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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물방울을 만나다 - 요리로 떠나는 낭만여행 11편

유럽 · 프랑스 · 파리

문화/명소 음식

여행전문가 칼럼

2016.09.05 조회수3855


 

ㅇㄴ 

셰프 민희선

 

 

신의 물방울을 만나다 - <프랑스 파리 두 번째 이야기> 

 

달콤한 인생을 몸소 느끼게 해준 라뒤레의 마카롱을 뒤로하고 파리의 골목골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우디앨런의 영화 <미드 나잇 인 파리>의 한 장면처럼 딱히 관광지를 방문하지않더라도 한적한 파리의 뒷골목을 여유롭게 거니는것이 파리지엥을 흉내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었기 때문이다.

 

파리의 여성들. '프랑스 여자는 늙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그 곳의 여성들은 확실한 그들만의 아우라를 품고 있기에 충분한 존재들이었다. 정리되지 않은 헝클어진 머리, 화장기없는 얼굴, 낡은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 그녀들의 주된 행색(?)이었음에도 지저분해보이기는커녕 하나의 멋과 패션으로 보이기에 충분했는데, 자기관리라는 명목하에 정형화된 헤어스타일, 완벽한 메이크업, 옷차림을 강요받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 사뭇 다른 그들의 정서가 처음엔 어색할 따름이었다. 

 

민낯에도 여유롭고 당당한 그녀들의 애티튜드는 하루도 민낯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 땅의 미스코리아로서 센세이션한 컬처쇼크로 다가왔을 정도.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들인지 궁금할 때 즈음, 유난히도 당당한 그녀들의 걸음걸이가 눈에 들어왔다. 허리를 곧게 세우고 정면을 응시한채 카리스마 있는 발걸음을 내딛던 그녀들의 워킹 스타일에서 군더더기 없는 자신감을 발견한 것. 그것을 깨닫는 순간, 당당한 여자는 아름답고 우아하다던 칼라 브루니의 명언이 떠오른다. 버터와 설탕을 많이 쓰는 프렌치 스타일의 조리법을 섭취하며 살아온 그녀들임에도 비만자가 적은 이유를 행복한 마음으로 식사하기 때문이라고 정의한 어느 책의 한 구절 역시 머리 속을 스치운다.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는 뻔한 공식을 이렇게 결과물로 보여주는 프랑스 여성들을 보며 내면이 아닌 외면에 지나친 관심을 두고 살아온 내 지난날을 되짚어본다.


이렇게 여행이라는 것은 끊임없는 스스로와의 대화를 통해 삶의 치유제같은 존재로 빛을 발하는 것. 누구나 그렇겠지만 고달픈 일상에 여행이라는 단비는 영양제와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여행길에서 만난 풍경, 사람, 음식, 음악은 일상의 무게로 인해 흐릿해진 영혼을 점점 또렷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리라. 파리의 그녀들로 인해 내 영혼 속 의식이 점점 살찌워져간다.

 

