해했다. 개인적으로 옷에 들어간 검은 디테일이 그리는 과정도 재미있었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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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작>

 

이건 자랑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림 선생님이 나에게 너무 잘 그린다며 한 달에 얼마 주면 여기서 자신을 도와주며 일할 수 있냐고 농담 삼아 물어보셨다. 그래서 나도 농담 삼아 ‘한 달에 적어도 200만원은 주셔야 되는데요?’ 라고 대답했는데 선생님이 바로 그건 많이 힘들겠다고 없던 일로 하자며 웃어 넘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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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선생님과 함께>

 

사실 여행 시작하기 전에 ‘각 국의 전통그림을 배워가며 여행하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했었는데 인도에서 짧게나마 이러한 경험을 해볼 수 있어서 정말 만족스러웠다. 직접 ‘경험’해 보는 것만큼 확실한 공부와 ‘내 것’으로 만드는 확실한 방법이 또 있을까. 눈으로만 읽어오던 그림을 하얀 실크 천부터 서명을 하는 마무리 단계까지 경험해봤으니 미술관에 가서 백 번 그림을 보는 것보다 더 확실한 경험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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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소르. 오일가게에 벽화를 선물하다]

 

인도 남부여행을 하는 중에 천연 오일과 항료로 유명한 도시인 ‘마이소르(Mysore)’를 들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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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도음식_팔락빠니르 커리>

 

점심식사 후 길가에 줄지어 선 오일가게 중 한 곳에 구경하러 들어갔다. 그 가게에서 만난 사장님은 굉장히 친절하고 예의 있는 사람이었다. 오일을 하나하나 구경시켜주시며 여러 가지 천연오일에 대한 이야기를 친절하게 들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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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소르 오일가게>

 

서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다가 내가 미술을 공부했다는 얘기를 했다. 그랬더니 사장님께서 대뜸 ‘그렇다면 가게 벽에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처음에는 적잖게 당황했지만 그림 그린다는 것은 정말 좋아하는 것이고 인도 마이소르의 작은 오일가게의 한 벽이 나의 도화지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오히려 설레기 시작했다.

'아무거나 그려도 돼요?'
'네, 아무거나 그리고 싶은 걸 그려주세요. 전혀 상관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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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가게 벽에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

 

나는 지금까지 남인도를 여행한 이야기를 그려 넣었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 먹었던 음식들 그리고 그 동안 보았던 인도의 풍경들까지.
반대쪽 벽에는 사장님이 부탁하신 연꽃도 하나 더 그려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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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만족할 만한 그림은 아니었다. 급하게 그리느라 완성도도 떨어졌다. 하지만 사장님이 너무 만족스럽다 하셨고 주변 가게 분까지 구경 오셔서 박수를 쳐주셨다.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아진 사장님께서는 급히 나가시더니 집에서 비리아니(인도 볶음밥)을 싸가지고 오셨다. 덕분에 그림을 마치고 다 같이 맛있는 홈메이드 비리아니를 먹으며 배도 채울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게 웬일, 사장님께서는 산달오일, 자카란다, 수련오일 등 내가 탐내던 향초와 오일 등을 하나씩 예쁜 병에 담아 선물로 주셨다. 물론 부탁은 받은 것이지만 나도 즐겁게 작업했는데 예상치도 못한 선물도 주셔서 정말이지 감사했다.

 

그렇게 마이소르에 작은 오일가게에 또 하나의 진한 추억의 흔적을 남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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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가게 사장님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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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의 홈메이드 비리아니>

 

많은 돈과 훌륭한 언변보다 나는 더욱 값진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에게 그림은 나만 행복한 길이 아니라 남에게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길이었다. 그것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이미 내 여행은 이전보다 더욱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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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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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 2017.02.11 댓글

    와 인도의 전통 그림 저도 재주만 있다면 배워보고 싶어요ㅎ

    • 2017.01.08 댓글

      와 아트로드 멋잇네요

      • 2016.12.11 댓글

        오일가게 벽에 그림 그리시는 모습이 정말 인상깊네요. 해외에 무언가를 남기고, 기록하고 온다는게 너무 멋있어보여요!

        • 2016.11.01 댓글

          최고의 경험이였겠습니다.인도에서 그림을~

          • 2016.11.01 댓글

            그림여행의 첫 발, 인도. 뭔가를 내 손으로로 남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게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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