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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당신의 여유, 아페리티보 인 나빌리(이탈리아 비주류여행 2편)

유럽 · 이탈리아 · 밀라노

휴양/레포츠 문화/명소 음식

여행전문가 칼럼

2016.06.22 조회수7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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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상공회의소 前 직원 이채영

 


이탈리아 당신의 여유, 아페리티보 인 나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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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우리나라의 청계천을 연상케 하는 작은 실개천과 그를 중심으로 양쪽에 줄 지어있는 가게들.

 

족히 저녁 여덟 시는 되어야 '이제 좀 먹어볼까' 하는 이탈리아의 저녁 문화는 (여름에 해가 길어질수록, 남부로 내려갈수록 저녁 시간은 점점 늦춰진다) 회식마저도 여섯 시가 땡 하자마자 시작하는 한국인에게는 곤욕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그들의 '한나절 걸리는' 저녁 식사 문화에도 불구하고 이 곳은 로즈마리를 양껏 올린 감자와 길게 썰은 가지와 애호박을 굽는 냄새며, 삶은 파스타를 소스에 버무리는 냄새며 온갖 입맛을 돋우는 냄새가 이른 오후부터 진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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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ritivo(아페리티보)는 식전에 식욕을 증진 시키기 위해 간단히 마시는 식전주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단어가 고유명사처럼 자리 잡으며(해피아워라고도 한다) 약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칵테일 값만 내면 바에서 제공하는 여러 주전부리들을 먹을 수 있는 이탈리아의 식전 문화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아페리티보는 어느 도시에나 존재하지만 특히 해가 긴 여름날 직장인들이 일을 마치고 저녁을 먹기 전까지 간단히 배를 채우고자 들르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경제가 발달한 북부 쪽에서 더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밀라노에서 잠시 직장생활을 했던 나 역시 어마어마한 외식 비용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도 훨씬 합리적이고 배도 든든히 채울 수 있는 아페리티보를 애용하곤 했다. 밀라노의 심볼과 같은 두오모 건축 시 자재 운반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나빌리오 운하는 더이상 실용적인 기능을 하고 있진 않지만 아름다운 경치와 두오모에서도 가까운 거리 덕분에 주위의 상권이 발달해 밀라노에서 아페리티보로 가장 유명한 곳이 되었다.


Tip. 지하철 M2 노선인 Porta Genova역이 나빌리에서 가장 가까운 역이다. 이 곳에서 15분정도 걸으면 나빌리 운하 지구에 다다를 수 있으니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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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 si puo' fare tutto!(여기서는 뭐든지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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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아페리티보란 간단히 주전부리를 즐긴 후 늦은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한 워밍업 같은 의미이지만, 가난한 유학생이나 나 같은 사회 초년생에겐 어쩌면 외식 기분을 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게 되면 1인당 가격이 2~30유로를 훌쩍 넘는 살인적인 식사 비용에 비해 10유로 안팎의 칵테일 값만 내면 ‘오늘 저녁은 뭐 먹지’의 고민을 뚝딱 해결해주는 고마운 문화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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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 si puo’ fare tutto” (뀌 씨 뿌오 파레 뚜또, 여기서는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아페리티보를 즐긴 후 프리모, 세콘도까지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저녁 식사까지 한꺼번에 해결해줄 수 있는 이곳 앞에는 이런 문구를 적어 놓았다. 뭐든지 할 수 있다니, 역시 이탈리아 사람들의 허풍이란! 귀여움에 웃음이 나온다.

 

틀린 말은 아닌 것이, 나빌리에서는 간단한 식사도, 동료와의 가벼운 수다도, 볼이 살짝 달아오를 정도의 기분 좋은 취기도, 젊음이 가득 찬 분위기도 모두 느낄 수 있는 밀라노에서 가장 다정한 공간이지 않을까 싶다.

 

 

당신의 입안을 in the mood for love 하게 해주는 영롱한 오렌지 빛 한 모금, 스프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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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페리티보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입맛을 돋우는 청량한 색깔의 음료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주로 아페롤이나 캄파리와 같은 이탈리아의 대형 브랜드 리큐어에 프로세코라는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 토닉워터나 탄산수를 적절히 섞어 만든 칵테일이 바로 스프리츠 Spritz인데, 바마다 제조기법이나 혼합비율이 달라 맛도 조금씩 달라진다.

 

Tip. 스프리츠를 주문하다 보면 Spritz con aperol 혹은 Spritz con campari 라는 두 개의 리스트를 볼 수 있다. 아페롤aperol과 campari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두 개의 리큐어 브랜드인데 아페롤은 도수가 낮고 단 맛이 더 강한 편이고, 캄파리는 도수가 훨씬 높고 씁쓸한 맛이 강한 편이다. 가볍게 즐기고 싶다면 Spritz con aperol을, 묵직한 느낌을 원한다면 Spritz con campari를 선택하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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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말 맛있는 스프리츠를 먹고자 한다면 베네치아와 베로나를 품고 있는 북부 베네토 지역에서 맛보면 좋을 것 같은데 이유는 바로 스프리츠 제조에 꼭 들어가는 ‘프로세코Prosecco’ 와인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아주 옛날에 건너와 대중적인 스파클링 와인이 된 샴페인의 경우, 프랑스의 샹파뉴(Champagne) 지역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이라 이외의 곳에서 생산된 와인에 샴페인이라는 이름은 붙일 수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프로세코 역시 베네토 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 토착 품종으로 만든 것에만 이름을 붙일 수 있다. 그러니 당연히 프로세코의 원산지인 베네토에서 마시는 스프리츠가 훨씬 더 맛있을 수밖에-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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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우르르 몰렸던 직장인들이 어느 정도 빠져나가고 내일에 대한 걱정이 상대적으로 적은 소수만이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도 남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나빌리의 밤은 따뜻한 온도의 가로등 덕분에 한층 더 정겨운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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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밤, 따뜻한 날씨 덕을 빌려 상인들은 해가 지고도 한참이 지난 시간에도 노점을 접지 못하고 술 기운에 살짝 흥이 돋은 젊은이들이 커플로 반지니 팔찌를 맞추고 가기를 은근히 기대한다. 

여행 일정이 빡빡한 경우, 오랜 고민 끝에 도시를 하나 제외하라면 늘 제외되는 도시가 밀라노가 아닐까 싶다. 굳이 밀라노를 들르는 여행객들도 반나절에서 한나절 정도, 두오모를 한 번 구경하고 쇼핑을 위해 잠깐 지나가는 곳으로 홀대 받기 일쑤다.

 

그런 이들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내어 이 곳에서 꼭 아페리티보를 즐겨보라 이야기 해주고 싶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이른 아침부터 벼룩 시장이 열리고, 이런 평일 저녁에도 소소한 앤틱 물건들을 팔고 있는 나빌리, 밀라노 서민의 생활을 가장 가까이서 눈여겨볼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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