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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지우펀- 요리로 떠나는 낭만여행 14편

아시아 · 대만 · 타이베이

음식

여행전문가 칼럼

2016.10.18 조회수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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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 민희선

 

 

대만 지우펀 - 화려한 홍등가의 소박한 맛거리

 

대만 신베이시 루이팡(Ruifang) 지구에 위치한 작은 산골마을. 워낙 작은 산골마을이었던 이 곳은 1800년대 후반 금광이 발견되며 일제시대에 큰 호황을 누렸다. 그래서인지 일본식 가옥이 많은 이 곳에 중국문화가 더해지며 독특한 색채의 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했지만, 1970년대 금광의 쇠락과 함께 점차 쇠퇴의 길을 걷기도 했다. 그런 이 곳이 영화 <비정성시>의 주요 배경이 되며 관광지로 다시 한번 유명세를 타고 있는데 최근에는 지우펀의 야경이 <센과 히치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되며 또 한번 그 위세를 떨치고 있는 중. 영화와 음식, 그리고 도시가 어우러진 이번 여정은 어떤 추억과 기록으로 남을 지 벌써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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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정성시>는 비정하고 성스러운 도시라는 뜻으로 영문 제목명은 <슬픔의 도시>다. 대만의 비극적인 현대사를 한 가족의 역사를 빌려 표현해낸 이 영화는 양조위가 벙어리 사진사역으로 출연하며 격동의 시대에 울분을 토해내는 남자주인공으로 출연한다. 냉엄한 현실에 가로막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의 모습을 대만인들에 빗대어 연출해낸 수작으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 영화이기도 하다. 지우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 속의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중 으뜸은 단연 홍등가가 즐비하게 늘어선 수많은 계단식 거리다. 양조위의 뒷모습이 만야 가슴 미어지게 아프던 그곳은 어떤 모습으로 나를 맞아줄까. 서둘러 타이베이에서 지우펀으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해본다.

 

