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트래블 매거진 > 테마 스토리

테마 스토리

동갑내기 부부의 세계로 가는 자전거 여행 - 캐나다 이야기 3편

미주 · 캐나다 · 캘거리

문화/명소

여행전문가 칼럼

2016.01.15 조회수2217


canada

 

<동갑내기 부부의 아프리카 자전거 여행> 저자 이성종, 손지현

 

 

순수한 룸메이트와 함께 한 캐나다 시골 마을에서의 생활

 

 

에드먼튼에서 지내며 다시 일자리를 구하는 데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하지만 보통 12월은 연말연시의 붕 뜬 분위기라 새로 직원을 잘 뽑지 않았기에 마땅한 일자리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는 우리는 꾸준히 이력서를 내었고, 캐나다 현지 직장에 면접을 볼 기회를 얻게 되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향한 도시의 이름은 하나(Hanna)였다. 알버타주 남부의 대도시인 캘거리에서 차로 두 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시골 마을이다. 인구는 약 3,000명이고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니켈백이라는밴드의 출신마을로 유명하다고 한다. 여기가 얼마나 시골이냐면, 캐나다 어딜 가도 볼 수 있다는 커피 전문점인 ‘팀 홀튼’ 조차 없는 그런 곳이다.

 

 

canada 

 

 

두근대는 마음으로 본 면접, 다행히 매니저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후 범죄 기록 확인서와 각종 추천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비자 등의 서류를 제출한 뒤 둘 다 정식으로 채용 될 수 있었다. 긴 터널의 끝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이번에 취직한 곳은 양로원으로 약 60명의 노인들이 지내고 있는 곳이었다. 우리는 야간에 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위급 상황 대처 요원, 간단히 말해 경비로써 채용이 되었다. 근무는 밤 11시에 시작해 아침 7시에 끝나는 형태였기에 낮과 밤이 바뀌는 일이 처음이라 초반에 잠을 조절하는 일이 가장 힘이 들었었다. 하지만 위급 상황이 자주 있는 편이 아니라서 일의 강도는 생각보다 높지 않았고, 동료들끼리의 팀워크가 잘 이루어졌기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정직원으로써 최저시급에 비교하면 꽤나 높은 수준의 시급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 나갈 수 있었다.

 

 

canada 

 

 

취직에 이어 집을 구하기 위해 수소문한지 2주 만에 드디어 룸메이트를 구한다는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이름은 ‘작’(Zach). 집 주인치고는 꽤나 어려 보이기에 나이를 물어보니 24살이란다. 그는 캐나다 북쪽의 오일 필드에서 전기 기술자로 일을 하면서 한 달에 두 번 정도 집에 오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혼자 살기에는 집이 크고, 비어있는 기간이 많아 룸메이트 겸, 친구 겸, 집을 봐줄 사람을 구한다고 이야기 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는 그와 통하는 게 많았기에 금방 친해질 수 있었고 며칠 뒤 그의 집으로 이사를 갈 수 있게 되었다.

 

 

canada 

 

 

작은 상당히 순수한 친구였다. 토론토 근처에서 태어나 살다가 일자리를 찾아 이모가 살고 있는 이곳까지 왔다고 하는데, 일을 제외하고는 집에서 어린이 동화를 보거나, 레고 등의 퍼즐을 맞추거나, 게임을 하며 주로 시간을 보냈다. 때로는 동네 소방서를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거나 사격 연습을 하는 등 상당히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친구였다.

 

그 역시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라 우리는 그와 여행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거나 보드게임을 하며 함께 있는 시간을 즐겼다. 이따금씩 이모네 농장을 방문해 일을 돕기도 하고, 근교 여행을 다니는 등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우리의 캐나다 생활은 그렇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canada 

 

 

직장생활 역시 안정을 찾아갈 무렵, 근처 호텔에 추가로 취업이 되었다. 그래서 밤에는 양로원에서 근무를 하고 낮에는 호텔에서 일을 하며 열심히 돈을 벌었다. 잠을 쪼개고 코피 쏟아가며 일한 결과, 통장 잔고가 빠른 속도로 쌓여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러나 투잡 생활은 그리 길지 않았다. 바로 유가폭락이라는 큰 위기가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캐나다는 자원이 풍부한 나라로써 국제유가에 민감한 나라 중 하나이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고 환율도 떨어졌다. 우리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 동네는 오일워커들이 주로 오는 곳이었기 때문에 유가 폭락과 동시에 호텔에 손님이 뚝 끊겼고, 우리도 잠정적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그래도 양로원은 이런 상황과 상관없이 잘 돌아가고 있었으니 불행 중 다행이었다.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어졌기에 다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려 했으나 불경기에 취직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 1년 열심히 일하면 그 돈을 가지고 내년을 좀 더 여유있게 지낼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이 너무 고달파지는 것은 아닐까? 지금 조금 더 여유 있게 캐나다 생활을 즐긴다고 내년 여행이 그리 힘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말이지? 그래 지금 생활을 즐겨보는 거야!

 

 

canada 

 

 

밤에 일을 한다는 것은 잠을 잘 조절하면 낮에 시간이 많다는 것과도 같다. 생각을 조금 달리해 눈을 돌려보니 이곳에도 나름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캐나다에서 가장 긴 자전거를 타고 심장마비 방지를 위한 캠페인에 참여하여 모금도 해보고, 점심시간에는 양로원 노인 분들을 위해 오래 전 그만뒀던 피아노 연주를 시작했다. 벼룩시장에 참가하거나, 친해진 직원들과 파티를 열기도 하고, 베이비 샤워와 같은 행사도 열며 단순히 앞만 보고 일만 하던 생활 패턴에서 벗어난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canada 

 

 

그리고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길고도 길었던 겨울이 지나고 드디어 봄이 찾아왔다. 언제 그랬냐는 듯 이 곳 하나도 푸르름이 가득하고 이제는 무덥기까지 한 게 정말 겨울이 있었던가? 싶기까지 하다. 지금처럼 안정적이고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생활을 찾기까지의 과정은 분명 쉽진 않았지만, 지금껏 늘 그렇듯 우리 둘이 ‘함께‘ 그 과정들을 이겨냈기에 더 없이 소중하다. 어느덧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온 지도 9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이제 3개월 남짓만 더 지내면 다시 여행길에 오를 것이다. 작은 시골 마을의 생활이 다소 지루하고 재미없을 때도 있지만, 분명 여행을 시작하고 나서는 이곳이 그리울 것 같기에 오늘 하루도 내가 여기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고 최선을 다해 지금을 즐긴다.

 

 

 이전편 보기


▶ 다음편 보기

당신 여행스타일에 맞는 천만 가지 여행상상 KALMASTER travel.koreanair.com

0byte / 800byte

※ 게시판 성격과 맞지 않는 글은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댓글 2

  • 2017.03.18 댓글

    정말 어려운 일들이 많았는데 잘 이겨낸 것 정말 멋져요

    • 2016.03.04 댓글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을텐데 대단하고 멋지네요 ^_^

      TOP