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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건축을 만나다 -1편

미주 · 미국 · 뉴욕

문화/명소

여행전문가 칼럼

2016.04.26 조회수2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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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북: 유럽 건축을 만나다> 저자 유성지

 

 

작가 소개


대학생 시절 디자인 경영이라는 단어에 꽂혀 학교 선배와 함께 국내 최초의 디자인 경영 학회 Dema Studio를 만든 후 삶이 180도 바뀌게 되었다. 여행을 좋아해 지금까지 30여 개 국가를 여행했으며, 『화이트북: 유럽 건축을 만나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건축과 디자인 그리고 아름다운 오브제에 관심이 많으며 현재 뉴욕에서 신혼 생활과 학업 그리고 일을 병행 중이다.

 

 

뉴욕은 어떻게 지금의 뉴욕이 되었을까?

 

 √ 뉴욕이 지금의 모습이 될 수 있었던 세 가지 이유 – 그리드 시스템, 편암, 그리고 고도 제한법

 


뉴욕은 생각만큼 크지

 

우리가 흔히 지칭하는 ‘뉴욕’은 사실 뉴욕 주(State)에 포함된 ‘뉴욕 시(New York City)’를 의미할 때가 많다. 그리고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자면, 뉴욕이라는 단어는 뉴욕 시에 있는 5개의 자치구 중에서 가장 크기가 작은 ‘맨해튼(Manhattan)’을 일컫는다. 이 이름은 17세기에 네덜란드인들이 이 땅을 정복하기 전, 인디언들이 부르던 ‘만나-하타(Manna-hatta)’라는 말에서 유래 되었다. (이하 맨해튼을 편의상 ‘뉴욕’이라고 표기)
사실 뉴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작은데, 그 크기를 따지면 약 60 제곱킬로미터 밖에 안 한다. 이는 서울시의 강남구와 서초구를 합친 크기보다도 훨씬 더 작은 크기다. 오히려 뉴욕의 대표적인 공원 ‘센트럴 파크(Central Park)’가 생각보다 큰데, 오로지 수풀과 호수로 꾸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의도 정도의 크기에 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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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딩의 숲 뉴욕의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센트럴 파크

 

 

그런데도 전혀 작지 않은 도시, 뉴욕

 

그런데도 맨해튼이 ‘커’ 보이는 이유는 그 작은 면적을 빼곡하게 메운 건물들 때문이다. 이 건물들 하나하나 마다 세계의 무역, 금융, 문화, 패션, 디자인, 음악의 최첨단을 이끄는 회사, 인력, 그리고 기관들이 있다. 끝없는 빌딩의 숲인 뉴욕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160만 명이지만, 관광객과 통근자들로 인해서 뉴욕의 유동 인구는 매일 약 400만 명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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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의 밤 

 

 

뉴욕이 뉴욕이 될 수 있었던 세 가지 조건

 

이렇듯 뉴욕이 오늘날의 뉴욕의 ‘모습(Appearance)’을 갖출 수 있었던 데에는 약 세 가지의 조건을 들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천혜의 자연으로 인해서 얻게 된 조건이고, 나머지 두 가지는 인간의 노력으로 인해서 일구어낸 조건인데, 이 세 가지 조건이 없었다면 뉴욕은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뉴욕에서만 피부로 확 느낄 수 있는 그리드 시스템(Grid system; 격자 체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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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을 가로와 세로로 가로지르는 그리드 시스템(Grid System) 덕분에 뉴욕은 자로 잰 듯한 정밀한 도시로 발전해왔다.  

 

 

01 – 그리드 시스템

 

뉴욕의 그리드 시스템은 1811년에 시 의회에(City Council) 의해서 제정되었다. 그리드 시스템이 도입되었던 19세기 초 뉴욕은 지금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인구수도 오늘날의 160만 명과는 비교도 안 되는 10만 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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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그리드 시스템이 있기 전, 뉴욕은 유럽에서 볼 수 있는 형태의 도시로 발전해 왔다.

 

뉴욕의 시 의회에서는 앞으로 뉴욕의 인구가 증가할 것은 물론,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 대대적인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으며,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바로 뉴욕의 그리드 시스템이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엄청나게 무모했는데, 언덕과 웅덩이 그리고 하천으로 이루어진 이 섬의 자연과 환경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그냥 통째로 맨땅을 뒤엎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 지도를 만든 이는 존 랜들(John Randel)이라는 측량기사였는데, 그의 아이디어는 매우 간단했다. 바로 양방향으로 자로 잰 듯한 도로를 일정한 간격으로 내고, 도로마다 번호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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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위성사진으로 보는 뉴욕의 지도. 직선으로 구성된 뉴욕의 거리는 200년이 지나서도 변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미 인구 대다수가 살고 있었던 하우스톤 거리(Houston St)의 남쪽은 그대로 두되, 그 북쪽에서부터 그리드 시스템이 시작되는데 남북으로는 하우스톤 바로 위에 1번부터 시작해서 북쪽에 150번까지 거리(Street)를 이루고, 동서로는 가장 동쪽에 1번부터 시작해서 12번까지 대로(Avenue)를 이룬다.
약 200년 전, 뉴욕은 오늘날의 빌딩 숲이 될 기초를 닦아 놓은 셈이다.

