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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나는 아이슬란드 - 2편

유럽 · 아이슬란드 · 레이캬비크

휴양/레포츠 문화/명소

여행전문가 칼럼

2016.04.04 조회수2217


 

iceland

 

<세상의 모든 고독 아이슬란드> 저자  이준오 

 

요쿨살론과 얼음의 노래

 

이 단어를 한국에서 발음한 게 살면서 몇 번이나 될는지 따로 생각해본적이 없을 정도로 낯선 ‘빙하’라는 말을 아이슬란드의 남쪽을 설명하며 수십 번은 쓰게 된다. 불과 '얼음의 나라'라고들 이야기하는 아이슬란드에서 특히 남부지역은 거대한 빙하지역이 밀집되어 있어 이동하는 길 따라 빙하작용으로 인한 절경들을 수없이 마주하게 된다.

 

비크의 검은 해변 '이니스파라(Reynisfjara)'를 지나 동쪽을 향해 달리는 길은 용암이 굳어 생긴 것으로 보이는 수많은 동글동글한 바위의 땅이었고 그 바위들은 처음보는 두터운 이끼로 가득 뒤덮여 생경한 모습을 하고 있다. 차가운 아침공기 햇살을 받으며 반짝이는 거대한 지평선에 취해 수차례 차를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끼 

이끼의 지대 너머엔 검은 해변과 안개에 뒤덮인 바다가 있고 반대편 안쪽의 눈 덮인 산들 너머엔 감히 크기를 짐작할 수도 없는 얼음의 평원 '바트나요쿨(Vatnajö kull)'이 펼쳐져 있다. 조금만 더 길을 지나니 이번엔 거대한 초원 위에 양떼들이 거닌다.


이끼너머 

눈 덮인 산과 연초록의 이끼. 푸르른 초원. 그리고 얼음이 한 눈에 다 들어오는 이 이상한 현실 속에서 나 역시 그리움이, 행복과 슬픔이, 웃음과 눈물이, 회한과 환희가 함께 하는 사람이 되어 멍하게 길 위에 멈춰 있었다. ‘이상하다'라는 말은 점점 더 그 의미를 잃어간다. 이것은 대자연과 시간만이 만들어낼수 있는 풍경.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감탄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


우와우 

비현실적인 풍경에 넋을 놓고 이동하다 보면 어느덧 까만 모래와 얼음들로 이루어진 또다른 해변이 나타난다. 그리고 몇몇의 차와 사람들이 모여있다. 이 맞은편이 바로 '요쿨살론jö kullsalon' 유명 관광지여서 그런지 제법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어 반가웠다. 이동중에 다른 차량을 거의 발견 할 수 없었기에 더욱 그렇다. 유명한 관광지라곤 하지만 건물이라고는 작은 기념품가게 겸 간단한 식사를 겸한 카페가 전부일 뿐 사람의 인위적인 가공이 가해진 시설은 찾아볼 수 없다. 아름다운 곳은 원래의 풍경 그대로 놔두고 사람이 오가기 편한 최소한의 배려만 해 두는 것이 이 곳 사람들의 방식이다. 모든 것을 원래의 모습으로 유지한다. 그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원래 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는 듯 했다.

 

요쿨살론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호수였다. 저 멀리 호수가 시작되는 곳은 하얀 빙하가 천연의 댐인양 길게 늘어져있다. 그곳에서 깎여나간 수천년된 얼음들이 빙산이 되어 호수 위를 떠돈다. 세상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얼음호수의 위용에 멍하니 말을 잃었다.


빙하들 

긴 시간 바람과 태양에 깎여나가 기묘한 형상을 하고 있는 얼음들은 어떤 것들은 투명하고 어떤 것들은 하늘과 같은 수정의 빛을 띠고 있다. 화산재의 영향으로 검은 얼룩이 함께 엉겨 붙어 있는 얼음들은 수년전 화산 폭발이 남기고 간 것 이리라. 뒤집어진 빙하의 투명함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신비하다. 이 얼음들은 천천히 호수를 지나 맞은편 바다의 해변으로 도달하여 파도에 천천히 녹아 바다로 흘러들어가며 그 생을 마감하게 된다.


ㅁㄹㅇㄴ 

가만히 멈추어 있는 듯. 사실은 아주 천천히 떠다니고 있는 거대한 얼음호수는 어쩌면 가장 아이슬란드다운 풍경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곳의 사람들을, 날씨를, 공기를 닮았다. 아니 무엇보다 이 곳의 음악을 닮았다. 긴 호흡을 두고 느리게 시작하여 평화롭고 신비한 무드를 만들다가 이내 거대한 소리의 홍수를 이끌어내는. 신비함으로 가득한 아이슬란드의 음악은 확실히 이 땅의 영향이다.


얼음들

 

호수의 끝까지 가 볼 수 있는 말에 조금 더 비싼 조디악 투어 티켓을 샀다. 어마어마한 두께의 방한복을 입고 고무보트에 올랐다. 신청자가 그리 많지 않았는지 내가 탄 보트에는 눈썹까지 밝은 금색으로 물들어 있던 운전사겸 가이드를 제외하고는 동양인 커플 한 쌍 밖에 없었다. 가볍게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1시간에 걸쳐 요쿨살론 전체를 한 바퀴 돌았다. 어마어마한 칼바람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지만 손에 닿을듯한 거리에서 바라보는 보석 같은 얼음의 아름다움은 말문을 막히게 했다.


보물들 

이 곳엔 너무도 많은 것들이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고. 또한 그것을 원해서 온 이 곳에는 내가 생각지 못했던, 아니 그전엔 돌아보려 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너무 많은 것들이 있었다. 그간 욕심내어 가지려고, 지키려고 했던 많은 것들이 사실 어쩌면 모두 부질없는 것은 아니었을까. 본질적인 아름다움. 내가 살아온 시간과 공간의 곳곳에 숨겨져있던 아름다운 것들을 그냥 대수롭지 않게 지나쳐 온 것은 아니었을까.


하앍

 

차가운 바람이 내 머리를. 가슴 속을 비워내고 있었다. 영원히 녹지 않을 것 같은 호수 가득한 얼음들이 되레 나를 녹여내고 있었다. 보트 위에선 차가운 바람소리만이 들려왔다. 하늘과 날씨와 위도와 영겁의 시간이 만들어낸 슬픈 아름다움 앞에서 나는 모든 언어를 잃었다.


ㅇㄴㄹㄴ  

Tip.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아이슬란드 겨울 일주에서도 남쪽까지는 그나마 접근이 수월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빙하 트래킹이라거나 요쿨살론 보트 투어등 의 관광코스가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남부에 위치한 스코가포스, 비크, 요쿨살론, 스카프타펠Skaftafell등은 절대 그냥 지나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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