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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 7편

유럽 · 스페인 · 세비야

문화/명소 음식

여행전문가 칼럼

2016.01.19 조회수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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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리아 스페인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달콤한 샹그리아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가 사랑하는 술이다. 뜨거운 햇살에 지쳤을 때 노천카페에 잠시 앉아 마시기 딱 좋다. 매력적인 붉은빛을 가진 샹그리아는 레드 와인에 레몬, 사과 등 취향에 맞는 과일을 며칠 동안 숙성시켜 만드는데 칵테일에 가깝다. 이처럼 쉬운 제조법은 샹그리아의 또 다른 매력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각종파티나 레스토랑에서 모임 분위기를 내기 위해 꼭 빼놓지 않는 술이다. 샹그리아가 있는 곳에는 항상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들과 추억이 있다. 달달한 와인의 맛과 과일의 새콤함이 어우러진 샹그리아와 열정적이면서도 낭만적인 플라멩코의 본 고장 세비야는 어딘가 닮았다. 샹그리아는 전 세계 어딜 가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특별히 스페인 세비야의 뜨거운 태양과 함께한다면 더욱더 완벽한 하루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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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곳

 

인적이 뜸하고, 특별한 행사도 없으며, 꽃도 나무도 겨울잠에 들어가는 시기. 나는 그런 비수기에 여행지를 방문하는 것이 어쩐지 좋다. 어떤 지역이든 여행에는 성수기가 있다고 하지만, 비수기에만 보이는 여행지의 아름다움도 있다. 사실 성수기에는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아서였지만, 자꾸 비수기에 여행을 다니다 보니 ‘비수기이기에 오히려 잘 보이는 것들’에 대한 애착이 생겨버렸다. 매화가 한창 피어날 때의 섬진강 매화마을도 아름답겠지만, 매화가 우수수 떨어진 뒤 쓸쓸한 잔해를 바라보는 뒤늦은 여행은 더욱 애잔한 느낌이었다. 여름의 바닷가는 해수욕하는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겨울 바다는 일출이나 일몰을 보러 오는 조용한 여행자들로 또 다른 고즈넉함을 이룬다. 유럽여행도 주로 여름이 성수기지만, 겨울에 떠나는 유럽은 여름
과는 또 다른 특별한 감상을 자극한다. 세비야의 겨울 여행도 그랬다.

 

여름에는 거리의 악사들도 많고, 길거리에서 춤과 연극을 펼치는 예술가들도 많지만, 겨울에는 이런 거리의 예술가들도 뜸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세비야는 비수기인 겨울에도 왠지 조용한 활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세비야의 이발사〉, <카르멘〉,〈돈 조반니〉등 수많은 오페라의 무대가 되기도 했던 세비야는 겨울에도 왠지 원래 온도보다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오랜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니 그것은 세비야의 경이로운 색채 때문이었다. 세비야 대성당, 알카사르, 누에바 광장에 아로새겨진 이슬람의 색채와 문양은 문화적 접경지대에서만 볼 수 있는 복잡한 충돌과 융합의 흔적들이 곳곳에 가득했다. 세비야는 로마인의 지배를 받기도 하고, 무어인들에게 점령을 당하기도 하여 오랫동안 이슬람 문화의 꽃을 피워오다가,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으로 새로운 번영의 시기를 맞게 되었다. 세비야는 그 모든 역사와 문화가 부딪히고, 섞이고, 흔들리며 서로의 장점을 받아들인 흔적들로 가득했다.

 

특히 이슬람 양식과 가톨릭의 고딕 양식이 묘하게 공존하는 세비야 대성당은 ‘서로 다른 존재들이 따로 또 같이 공존할 수 있는 방식’을 생각해보게 만드는 사유의 장소이기도 하다. 고딕,르네상스, 바로크는 물론 플라테레스크 양식까지 합쳐진 세비야 대성당은 오랜 세월에 걸쳐 ‘내가 이곳의 주인이다’라고 외치고 싶어 했던 수많은 정치 세력들의 아우성으로 가득하다. 역설적으로 이곳은 그 모든 이질적인 승자들의 서로 다른 스타일들이 공존하는 문화의 도가니가 되었다. 추운 겨울, 꽃들과 나무들이 숨죽여 봄을 기다리는 회색의 시간에도 이곳은 그 수 많은 역사의 주인들이 거쳐간 발자국들로 알록달록하게 빛을 발한다. 타타르인, 이베리아인, 무어인, 기독교인 등의 모든 흔적들은 때로는 상처의 흔적으로 때로는 용서와 이해의 흔적으로 때로는 용서와 이해의 흔적으로 남아 세비야를 거대한 문화의 용광로로 빚어냈다. 세비야 대성당 건축 설계위원회 멤버 중 한 사람은 이런 명언을 남겼다고 한다. “우리는 교회를 갖게 될 것이다. 건축 과정을 보는 이들이 우리가 미쳤다고 생각할 만한 그러한 교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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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과 가톨릭 등 다양한 양식이 뒤섞인 세비야 대성당]

 

 

트램과 택시와 자전거와 마차가 사이 좋게 함께 달리는 거리 또한 세비야의 명물이다. 마치 고대와 중세와 현대가 나란히 한 길에서 달리는 것 같은 묘한 착시가 느껴진다. 여름이 되면 세비야 거리에는 오렌지 나무로 가득한 가로수로 빽빽이 들어차게 된다. 또한 세비야는 콜럼버스가 대항해를 시작할 때 첫 항해의 깃발을 올린 곳이기도 하며, 콜럼버스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세비야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인 히랄다Giralda탑 또한 밤이 되면 붉은 조명을 받으며 열정적인 자태를 뽐낸다. 탑의 높이는 무려 76미터. 밤거리의 불빛에 흠뻑 취한 히랄다탑은 마치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플라멩코를 추고 있는 무희처럼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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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라는 도시 자체의 분위기만큼 매혹적인 플라멩코 무희] 

 

 

여름의 태양빛은 모든 것들을 더욱 생기롭고 눈부시게 비춘다. 하지만 겨울 응달에서는 사물이 지닌 본래의 빛깔이 더욱 담담하게 빛을 발한다. 세비야 대성당, 알카사르, 히랄다탑 모두가 아름답지만 더욱 내 눈길을 끄는 것은 아무런 특별한 조명도 받지 않는 평범한 거리의 카페, 집, 가게, 보도블럭의 빛깔과 모양새였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위대한 건축물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삶의 이야기가 담긴 테이블, 창문, 화분들이야말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성수기나 비수기나 변함없이 ‘세비야의 색채’를 이루고 있는 진정한 문화적 주체였다. 세비야의 색채는 야채가게에서 파프리카와 호박과 양배추를 하나하나 정성껏 손질하는 아낙네의 눈빛에도 깃들어 있고, 기념품 가게의 엽서와 카드 하나하나에도 깃들어 있었으며, 수많은 이질적 문화의 흔적이 깊게 배어 있는 크고 작은 액세서리나 여인들의 스카프에도 깃들어 있었다. 아름다운 것들은 태양 아래서 더욱 눈부신 광휘를 발산한다. 하지만 진정 아름다운 것들은 겨울의 가라앉은 햇살 속에서도, 저물어가는 황혼 녘의 붉은 노을 속에서도, 인적마저 드물어진 비수기의 쓸쓸한 풍광 속에서도 자기만이 지닌 존재의 빛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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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2017.03.25 댓글

    세비야 대성당 이슬람 양식과 고딕 양식이 잘 어우러져서 멋지네요

    • 2016.03.03 댓글

      개인적으로 고딕 양식의 건물을 좋아하는데, 세비야 대성당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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