 

 

02 – 편암으로 이루어진 지반

 

그리드 시스템이 생김으로써 뉴욕은 근대적인 ‘도시’가 생길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건물의 모양도 더는 둥근 형태나 제각각의 모습을 벗어나 가장 효율적인 ‘직각’을 띄기 시작했다. 또한, 토지 면적과 각 경계선에 대한 법적인 분쟁도 현저히 줄어들면서, 근대 개념의 부동산이 최초로 탄생했다.
하지만 그리드 시스템만으로 모든 도시에 오늘날의 ‘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는 없다. 일례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와 같이 지반이 약할 경우 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뉴욕의 경우 매우 강한 강도를 지닌 편암으로 지반이 이루어져 있어서 1930년도에 무려 100층이 넘는 건물(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지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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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솟은 크라이슬러 빌딩이 있는 맨해튼 가운데를 차지하는 미드타운.

이렇듯 20세기 초 지어진 고층 건물은 지층이 편암으로 이루어졌기에 가능했다. 

 

독특한 점은 맨해튼 내에서도 고층건물은 다운타운과 미드타운에만 즐비하며, 그 사이에는 300m가 넘는 건물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이는 다운타운과 미드타운과는 달리 그 중간 지대의 기반(bedrock)이 지하 속 깊은 골 안으로 들어가 버림으로써 다른 곳과 비교했을 때 지반이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1)

물론, 오늘날의 기술로 이러한 제약 조건을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불과 10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지반의 강도에 따라 건물을 지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가 상당 부분 결정되었다. 맨해튼의 다운타운과 미드타운 지역의 지반은 매우 단단한 편암으로 이루어졌기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실제로 오늘날에도 이 두 지역을 중심으로 고층 건물이 속속들이 들어서고 있다.

 

 

03 – 고도 제한

 

19세기 말, 1870년대에 이르러서 엘리베이터가 발명되면서 건축은 곧 수평에서 수직으로 확장하게 된다. 그 시기 특히 뉴욕에는 고층 건물들이(Sky Scraper)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하는데, 무분별한 건물들이 도시민들의 삶의 질을 현저하게 떨어뜨릴 것을 우려한 뉴욕시에서는 ‘고도 제한 법(Zoning Law)’을 고안한다.
이 법에 의하면 뉴욕 건축은 일정 높이까지는 건물을 올리되, 그 이후부터는 일정 각도에 따라서 면적을 줄여나가야 한다. 이 법으로 인해 건물의 상층부로 갈수록 점점 계단 형식을 띠게 되는데, 대지에 맞닿은 면적의 25%의 면적은 이러한 제한이 없이 고도를 높일 수 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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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6년 뉴욕의 고도 제한 법에 의해 건축은 일정 높이 이상이 되면 안으로 깎여 들어가야 했다.

이 법으로 인해 20세기 초 건물들은 '계단식' 구조를 띤다.

 

뉴욕 법은 순수하게 실용적인 목적으로 세워졌는데, 빌딩 상층부의 면적을 제한함으로써 입주자의 수를 제한하고, 결과적으로는 인접 보행자의 수를 제한함으로써 거리의 인구수를 더욱 더 줄이는 데에 목표를 두고 있다. 또한, 이는 줄어든 면적만큼 뉴욕에 만성적으로 부족한 일조량을 확보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뉴욕의 고도제한 법은 앞으로 세워질 건물들의 모양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55년 후인 1961년도에 이르러서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뉴욕의 수많은 건물들이 상층부로 갈수록 ‘계단식’을 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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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에 찍힌 뉴욕의 사진에서 보이듯 크라이슬러 빌딩 주변으로 계단식 건물들이 즐비하다. 
 

 

 

직접 느끼고 경험하는 뉴욕

 

물론 이 세 가지 조건만으로 뉴욕이 오늘날의 모습을 띨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뉴욕의 산업화와 맞물려서 금융 산업이 태동하여 오늘날의 월 스트리트를 만들기까지 뉴욕에 영향을 끼친 원인은 훨씬 더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뉴욕의 거리를 걸으면서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조건들은 이 세 가지 조건이 가장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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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드 시스템, 편암, 그리고 고도 제한법 덕분에 뉴욕은 오늘날의 모습을 띨 수 있었다.

지금도 쉴 새 없이 변하는 뉴욕이라는 도시의 매력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렇듯 ‘뉴욕 건축을 만나다’ 시리즈는 우리가 뉴욕에서 ‘걸으면서’ 보고 느낄 수 있는 체감 가능한 건축과 디자인에 대한 글을 주로 다루려고 한다. 그 수 없이 많은 건물 중에서 특별히 우리의 마음을 잔잔하게 어루만질 곳들,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곳들, 그리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공간들과 건축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1) A History of New York in 101 Objects

2) Delirious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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