그렇게 샹젤리제 거리 뒷골목을 거닐며 다시 에펠탑 근처로 올라가다보니 석양이 내린 세느강이 눈에 들어온다. 프랑스 세느강(Se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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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세느강은 유년시절 영화속 한 장면으로 시작되는 곳이다. 세느강위에 펼쳐진 수많은 다리 중 노트르담 성당 근처에 위치한 퐁네프 다리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프랑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 거리의 화가 미셸과 곡예사 알렉스가 나누는 운명적인 사랑을 다룬 이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올라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그곳을 도저히 지나칠 수 없이 세느강을 찾았다. 그리고 다짐한다. 이 곳 세느강에서 또다른 파리의 낭만을 기록해보겠다고. 내게 세느강은 곧 영화 속 한 장면 그 자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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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한강이 있다면 프랑스 사람들에겐 세느강이 있다. 강 폭이 1000m를 넘는 한강과는 달리 세느강은 2~300m밖에 안되고 수질도 그렇게 좋은편은 아니지만 파리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에게 세느강은 동경의 대상이다. 세느강을 둘러싸고 있는 경치때문이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은 영화, 음악, 미술, 사진 등 수많은 프랑스의 예술들이 이 곳에서 만들어졌고 (실제로 보자르 예술학교가 세느강 위에 있다) 그것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리라. 특히 세느강 위의 아홉 번째 다리인 퐁네프 다리는 1991년작 프랑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을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기에 충분한 곳이다. 다리 위의 부랑자인 두 남녀, 알렉스와 미셀이 사랑을 확인하는 날에 세느 강변은 불꽃놀이로 장관을 이루고,  불야성을 이룬 세느강 속에서 두 사람은 훔친 보트를 타고 세느강을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들처럼 질주한다. 그 장면은 영상예술과 결합된 파리 야경의 절정을 보여주는 위대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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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 특유의 예술적 재능에서 우러나는 뛰어난 영상미, 그러한 예술적 재능이 그들 삶의 일부로 나타난 세느강의 낭만적 아름다움,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남자 주인공 알렉스와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버림받은 미셀의 운명적인 사랑이 서로 결합되면서 잔잔한 여운으로 자리잡는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 두 남녀 주인공이 자유롭게 내달리던 퐁네프 다리를 두 눈과  기억 속에 담고 있다보니 낭만과 예술이 무색하리만큼 배가 고프다. 마카롱으로 프랑스의 달콤함을 맛보았다면 이젠 프랑스 와인이 궁금해지는 시점에 달한 것. 진정한 신의 물방울이라 불리우는 그들의 와인은 어떤 향미로 나를 뒤덮을까.
 

나는 퐁네프 다리 근처의 케쥬얼한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프랑스식 홍합찜을 주문해봤다. 와인이 궁금하다면서 웬 홍합찜 이냐 하겠지만, 프랑스식 홍합찜에는 질좋은 화이트 화인이 주재료인 홍합보다 더 중요한 재료로 쓰인다. 여기에 약간의 버터를 가미해 음식의 풍미를 한껏 살리는데, 와인의 산미와 버터의 풍미가 더해져 홍합의 맛을 배로 끌어올리기에 충분하다.

스페인식 홍합찜에는 마늘을 비롯한 갖가지 향신채들이 들어가지만 프랑스식 홍합찜은 홍합과 와인, 버터, 이렇게 최소한의 재료만으로 맛을내 그 맛이 단순하지만 그속에서 전해지는 깊은 울림이 인상적이다. 질 좋은 와인은 그 자체만으로도 축복이지만 이렇게 최고의 식재료와 만났을 때 그 역할이 배가 되므로 파리를 찾는다면 와인이 재료로 쓰인 메뉴 하나쯤은 경험해보길 강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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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의 긴장과 힘을 빼고 오롯이 경험을 위한 여행이었던 파리에서의 여정. 그 곳의 문화는 물론이고 사람, 음식, 음악, 심지어 공기와 바람까지 나의 의식 세계를 또 한번 살찌우게 했던 잊지 못할 여행이 아닐 수 없었다. 어둠이 내린 몽마르뜨의 불꺼진 회전목마와 세느강의 잔잔한 물결, 그리고 화려하게 빛나던 에펠탑의 낭만은 운이 좋아 팔순의 할머니가 됐을 때 그 시절나를 발견하는 소중한 재산으로 더욱 빛날것이라 믿는다. 추억이 있는 나는 더이상 서럽지 않고 그저 풍요로울 따름이다.

 

f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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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2017.03.21 댓글

    풍경들이 예술이에요, 홍합찜도 끌리고요^^

    • 2016.12.13 댓글

      좋은 여행기 잘 보고 갑니다^^

      • 2016.10.13 열기 1 댓글

        신의 물방울을 재밌게 봤던 기억에 읽게 되었는데, 중간 쯤에 딱 나오는 홍합요리 사진... 프랑스는 아니지만 벨기에 출장에서 바이어가 사준 홍합요리와 스파클링와인의 조합은 정말 환상이어서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개인적으로 홍합은 좋아하질 않았는데... 이후는 즐겨하고 있다는^^

        • 2016.09.06 댓글

          글만 읽어도 파리가 머릿 속에 그려지네요~ 와인을 사용한 요리 하나쯤 정말 찾아서 먹어봐야겠습니다~

          • 2016.09.06 열기 1 댓글

            파리여행 잫하고 갑니다. 다시 가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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