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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원의 뮤지컬과 여행 이야기 - 뉴욕의 젊은 예술가들과 렌트

미주 · 미국 · 뉴욕

문화/명소

여행전문가 칼럼

2016.01.18 조회수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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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젊음과 예술,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가 있다. 미국의 뉴욕이다.

 

뮤지컬 좋아하는 애호가들에겐 정말 매력 넘치는 도시다. 골목을 돌아설 때마다 만날 수 있는 호화로운 무대의 세계가 무척 매력적이다. 타임 스퀘어를 거닐며 각종 홍보와 공연 안내로 가득한 빌보드들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화려함의 이면에는 빈곤함도 늘 도사리고 있다. 특히, 뉴욕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삶이란 늘 고달픈 존재일 뿐이다. 춥고 배도 고프지만 가장 힘든 것은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세상과 힘에 겨운 창조의 고통이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오죽하면 NYU 졸업식에서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는 “예술가의 삶을 시작하는 여러분, 이제 당신 인생은 망했다!” 라는 표현을 썼을까. 농반진반의 유모지만 풍자 속에 담긴 그들의 현실이 쓴웃음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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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렌트’는 바로 그런 뉴욕의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사글세’ 혹은 ‘월세’ 쯤 되는데, 집세 내는것이 지상최대의 고민거리인 뉴욕의 청춘군상 이야기라서 붙여진 제목이다. 장르와 형식을 뛰어넘는 콘텐츠의 재가공이 현대 문화산업의 부가가치 창출방식이라면, 아마도 뮤지컬 ‘렌트’는 가장 전형적인 사례일 것이다. 이 뮤지컬의 원작은 오페라이고, 무대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대중적 인기를 구가했기
때문이다. 이야기 뼈대는 바로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이다. 1800년대 파리를 배경으로 젊은 시인 루돌프와 바느질로 연명하는 가난한 처녀 미미의
슬픈 사랑을 그린 ‘라 보엠’은 ‘그대의 찬 손’, ‘무젯타의 왈츠’ 등 주옥같은 아리아로 유명하다. 뮤지컬에서는 시공간이 과거 파리에서 현대 뉴욕으로 대
체됐다. 덕분에 등장인물들의 직업도 화가나 시인, 성악가 등에서 대중음악가수, 다큐멘터리 감독 지망생, 길거리 퍼포머 등으로 탈바꿈됐다. 정말 오늘날 뉴욕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요즘 젊은 예술가들의 진짜 모습인 셈이다.뮤지컬 ‘렌트’는 실험과 파격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라 보엠’에서 젊은 예술가들을 괴롭힌 것이 가난과 추위 그리고 결핵이었다면, 뮤지컬로 만들어진 ‘렌트’에서는 HIV 바이러스와 에이즈, 동성애나 양성애, 그리고 대도시의 사악한 물질만능주의가 그런 역할을 한다. 덕분에 뮤지컬은 낭만적인 오페라보다 더 현실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으로 탈바꿈됐다. 하지만 직설적이고 과감한 소재의 선택은 오히려 요즘 글로벌 신세대들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고, 그래서 더 실감나고 흥미로운 작품으로 인정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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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오프 브로드웨이의 소극장에서 초연됐던 탓인지 ‘렌트’는 화려한 무대보다 중독성이 강한 음악으로 더 유명하다. 변화 없는 단출한 소규모의 원
세트는 열혈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른바 ‘렌트 정신의 구현’이라 불리며 이 작품만의 매력으로 평가받았다.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을 다룬 줄거리
는 절대 화려하지 않은 세트가 훨씬 더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한편, 뮤지컬에 등장하는 대부분 노래들은 록이나 발라드 등 요즘 사람들이 익숙하게 즐
기는 장르와 형식으로 꾸며졌다. 덕분에 고전속 이야기는 그대로 살려두면서도 MTV에 길들여진 신세대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음악적 공감대를 지니게
됐다. 공연 못지않게 높은 음반의 인기도 이런 배경 탓이다. 두세 번쯤 반복해 듣다보면 함께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익숙해지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가 이 작품의 묘미이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렌트’는 제작자인 조나단 라슨을 빼놓고 말하기 힘들다. 그 스스로가 뉴욕의 가난한 젊은 예술가였던 라슨은 뮤지컬이 시작되기 하루 전날, 서른다섯의
젊은 나이에 급성대동맥혈전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나친 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렌트’의 주된 모토는 ‘오직 오늘밖에 없다(No Day But Today)’는 문구로 빈곤하고 어려운 대도시의 일상 속에서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사랑하며 살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페라와 달리 마지막에서
미미가 죽지않고 되살아는 것도 바로 이런 주제의식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도 라슨의 삶이 이런 메시지의 실제 사례가 되리라고는 상상치 못했다. 결국
조나단 라슨은 작품을 통해 예견된 삶을 살다 느닷없이 우리의 주변을 떠난전설적인 인물로 남게 됐다.