(타이베이 '중샤오푸싱'역 1번 출구로 나와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1062번 버스를 타면 약 40분후 지우펀에 도착할 수 있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택시비를 흥정해 지우펀에 도착할 수도 있으니 여독으로 인해 힘에 부친다면 택시를 타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지우펀에 도착하자 마을 초입에서부터 수많은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서는 드라마 <온에어>의 촬영지로 이미 유명세를 탄 지라 한국 관광객은 물론, 전세계에서 모인 사람들로 이미 포화 상태를 넘어선 듯 보인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시작된 야시장 분위기의 노점 음식점은 갖가지 식도락으로 관광객의 발걸음을 멈추게하고 대만 특유 향신료 내음으로 가득한 골목골목의 풍경에 눈의 휘둥그레질 때 즈음, 드디어 아름다운 홍등가의 향연이 눈앞에 펼쳐진다. 마침 어둑한 석양이 내릴때인지라 홍등가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어 있었다. 형형색색의 등불이 주렁주렁 매달린 홍등가 밑 계단을 차례로 오르다보면 이곳 어디 즈음에서 영화속 양조위를 만날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킬 정도. 심지어 그렇게 걷다보니 '아메이'라는 찻집이 나온다. 영화 <비전성시>의 여주인공 이름이기도 했던 이 곳은 영화의 중요한 배경을 담당하는 놓쳐서는 안될 미장센 중 하나다. 역시 아메이를 따라 좁게 늘어선 골목 계단 위로는 석양에 비춰 아름답게 빛나는 등불들이 춤을 추고, 나는 한 계단 한 계단 그 의미를 되새기며 아메이의 담장 밑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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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도 말했듯이 지우펀은 중국과 일본식 문화가 결합해 독특한 색채의 문화를 탄생시켰는데 그 중 제일은 건물양식이다. 외관으로는 일본식 적산가옥이지만 막상 실내에 들어가면 다다미방이 아닌 나무 바닥 위에 침대가 놓여있어 적잖이 당황스러웠던 기억. 특히 이 지역에서 나름 유명세를 타고 있는 '금석객잔'이라는 숙소를 사전에 예약했다면 그 독특한 건축양식을 몸소 체험할수 있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홀로 금석객잔을 운영하시는 할아버지 사장님은 자신의 숙소를 찾는 손님얼굴을 일일이 돌에 새겨 선물로 건내주시는 자비(?)를 베푸시는데, 저녁을 먹지 않았다고 하면 친절히 대만식 즉석라면을 손수 끓여주시기도 하신다. 겉표면에 우육탕이라고 쓰인 대만식 라면은 진한 소고기 국물에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 인상적이었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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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아침엔 부드러운 흰 죽과 간단한 채소볶음을 근처 시장에서 포장해다 주시니 그 친절함에 먼훗날 지우펀을 다시 찾는다면 꼭 다시 한 번 묶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감사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금석객잔의 할아버지 사장님께서 아침에 사다 주셨다는 그 흰죽과 채소볶음맛은 지금 생각해봐도 이상하리만치 일품이다. 수많은 홍등가의 화려한 음식들과 고기, 해물, 아이스크림 등 노점의 군것질 거리들을 먹어치웠지만 별 기대 없이 아침 대용으로 먹은 흰죽과 채소볶음의 맛을 이기지는 못했다. 밋밋한 비쥬얼로 인해 썩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먹었던 그 음식 맛은 마치 우리네 누룽지처럼 은은하니 구수하고, 채소볶음은 무척이나 달큰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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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채소를 생으로 먹는게 자연스러운 우리와는 달리 중국이나 대만은 거의 모든 채소를 익혀 먹는게 특징이라면 특징. 대부분 기름에 볶아 먹지만 오이같은 채소는 국을 끓여먹을 만큼 그들에게 채소를 익혀 먹는건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채소나 과일은 건조했을 경우엔 단맛이 최대 7배나 상승하고, 굽거나 익혔을 경우엔 4배 가까이 상승하기도 한다. 말린 과일이나 채소가 유독 달게 느껴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 그러고보니 사장 할아버지께서 사다주신 채소볶음이 맛있게 느껴졌던 이유를 알겠다. 별맛 없는 채소지만 익혔으니 단 맛이 강하게 살아났던게지. 거기에 대만식 곡물이 들어간 흰죽이 구수하게 느껴지는건 당연할테고. 대만의 맛을 하나하나 짚어가다보니 또 이렇게 무언가를 얻어가는구나. 화려한 홍등가와 상반된 소박한 음식들이 있어 더욱 매력적인 지우펀에서의 여행은 그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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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지만 매력적인 음식과 인심좋은 사람들. 아픔이 아닌 화려한 북적임으로 가득했던 지우펀은 더 이상 슬픔의 도시가 아닌 축복의 도시였다. 어쩌면 우리네 삶도 그럴테지. 비정하지만 성스러움으로 가득찬 인생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흔들린다 해도 스스로 버리지 않는 한 결코 결코 비정하리 않으리라. 살아간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미 성스러움을 얻었으니 그와 어울리지않는 비정함을 동반한다한들 결코 흔들리지 말아야할 것이다. 그것이 인생의 아이러니고 운명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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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 2017.01.31 댓글

    정말 잘 다녀오신것 같아요 :)

    • 2016.12.13 댓글

      지우펀에선 땅콩 아이스크림만 먹어봤었는데, 다음번엔 저도 죽 도전 해봐야겠네요!^^

      • 2016.10.24 댓글

        낯선 여행지의 추억에는 아름다운 풍광도 있겠지만 나에게 소중하게 기억되는 우연한 만남도 특별하죠. 왠지 방문하고 싶은 멋진 숙소네요, 금석객잔. 그리고 지우펀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만 떠올렸는데 비정성시라는 영화도 찾아서 봐야겠군요. 좋은 내용 잘 보고 갑니다.

        • 2016.10.23 댓글

          지우펀의 매력은 꾸밈없는 모습인데~전통시장과 홍등의 유혹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 2016.10.19 댓글

            정이 넘치는 지우펀 가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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