 

뮤지컬이 뮤지컬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2005년의 일이다. 무대 버전의 뮤지컬이 처음 등장한 것이 1996년이었으니 꼭 10년 만에 시도된 변화다. 연출은 ‘나홀로 집에’, ‘해리 포터’, ‘나인 먼스’, ‘판타스틱 4’등으로 유명한 크리스 콜럼부스가 맡았는데, 그는 대부분의 초연 배우들을 스크린에서도 다시 기용해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원래 공연에서 오리지널이라는 용어는 오리지널 캐스트(초연 배우)를 일컫는데,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영화는 말 그대로 ‘오리지널’ 뮤지컬 캐스트를 기용해 그 모습 그대로의 영상화를 시도한 경우라 부를 만하다. 세트도 활용되긴 했지만,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뉴욕의 풍경들은 이 작품의 열혈추종자들에겐 놓치면 안되는 뉴욕 방문의 명소가됐다. 영화의 첫 장면에 나오는 네덜란더 극장의 풍경에서 마크의 다큐멘터리에 간간히 비치는 5번가와 크라이슬러 빌딩, 듬성듬성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는 지하철 풍경 등이 그렇다. 브로드웨이에서의 공연은 지난 2008년 9월 7일 12년간 5124회의 연속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지만, 투어나 라이선스 버전은 여전히 세계 각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말 공연을 포함해 ‘렌트’는 지금까지 22개 언어로 번안돼 무대를 꾸미는 진기록을 세웠다.

 

특히 2009년 진행됐던 인터내셔널 투어 공연에서는 무대와 영화의 남자 주인공이었던 아담 파스칼과 안소니 랩이 직접 참여해 공연이 올려지는 나라들마다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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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에 발매된 오리지널 뉴욕 캐스트의 두 장짜리 음반에는 이색 보너스 트랙도 담겨있어 흥미롭다. 맹인가수 스티비 원더가 출연진과 함께 부른 ‘Seasons of Love’가 그것이다. NYU가 있는 맨해튼 남쪽 거리를 활보하며 감상한다 상상만 해도 왠지 소름이 돋을듯한 이 뮤지컬 최고의 명곡이다. 영혼마저 울린다는 스티비 원더의 하모니카 소리는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감상해보길 추천한다.


YouTube Tip!


1. 영화의 장면들로 꾸며진 Seasons of Love는 뮤직 비디오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뉴욕의 풍경과 그곳에서 현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예술가들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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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뉴욕에 가지 않고도 전체 공연을 영상으로 볼 수도 있다. 2008년 제작된 전막 영상 기록이다. 물론 현장에서의 생동감은 느끼기 힘들지만, 그래도 공
연을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다. 다만 우리말 자막이 없는 것은 단점. 진짜 뉴욕 극장에 앉아있다 상상하며 감상하면 더욱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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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2017.05.16 댓글

    렌트 국내에서 봤었는데.. 뉴욕에서도 보고싶네요

    • 2017.03.01 댓글

      뉴욕가면 뮤지컬은 꼭 봐야겠어요ㅎㅎ

      • 2016.03.03 댓글

        뉴욕 여행때 극장과 뮤지컬은 보지못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시 가서 관람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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